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 06:14. 다행히 목표한 양의 2배 정도의 일을 해치울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다음주에는 철야 없이 주말 출근 정도로 진도를 완수할 수 있을 듯하다. 이대로 퇴근하여 내맘대로 놀토를 할 것인가, 두어 시간 더 버티고 출근 인사 던지고 갈 것인가 고민하다가 오랜 숙제가 생각나버렸다.

"장석조네 사람들"을 이러구러 읽은지는 꽤 되었다. 그러나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읽는 진도가 영 안 나간다. 복돌님의 고백처럼  쉽지 않은 도전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장위동 달동네에서 이사나온 것이 겨우 7살이었기 때문일까. 툇마루에 앉아 본, 장미나무를 갉아먹던 새앙쥐가 이토록 기억이 선명한데. 내 얼굴보다도 작고 내 키로는 어림없이 높았던 창문이 골방 가시나에게 던져줬던 희끄무레한 햇살도 기억나는데.

하지만 연탄은커녕 장작 한 개 없어, 하나밖에 없는 빨래판을 쪼개어 불을 때야 했다는 섣달의 기억일랑은 어머니께서 들려주셨던 이야기일 뿐이다. 아직 학교 구경도 못해본 나이로 시골에 장사나간 부모 대신해 며칠씩이나 두 동생을 책임지고, 백일지난 막내 똥기저귀도 갈아주었건만, 막내에게 적어도 하루 5번 먹여줘야할 암죽을 몇번이나 빼먹는 바람에 막내 포대기한 채 엎드려 잠들었다가 귀가한 어머니께 큰오빠가 흠씬 맞았다는 얘기는 거짓부렁만 같다.

결국 난 장석조 사람들과 수인사 한 번조차 변변히 나누어보지 못하고, 활자만 읽어치운 게 아닌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글자나마 찾아봤다는 증거를 남기는 게 도리인 거 같아 실속없이 끄적끄적.

고삭부리 [―뿌―][명사]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는 사람’을 놀리어 이르는 말.

천세나다 (千歲―)[자동사] (어떤 물건이) 사용되는 데가 많아서 퍽 귀하여지다. (참고)세나다2.

풀방구리 : 풀을 담아 놓은 작은 질그릇. - 풀방구리에 쥐 나들 듯 - 은 자꾸 들락날락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골마지 [명사] (간장이나 술·김치 따위) 물기 있는 식료품의 겉면에 생기는 곰팡이 같은 흰 물질.

너나들이 [명사][하다형 자동사]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서로 무간하게 지냄, 또는 그러한 사이.

피새 [명사] 조급하고 날카로워 걸핏하면 화를 내는 성질.

빨랫말미 [―랜―][명사] 장마 때 빨래를 말릴 만큼 잠깐 날이 드는 겨를.

의지간 (倚支間)[―깐][명사] 원채의 처마 밑에 잇대어 지은 조그만 집. (참고)달개.

발:채 [명사] 지게에 얹어서 짐을 담는 제구. 싸리나 대오리로 둥글넓적하게 결어 만듦.

욱대기다 : [―때―][타동사] 난폭하게 위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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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0-23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소진의 소설을 읽으면 이렇게 사전을 들춰야 하는 일이 있더군요.
저 찾아놓으신 단어들 가져가도 될런지... ^^

조선인 2004-10-23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든지요. 다 이안님 꺼랍니다. *^^*

stella.K 2004-10-2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여름 김소진의 작품을 하나 읽었죠. 그 사람 글은 팍팍 진도가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곱씹게 만드는 게 있죠. 작가가 되려면 한번쯤 그런 작업을 해 봐야할 것 같긴합니다. 국어사전을 독파하는 거요. 그가 그런 작업을 해 봤다는 것에 또 한번 기겁했죠. 언어에 대한 질긴 천착이 작가를 작가답게 하는 관건이란 생각이 드네요. 잘 읽고 갑니다.^^

마태우스 2004-10-23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거면 제가 가져가면 안되겠네요?<--괜한 딴지^^
장석조네 사람들이 맘에 안들었나봐요. 제가 차력당 선정도서로 정한 책인데, 선정이 잘못되었군요. 흑흑흑.

조선인 2004-10-2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마음에 안 든 거 절대 아닙니다. 제 무식이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마태우스님이 아니면 제가 저 책을 어찌 만났겠습니까? 고맙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물만두 2004-10-2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조금 작아졌어요^^ 좀더 크게 해드릴까요???

요건 글씨를 다르게 했습니다^^ 마음에 드시기를...


조선인 2004-10-25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물만두님, 군소리가 많았는데도, 이렇게 해주시다니 정말 정말 고마와요.
그야말로 입이 귀밑에서 귀밑까지 쭈욱~ 찢어졌습니다.

숨은아이 2004-10-25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거 저도 불법 복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