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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3
베르나데트 와츠 그림, 그림 형제 글, 우순교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린이 베네뎃 왓츠가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제자라고 하기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 궁금했다.
청출어람이라고 느껴지진 않지만 최소한 답습하는 아류가 아니라 마음에 든다.
게다가 '빨간 모자'는 내용상 아이가 무서워할 만한 이야기인데,
할머니를 잡아먹는 장면, 아이가 잡아먹히는 장면, 늑대의 배를 가르는 장면 등은 보여주지 않아 안심.
그런데 책의 마지막 "이 책을 어린이와 함께 읽는 분들을 위한 페이지"가 영 마음에 걸린다.
'글에 따르면 떡갈나무가 세 그루만 그려져야 할 때 네 그루가 그려졌다,
아무 설명 없이 낮이 갑자기 밤으로 바뀌었다,
이건 잘못된 그림이다'라고 단정해 주시는데, 그렇게 시비를 가려야 하는 걸까?
떡갈나무가 네 그루 그려졌다고 책잡은 부분은 사냥꾼이 등장하는 장면인데,
애당초 할머니의 집 옆에 떡갈나무 세 그루가 있다 했지, 그 숲에 떡갈나무가 세 그루 있다고 하지 않았다.
늑대가 할머니의 집에 찾아갈 때 집의 정면 왼 편에 세 그루의 떡갈나무가 보이듯,
사냥꾼 장면은 집의 왼편을 떡갈나무 세 그루가 가리고 있고, 사냥꾼의 정면(즉 집 앞)에 한 그루 있으니,
딱히 글의 내용과 부합되지 않는 게 아니요, 사실 사냥꾼 오른쪽 뒤로도 떡갈나무 한 그루가 더 그려져 있다.
그 다음 페이지는 집의 왼쪽 나무는 짤린 채 정면을 멀리서 본 장면인데, 앞에만 떡갈나무 한 그루이니,
내 눈에는 책의 앞뒤 그림이 딱딱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낮이 갑자기 밤으로 바뀌었다고 꼬투리잡은 장면은 할머니가 잡아먹힌 줄도 모르고
빨간 모자가 늑대가 기다리는 집으로 들어서려는 장면인데,
이는 빨간 모자에게 닥칠 위험을 상징하는 장치가 아닐까.
또한 사냥꾼이 할머니 집을 찾아오는 장면이 밤으로 설정된 것도,
늑대에게 잡혀 깜깜한 배속에 갖힌 할머니와 빨간 두건을 상징하는 거라 생각된다.
잘잘못 가리기는 그야말로 책 뒤에 붙은 사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