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부고

 

 

 

 

첫째는 돌에도 목을 가누지 못하고 두 돌에도 앉지 못했대

그 사이 둘째가 태어났대 둘째는 돌에 목을 가누긴 했대

하지만 두 돌에도 못 걷고 세 돌에도 말을 못했대

첫째는 시설에 보냈고 아내는 제 발로 집을 나갔대

 

남자 혼자 시설에 있는 아이와 막 초등생이 된 아이를 돌봤대

남자 혼자, 도와줄 부모도 없었대 어려서 돌아가셨다나봐 

그 사이 집 나간 아내는 부산에서 재혼을 했대

어제 남자가 목을 맸대, 둘째는 집에 같이 첫째는 시설에

 

 

 

 

 

*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는 걸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의 부고와 함께 가장 충격적인 소식. 모든 부고는, 심지어 모르는 사람(!)의 부고조차,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울컥하는 감정, 슬픈 감정, 쓸쓸한 감정, 심지어 뭔가 감정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미안한, 적어도 머쓱한 그런 감정 등등. '삼성'의 존재감은 러시아에서 비로소 느꼈다. 누구나 자기만의 삼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 고인보다 남겨진 자들, 특히 동사과 87(?)학번이라는 그가 참 안쓰럽게 느껴지는 걸 보면, 나도 늙었나 보다 ㅠㅠ 왕 노릇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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