다시, 시집을 읽기 시작했다. 너무 좋다! 시도 좋고, 시를 읽는 행위, 시를 읽는 나의 모습 다 좋다. 시집은 막간에 읽을 수 있어 참 좋다. 이동 중에, 버스/지하철 기다릴 때, 아이 기다릴 때. 가벼워서 가방에 넣어도 부담이 없다. 때문에 나는 무거운 시집을 싫어한다. (민음사는 왜 시집을 하드커버로 ㅠㅠ)

 

 

 

 

 

 

 

 

 

 

 

 

 

 

 

안도현 시집은 이번에 처음 읽었다. <능소화...>인데, 그가 왜 이리 인기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전 시집까지 읽어볼 여유가 없어 조금 아쉽다. 원래도 드믄드문 읽던 허연. 김행숙은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지루했지만^^; 고도, 카프카 등의 시, 그런 시화(시-되기, 시-만들기)가 좋았다.

 

 

 

 

 

 

 

 

 

 

 

 

 

 

 

좀 더 젊은 시인들의 시집도 뒤적, 뒤척인다. 이런 느낌, 좋다. 정독하지 않아도, 완독하지 않아도 좋다. 심지어 예습, 복습하지 않아도 좋다. 이런 자유로운 독서, 좋다. 책읽기의 원형이기도 하다.

 

 

 

 

 

 

 

 

 

 

 

 

 

 

 

 

 

이병률은 젊지는 않지만 이미지 위치를 잡다 보니...

 

 

 

 

 

 

 

 

 

 

 

 

 

 

 

 

양안다, 강혜빈은 아주 젊은^^; 시인이다. 방금 본 제목이 마음이 드는 시집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이 책들은 조금 미뤄둔다. 박준은 언제 다시 읽을 기회가 좋겠다. 내가 뭘 놓쳤나 싶은 아쉬움이 있는 시집.

 

 

 

 

 

 

 

 

 

 

 

 

 

 

 

지금 검색하다 알았다. 황동규의 신작 시집이 나왔다. 냉큼 주문해야겠다. 선생님, 계속 건강하시고 '즐거운 편지'를 써주세요! 나는 시집을 보면 가방에 넣고 싶다. 가방에 넣은 시집을 꺼내고 싶다. 꺼낸 시집을 펼쳐 보고 싶다. 펼친 그곳, 활자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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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부고

 

 

 

 

첫째는 돌에도 목을 가누지 못하고 두 돌에도 앉지 못했대

그 사이 둘째가 태어났대 둘째는 돌에 목을 가누긴 했대

하지만 두 돌에도 못 걷고 세 돌에도 말을 못했대

첫째는 시설에 보냈고 아내는 제 발로 집을 나갔대

 

남자 혼자 시설에 있는 아이와 막 초등생이 된 아이를 돌봤대

남자 혼자, 도와줄 부모도 없었대 어려서 돌아가셨다나봐 

그 사이 집 나간 아내는 부산에서 재혼을 했대

어제 남자가 목을 맸대, 둘째는 집에 같이 첫째는 시설에

 

 

 

 

 

*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는 걸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의 부고와 함께 가장 충격적인 소식. 모든 부고는, 심지어 모르는 사람(!)의 부고조차,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울컥하는 감정, 슬픈 감정, 쓸쓸한 감정, 심지어 뭔가 감정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미안한, 적어도 머쓱한 그런 감정 등등. '삼성'의 존재감은 러시아에서 비로소 느꼈다. 누구나 자기만의 삼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 고인보다 남겨진 자들, 특히 동사과 87(?)학번이라는 그가 참 안쓰럽게 느껴지는 걸 보면, 나도 늙었나 보다 ㅠㅠ 왕 노릇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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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의 맛

 

 

 

 

1

 

어제 저녁 강남에 갔다

 

사람이 참 많았다 그러나

모든 얼굴은 유일무이하다 모든 몸도 유일무이하다

그 많은 사람을 확실히 나눌 단 하나의 기준은 성별

우리는 모두 남자 아니면 여자 그러나

우리는 모두 마스크 낀 채 지하철 안팎에서 죽을 운명이다

 

 

2

 

어제 밤 강남을 나왔다

 

참 많은 사람은 모두 서 있거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나 

딱 한 명이 지하철 계단에 철푸덕, 퍼질러 앉아 있다

수그러뜨린  얼굴에서는 척박한 주름이 질질 새고 

웅크린 몸뚱어리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잔영 같고

상체 옆으로 모아 세운 무르팍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기세

땅바닥에 붙은 정수리는 가을 낙엽보다 메마른 반백이다

돗자리에는 조잡한 보석 팔찌, 못생긴 마스크스트랩

늙은 다람쥐 앞발처럼 간신히 움켜쥔 닭발 손가락 안에는

빵도 떡도 아닌, 김밥 따위는 더더욱 아닌

바싹 마른 누룽지

누룽지

 

혓바닥을 찌르지나 않을까 싶다마는

침을 살살 발라가며 잘도 씹고 잘도 먹는다

지하철 바닥과 마주한 엉덩이가 얼얼하겠다

 

사람이고 여자이고 늙었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다, 살아 있으면 된 것이다

진작에 죽었을 수도 있는 운명이다, 우리 모두는

 

 

 

*

 

지하철 탄지 반년? 10개월만이다. 휘황찬란한 강남의 밤거리를 지나 지하철(3호선 교대역) 안, 너무 놀란 풍경. 할머니의 모습 자체, 내려다본 정수리, 무엇보다도, 두 손에 들린 누룽지. 세상에, 마른 누룽지를 그냥! 줌 강연(?)의 재미보다 이 충격이 더 소중하다고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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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를 못 먹는 이유

 

 

 

 

아빠, 퇴원하셨어요?

그래, 아빠 멀쩡하다, 지금은 시장이다

우아! 아빠, 근데요?

근데 와?

아빠 옛날에 외갓집에 누에 있잖아요?

니 어릴 때 우리 집에서도 많이 했다

(중략)

아빠 그 누에고치는 그럼 다 어디로 가요?

그거 다 푹 삶은다 아이가

세상에!

 

그렇다, 그것이 바로 내가 번데기를 못 먹는 이유였다

이 하찮은 사실을 11차 항암을 끝낸 일흔세살 아빠를 통해 마흔 여섯 딸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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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콧물을 훌쩍이던 아이가 잠들자 조용히 방을 나와 냉장고에서 포도를 꺼냈다

어둠 속에서 포도알이 그렁그렁, 혓바닥 위에서 동글동글, 위장 안에서 사르르

저녁밥 먹고 깜박한 후식을 먹자 온 몸으로, 신경 끝까지 포도당이 퍼졌다 

꿀잠을 자리라는 단꿈에 젖고 내일 아침을 맞이할 용기를 얻었다 포도알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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