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 3학년 담임은 숙제로 거의 늘 작문을 내주신다.
수업시간에 배운 주제 또는 활동으로 글짓기를 해오라는 식.
복습도 되고 글쓰끼 훈련도 되는 일석이조라 나로선 참 마음에 드는 숙제방식이다.
게다가 주말에는 숙제를 안 내주셔서 마음놓고 놀 수 있다는 것도 최고.  

숙제 검사를 하여 <우수작>에 뽑히면 학급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영광도 누리는데,
가장 최근에 뽑힌 마로의 우수작은 과연 자랑스러워 해도 되나 싶은 내용. 

   
 

 오늘 사회시간에 '가족이 화목하면 모든 게 다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가화만사성이라 배웠다. 나는 가화만사성을 처음 들어보았다. 나는 가화만사성을 어떻게 하는지 안다. 서로 감싸주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도와주고 함께 하고 나누는 가족은 아주 좋은 가화만사성 가정이다. 

우리는 가화만사성 가족이 아닌 것 같다. 맨날 아빠가 엄마를 괴롭히고 동생은 가족 속썩이고 엄마는 화났을 때 맨날 벌 세우고... 하여튼 정말 시끌벅적이다. 

김씨와 박씨라는 이야기를 보면 김씨는 돈도 많고 잘 생겼지만 맨날 집에서 고함소리,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박씨는 가난하고 아이가 많은데도 가족이 착하다. 결국 김씨가 잘못을 깨닫고 좋은 길로 갈 수 있게 해주었다. 나도 이제부터 마음씨 착한 사람이 되겠다.

 
   

마로의 진솔함(!)을 높이 사서 우수작으로 뽑으신 듯 한데,
옆지기는 남들이 보면 우리집 사이코라 하겠다며 부끄러워 헀다.
나로선 마로의 작문숙제 중 가장 마음에 들고, 제일 재밌는 거 같다. ㅎㅎ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10-06-28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어떻게 괴롭히시기에...??

조선인 2010-06-2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 모든 옆지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무스탕 2010-06-2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로 자신의 이야기는 없네요 ^^
아빠가 엄마를 괴롭히는 만큼 엄마도 아빠를 괴롭힐텐데 마로한테는 아빠가 엄마를 괴롭히는것만 보이나 봅니다 ^^

행복희망꿈 2010-06-2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3학년의 글솜씨라고는 믿기지 않는데요.^^
조선인님 닮아서 글을 잘 쓰나봐요.ㅎㅎ
우수작으로 뽑힐만 하네요.
사실은 저희집 풍경도 이런데요.^^

전호인 2010-06-28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큰일났군요.
마로가 본 눈높이 기준으로는 심각하다는 얘기에요.ㅋㅋ
요즘 아이들이 참 영악(선의적인)합니다.
어른들이 보이는 모범!
이제 망각해서는 안될 듯 싶어요.ㅋㅋ

ChinPei 2010-06-29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T 역시나, 나보다 훨씬 잘 쓴다. T^T

2010-06-29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언니도 괴롭힘 당하면서 살아요? 하긴, 언니 놀리는 재미도 꽤나 쏠쏠했다지요(나는 놀린 적 없고 주로 구경했지만서두. ㅋㅋ).

조선인 2010-06-2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어머, 무슨 말씀. 전 옆지기 안 괴롭혀요. (``)
행복희망꿈님, 거의 모든 집 풍경일 거라 생각합니다. ㅋㄷ
전호인님, 저 때는 마로가 반성기간이라 불만이 하늘을 찌를 때랍니다. 캬햐햐
친페이님, 아하하, 대신 내용이 왔다갔다 하잖아요.
귄, 그러게나 말이다. 날 장난감으로 여기는 사람이 왜 이리 많니.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0-06-2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풋 읽는 재미가 있는 훌륭한 글인데요 ^^*

조선인 2010-07-01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호호 부끄럽습니다.

같은하늘 2010-07-0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우리집과 똑같은 모습이다. ㅜㅜ

조선인 2010-07-02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 솔직히 말해 방방곡곡에서 찔려할 거 같지 않아요?

순오기 2010-07-04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솔직한 글쓰면 엄마가 싫어한다고~ 아이들도 적당히 포장해서 쓰더라고요.
우리딸 5학년 일기에 있는 그대로 얼마나 리얼했던지,
신규인 담임샘~ 무슨 일 있냐고 상담요청하더라고요.ㅋㅋ

아이들의 솔직한 글쓰기, 엄마들 때문에 못한다는 사실을 알 사람은 다 알지요.ㅋㅋ
그러니까 이 상은 마로와 엄마가 같이 받는 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