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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학
정수일 지음 / 창비 / 2001년 11월
평점 :
5월 연휴에 여행계하는 후배와 둘이서 3박4일간 몽골여행 패키지를 갔다왔다. 무슨 책을 가지고 갈까 고민하다 하필 고른 게 <실크로드학>이다. 보통 여행갈 때는 여행지와 관련된 책을 골라 갔는데, 이번엔 미처 책을 사지 못 했고, 실크로드 중 초원의 길에 몽골 얘기가 좀 나왔던 게 기억이 나 책장에서 그나마 근사치로 골랐던 거다.
정수일 선생님은 역사 속 문화를 지배의 관점이 아니라 교류의 관점으로 교정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분이다. 이 책은 다시 봐도 재밌고, 실크로드 전반에 대해 교통정리를 해 주는 책이라 좋다. 다만 왜 하필 양장본에 장장 810쪽에 1.5Kg이 넘는 책을 골랐을까. 후배가 공항에서 무심코 내 배낭을 받아줬다가 무게에 화들짝 놀라기에 겸연쩍게 웃었다.
무거운 책 덕분에 울란바토르에서 몽골국립박물관을 갔을 때는 책에서 다룬 문양들을 신이 나서 찾아다녔다. 박물관은 수원박물관보다 작은 크기였지만, 빼곡하게 수장품을 모아놓았기에 볼 거리는 많았고, 무엇보다 가이드의 자부심 가득한 설명이 인상 깊었다. 근현대사까지 다루고 있는 부분도 신기했는데, 덕분에 지난 겨울에도 몽골에서 민주화 시위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여신의 이름을 가진 젊은 가이드에게 당신도 시위를 나갔었냐고 묻자 배시시 웃으며 말문을 돌리길래, 나도 지난 겨울에 대통령 탄핵 시위를 매일 나갔다고 슬며시 자랑을 했다.
각설하고 실크로드를 바라보는 관점을 세우고, 기초 지식을 쌓는데 유용한 책임을 다시 강조해본다. 다만, 2001년 책이라 최근의 발굴/발견에 대해서는 누락된 부분이 있음을 감안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