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만약 건축가가 되면 돈 많이 벌어서 아주 큰 집을 지을 거야. 그리고 엄마, 아빠, 해람이 모두 데려와 살 거야. 그리고 가구랑 가전도 새로 살 거야. TV랑 냉장고랑 하나씩. 침대는 아빠꺼, 엄마꺼, 내꺼, 모두 세 개 사고."
"그럼 해람이는 어디서 자니?"
"해람이? 지금처럼 나랑 같이 자면 되지. 음, 그리고 옷장이랑 서랍장도 있어야겠다. 새 옷도 사야지. 나랑 해람이는 열 벌, 엄마랑 아빠는 여섯 벌"
"야! 왜 너랑 해람이는 많이 사고, 엄마랑 아빠 옷은 조금 사는데?"
"알았어. 그럼 한 벌씩 더해줄게. 일곱 벌. 됐지?"
"내 말은 왜 엄마, 아빠는 옷을 더 조금사야 하는지 궁금하다 이거야."
"그 때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잖아. 외출할 일이 적을 거 아냐. 그러니까 일곱 벌이면 충분해. 속옷은 똑같이 세 벌씩 사줄게. 신발은 샌달이랑 운동화 한 켤레씩. 뭐, 이 정도 사면 되겠지."
"빨래는 어떻게 해? 세탁기도 없는데."
"그건 욕조랑 큰 대야 사줄게. 발로 빨아. 전기도 절약되고 운동도 되고 좋잖아. 또 빼먹은 거 없나? 아, 맞다. 해람이 책상도 하나 사야지. 책장도 살까? 음, 아냐. 책을 더 많이 사게 되면 그 때 책장도 끼워달라고 하자. 지금도 책장은 많으니까."
바로 며칠 전까지 디자이너였는데, 이젠 건축가란다.
그나저나 왜 엄마, 아빠가 침대를 따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외출을 더 적게 할 거란 편견은 버려!
에, 또, 무슨 책을 사면 책장을 끼워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