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림열전의 저자와 함께하는 역사기행 - 여주, 영월
영월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카르스트 지형 중 하나이다.
영월하면 흔히 동강을 떠올리지만 읍내를 구비 구비 도는 건 서강이요,
서강과 한 줄기로 이어진 창천강이 만들어낸 걸작이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이다.
별표 한 저 지형을 선암마을 뒷산에서 보면 영락없는 한반도가 된다.
위성지도 왼쪽 위로 보이는 길을 따라 가다가(네비게이션에도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이 나온다)
표지판 있는 곳에서 내려 300미터 남짓 걸어가면 된다.
마침 전날 비가 많이 내려 온통 황토물이지만 원래는 물이 참 맑은 곳이란다.
저 아랫마을까지 트레킹 코스가 이어져 있는데 마을에 가면 뗏목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들과 부모님만 아니라면 가벼운 등산을 즐길 만 하나,
잘 닦인 등산로가 아니라 '산길'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한반도 지형 외의 자연 풍광은 훌륭하진 않다.
위성 지도로 알 수 있듯이 산 전체가 온통 석회암 채석장인 도덕산 외에도
마을 주변 여기 저기 채석장과 시멘트 공장이 널려 있다.
한 번 놀러간 우리야 알 수 없겠지만 선암 마을 사람들은 그 분진과 소음으로 고생이실 거다.
한반도 지형과 비교하라고 지도 한 장 세워놓은 걸 소박하다 할지 안스럽다 할지 싶은데,
감입곡류천이니 어쩌니 어려운 말 안 쓰더라도
물에 잘 녹는 석회암 지대를 따라 구비구비 물길이 만들어낸 우리나라를 구경해 보시라
몇 글자 적은 안내판이 있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다운 생각을 해버렸다.
내려오는 길에 마을 주민이 파는 칡즙을 한 잔 사 마셨는데,
종이컵 한 잔에 천원이 아깝지 않게 시원한 즙을 그득이 따라주시고,
톡 쏘는 진한 맛이 일품인지라 계피향이라도 첨가했냐 넌지시 물었더니
아저씨는 펄쩍 뛰며 어제 오후 직접 캔 칡이고 오로지 칡만 통째로 갈은 거라며 억울해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