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님의 댓글에 힘을 받아 끄적끄적. 이하 반말체임을 양해해주시길. 시간이 없어서 -.-;;
내가 여성부에 건의사항을 올렸던 건 출산휴가가 끝나고 복직한 직후였던 거 같다. 안타깝게도 이제 찾아보니 그새 홈페이지가 업데이트되었고, 내가 올린 게시물을 도저히 못 찾겠다. 솔직히 말하면 어느 게시판을 뒤져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쩝.
1) 대중교통수단의 노약자석에 임산부도 포함시켜주세요.
마로 임신 당시 지하철이나 버스에는 경로석/장애인 표시는 있었지만, 임산부나 유아는 빠져있었다. 나의 경우 배가 늦게 나온데다가, 한참 배불렀을 때는 겨울철이었던지라 앉아있으면 임산부 표시가 거의 안났다. 덕택에 한번은 노약자석에 앉아 졸다가 할아버지한테 나무지팡이로 맞은 적이 있었다. 그땐 이미 전전치태반 진단을 받은 이후라 재택근무를 하며 1주일에 1번 회의참석만 하던 때였다. 머리 맞은데도 아프긴 했지만, 아이가 잘못되는게 아닐까 공포에 질려야 했다.
2) 임산부 명찰을 만들어주세요.
마로 수술일을 앞두고 후배의 소식을 들었다. 결혼후 오래동안 기다렸던 아이였는데... 유산기 진단에도 불구하고 병가를 낼 수 없었던 후배는 임신 4개월 때 버스에 서서 퇴근하다가 하혈을 했고, 그대로 그만... 난 임산부에게 아무도 자리양보를 안했냐며 흥분했지만, 내가 임산부인지, 유산기가 있는지, 누가 알 수 있었겠냐며 후배는 오히려 담담한 척했다.
3) 건물마다 여성휴게실을 만들어주세요.
출산휴가가 끝나기 보름전부터 젖을 말리라는 새언니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출근 전날까지 모유를 먹였다. 마로가 잘 물지 못해 젖병에 짜서 먹이다가 1달만에서야 직접 물리게 된지라 도로 젖을 떼는게 너무 아쉬웠던 것이다. 다행히 마로는 모유건 분유건 가리지 않고 잘 먹었지만, 퉁퉁 불은 가슴으로 출근하는 것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총각들만 우글거리는 벤처회사의 특성상 마땅히 쉴 곳도, 붕대를 갈 곳도 없어서 화장실 안에서 씨름할 때마다 무척이나 서러웠다. 또 생리기간이나 야근을 할 때면 휴게공간이 없다는 게 너무 불편했다. 회사에 건의를 해봤지만 여직원은 달랑 3명뿐이니 난색을 표할 수밖에. 그래서 궁리끝에 생각해낸 것이 주차공간을 건축법상으로 규제하듯이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마다 여성휴게실을 마련하도록 법제화해달라는 것이다.
그후 여성부에 건의사항을 올린 적이 한 번 더 있다. 출산율 장려를 위해 3명 이상 낳으면 보육비를 지원해주겠다고 발표되었을 때이다. 언론에서 출산율 저하가 마치 애낳기 싫어하는 여자들 탓인양 다루어지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난 정말 3명 이상 낳는 게 꿈이다. 하지만 달랑 하나뿐인 아이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보니,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출산율을 장려하고 싶다면, 지방에도 영아 대상 보육시설을 늘려달라(용인에 살 때 그 동네에는 36개월 미만을 맡아주는 시설이 1군데도 없었다), 갑자기 야근을 할 때나 주말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24시간 보육시설을 대폭 늘려달라, 직장내 보육시설 의무기준을 완화해달라, 애가 전염성 질병에 걸렸을 때 맡길 수 있는 병원식 보육시설도 필요하다, 애낳기 싫은 소수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낳고 싶어 안달하는 다수의 불임부부를 위해 의료보험혜택을 늘려야 한다 등등 온갖 요구조건을 늘어놓았었다.
나같은 건의사항을 올린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게 확실하다. 1번이 실현되었고, 직장내 보육시설 의무설치 기준도 '상시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에서 '남녀를 포함한' 300명 이상으로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후자의 경우 조그만 벤처회사에 다니는 나로선 그림의 떡일 뿐이다. IT업계중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 더군다나 상시직 대신 계약직과 임시직 고용이 늘어나는 현재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