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닥본사는 아니지만 재방송으로 '지붕 뚫고 하이킥'을 챙겨보는 편이다. 이 발랄한 시트콤은 사회의 아픈 구석도 요소 요소 짚어주어 감동까지 주는 편이다. 옆지기는 엄마 없는 세경 자매와 신용불량자로 원양어선을 타는 아버지의 재회 장면을 보고 한참 울어 나의 놀림감이 되었을 정도. 그런데 극 진행상 필요한 설정이다 싶어도 너무 과해 몹시 마음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다. 과연 언제나 개선될 것인가.
1. 한 달 월급 60만원
세경은 상주 가정부이다. 드라마 상에서는 자매 모두에게 숙식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단돈 60만원의 월급을 주는데-그나마 50만원에서 인상된 급여이다-, 과연 이게 타당한 액수일까.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세경의 시급은 4,000원. 하루 8시간 근무이고 한 달 근무일수를 25일로 계산하면 4,000원x8시간x25일로 80만원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세경의 경우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의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항상 잔업에 시달려야 하고, 야간에도 24시간 대기 상태이다. 아침 준비하는 출근시간이 6시이고, 저녁 설겆이까지 마치는 퇴근시간이 9시라고 치자. 매일 7시간을 초과근무하는 셈이니, 시간외 수당을 1.5배로 계산하면 6,000원x7시간x25일=105만원이 가산된다.
거기에다 내가 매번 챙겨보지 않아 장담을 못하겠지만 세경은 일요일이라고 노는 거 같지 않다. 그렇다면 휴일수당(유급휴일통상일급100%+근로제공에따른통상일급100%+휴일근로수당50%=도합2.5배)을 계산해 1만원x15시간x5일=75만원이니 총 월급은 260만원이 된다.
즉 이순재 가족은 숙식 제공 명목으로 200만원을 제하는 셈이다. 한 끼 식비를 후하게 5천원으로 계산하면, 세경의 1달 식비는 5000원x3끼x30일은 45만원이 된다. 신애의 경우 주중에는 학교에서 점심 급식을 먹으니 20끼가 제해져 35만원이라고 하면, 방세가 자그마치 120만원이 되는 꼴인데, 옷방 월세치고 과하다.
결혼축의금 200만원과 세경 월급이 바뀌었을 때, 이 기회에 드디어 세경 월급이 인상되는구나 살짝 기대했는데, 그저 무위로 돌아갔다. 이순재 100일 기념 이벤트 비용 3천만원 때문에 긴축재정을 선포할 때 세경이 고작 60만원이라는 임금을 안 깎이려고 애쓰고 매일같이 성실히 보고하는 장면 역시 울화통이었다. 아무리 구두쇠 사장 이순재 집안과 가난한 세경 자매를 대비시켜 현실을 풍자한다고 하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2. 사생활 없는 세경 자매.
두 자매는 옷방에서 잔다. 즉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온 식구가 무시로 드나드는 공유 공간에 얹혀 사는 건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식구들의 행태가 심하다. 현경이고 해리고 밤낮 가리지 않고 손기척도 없이 벌컥벌컥 방문을 열어제끼는 게 예사다. 옷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지훈조차 잠자는 자매의 방을 한밤중에 살금살금 들어가곤 한다. 세경의 극중 나이가 22살이라 과년한 처자이고, 신애 역시 9살 여자아이인 걸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상식밖의 일이다. 해리의 무신경 역시 도가 넘는다. 제멋대로 버릇없는 아이가 해리의 설정이라고 하지만, 툭하면 세경의 핸드폰을 가져가 제 것인양 이것저것 뒤져보고 마음대로 설정을 바꿔 버린다. 신애의 물건을 서슴없이 뒤지고 가져가기도 일쑤다.
두 자매에게 사생활 보장이란 너무 요원해 보이는데, 아직까지는 이를 문제시하는 내용이 다뤄진 적이 없다. 언젠가는 둘 만의 방이 만들어지는 내용이 꼭 다뤄지길 간절히 기원한다.
3. 뻥 뚫린 개구멍
거침없이 하이킥의 개구멍은 민용이 몰래 집안을 드나들 수 있게 하기 위한 모성애의 산물이라면, 지붕뚫고 하이킥의 개구멍은 제 성질을 못 이긴 현경의 발차기의 산물이다. 준혁은 온전히 피해자인 셈이다. 또한 민용의 개구멍은 빙 돌아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불편을 봉타기로 손쉽게 감소해주는 반면 준혁의 개구멍은 비좁게 기어들어가야 하므로 편리해 보이지도 않는다.
사생활 노출 문제는 더 심각하다. 민용의 개구멍은 평소 생활이 이뤄지지 않는 다용도실과 이어진 반면, 준혁의 개구멍은 2층 거실과 연결되어 있어, 식구는 물론 과외선생이고 학교 친구들이고 개구멍을 통해 준혁의 방 상황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준혁만 관찰되는 게 아니라 개구멍을 드나드는 사람, 특히 미니스커트를 입은 정음 역시 관찰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Peeping Tom은 극대화된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민용의 개구멍 폐쇄 사건이 다뤄진 적이 있는데, 준혁의 개구멍은 어떻게 다뤄질지 관심 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