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Pink Floyd와 산울림의 팬이라고 자처합니다.
우리 딸은 문근영처럼, 우리 아들은 이승기처럼 자라면 참 좋겠다 생각합니다.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에 가서 내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지금껏 팬클럽에 가입할 생각 같은 건 해본 적 없는데,
한겨레 허재현 기자의 블로그를 읽다가 제대로 울컥하여
태어나서 처음 팬까페에 가입해봤습니다. 

덕분에 김제동씨가 경북 영천 출생인 것도 알았고(전 대구 출생입니다. 근처죠.),
저처럼 신문방송학과를 나왔으며(학교야 다르지만),
혈액형이 같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어쩌면 헌혈해 줄 수도 있는 사이).
별 거 아닐 수 있는 우연이 괜시리 다가오는 건,
그가 정말 좋아졌다기 보다 이 5년이 정말 힘들구나 라는 생각 때문이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에 그의 팬이 되어볼 작정입니다.

(이하 펌 글: http://blog.hani.co.kr/catalu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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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노컷뉴스.jpg
 
김제동씨는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추도식 사회를 마친 뒤였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제동씨는 그 비를 고스란히 다 맞으면서 대통령님의 ‘아주 작은 비석’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빗줄기가 제동씨의 옷속으로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한 아주머니께서 김제동씨를 발견하고는 울먹이며 다가오셨습니다.
뭔가 웅얼거리시는데 잘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제동씨는 아주머니를 조용히 품에 안으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제동씨에게서 들리는 나지막한 소리.
 
“저는 괜찮을 겁니다. 저는 괜찮을 겁니다.”
 
제동씨도 함께 울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제동씨의 품에 안겨 무엇을 물었는 지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
.

아주머니는 제동씨의 품에 5분 가까이 안겨 계셨습니다.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며, 제동씨의 품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제동씨는 뿌리치지 않았습니다.
아주머니가 충분히 위로받을 때까지 등을 토닥여주었습니다.
 
제동씨는 말 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분, 잘 계실 겁니다.”
 
아주머니는 그제서야 제동씨의 품에서 나오셨습니다.
 
                김제동위로1.jpg
 
                김제동위로2.jpg
 


김제동위로4.jpg

김제동위로3.jpg
 
 
김제동씨는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정권에 밉보였습니다.
대통령님을 추모하고 대통령님을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로한 죄입니다.
좌와 우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인 것을 모르는 정권입니다. 
 
방송국에서 자꾸 밀려나고 있습니다.
제동씨가 “저는 괜찮을 겁니다” 하고 울먹이며 말했지만,
괜찮을 리가 있겠습니까.
아닌 것, 제가 다 압니다.
온 국민이 다 알겁니다.
 
자기는 괜찮다며 아주머니를 위로하는 그 모습을 보는 제가 다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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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5-2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요.
오늘은 아침부터 민주노동당을 후원했다고 전교조가 생긴이래 최대인 169명이 해고 파직된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또.. 김제동씨가 518에 비속에서 주먹을 불끈쥐고 있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생각납니다.
아 참 어려운 시절입니다.
선거운동 하러 부지런히 다녀야겠습니다.. 휴 =.=

비로그인 2010-05-2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분에 멋진 팬!!!!

Mephistopheles 2010-05-2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도현씨가 부른 김재동 송을 한번 들어보세요. 그의 대부분이 담겨있기도 하죠.

건조기후 2010-05-2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그의 팬카페 회원이에요. 가입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반갑^^:

조선인 2010-05-2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하는 세상입니다.
마기님, 팬까페라는 데서 뭘 해야 하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님, 그런 노래도 있군요. 몰랐어요.
건조기후님, 저야말로 초짜중의 생초짜입니다.

알케 2010-05-2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표로 그를 지키고 악당들을 심판해야죠

땡땡 2010-05-2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우회에서 7월 3일 김제동 토크콘서트 한다던데요 =3=3=3

gimssim 2010-05-2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하루종일 마음은 봉하마을에 가 있었습니다.
근데 예수쟁이라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저와 김제동씨는 성도 같고 '제'자도 같고, 고향이 영천인 것도 같으니 항렬을 한 번 따져 봐야겠습니다.
제가 우리 아이들에게 즐겨 쓰는 말.
'역사는 일등만을 기억할 지 모르지만 그 역사는 수많은 이등에 의해 움직인다'
전교조 교사 출신이었던 남편을 가지고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이런저런 뉴스에 마음이 아픕니다.

조선인 2010-05-2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오, 그래요? 솔깃합니다.
중전님, 아, 좋은 말입니다.

레와 2010-05-24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가 되시면 제동씨의 '토크 콘서트'도 꼭 가보셔요! ^^

글샘 2010-05-24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din.co.kr/silkroad/529458
http://blog.aladdin.co.kr/silkroad/529457
http://blog.aladdin.co.kr/silkroad/529456
제가 6년 전에 스크랩했던 기사들입니다. 한번 보고 가셈.

조선인 2010-05-24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와님, 넵, 민우회 토크콘서트에 가보려구요.
글샘님, 고맙습니다. 늦깎이 팬에게 좋은 공부가 되었어요.

L.SHIN 2010-05-25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남자입니다. 멋지군요.
그의 토크 콘서트에 가보고 싶습니다.

같은하늘 2010-05-25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는 정말 따뜻하고 멋진 사람 맞습니다.
제가 원래 글을 잘 못 써서 이런 글 잘 안올리지만, 저도 작년에 울컥해서 김제동씨 이야기를 쓴적이 있으니 말 다한거지요.

조선인 2010-05-25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Shin님, 네, 참 좋은 남자네요. 좋은 여자를 만나길 기원합니다.
같은하늘님, ㅎㅎ 제가 왕늦깎이네요.

2010-05-25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0-05-2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고맙습니다. 기대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