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가 국경에 합격하여 무사히 일품을 땄다는 걸
금요일 저녁(그게 벌써 5월 29일 적 얘기다) 태권도학원에서 돌아온 딸이 맨 띠를 보고 알았다.
딸아이가 태권도학원의 짖궂은 남자아이들을 힘들어 할 때마다 약속한 것이
품띠를 딸 때까지는 계속 노력해보자는 것이었는데 드디어 그 때가 온 것이다.
막상 아이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고, 결국 결론을 못 내 6월 한 달을 더 다니기로 했다.
그동안 의논해본 결과 여름에는 더우니 작년처럼 수영을 다니고,
2학기에는 태권도를 쉬는 대신 학교의 방과후 교실을 다니되,
겨울방학이 되면 시간이 많이 남으니 태권도학원을 도로 다니기로 했다.
결론을 짓고 그만 울컥하여 요새 유행어처럼 '니들이 고생이 많다'라며 딸아이를 꼭 안아줬다.
그리하여 어제가 마지막으로 태권도 학원을 나간 날이니,
오늘은 퇴근하는 길에 들려 관장님과 사모님에게 인사를 드려야겠다.
각설하고, 품띠를 딸 때까지 꾸준히 해낸 축하로 옆지기는 선물을 약속했고,
마로는 거침없이 '코렐라인'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제는 영화관에 가는 게 자연스러워졌나 보다.
불만 꺼지면 무섭다고 울던 녀석이 이렇게 씩씩해진 것도 다 태권도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음... 잘 만들어지긴 했지만... 여러 모로 불편했다.
일에 바빠 코렐라인의 상황을 눈치 못 채는 못난 부모의 모습에 내가 자꾸만 투영되었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우리 부모가 최고라고 아이에게 교훈을 강조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너무 꺼림찍하여 끝나고 소감을 물어보는 내게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사진을 찍자 하니 아이가 희한한 포즈를 취한다.
벌써 어른흉내를 내고 싶어하는 때가 온건가 싶어 순간 기분이 묘했다.
옆지기와 누나는 냉방이 세다고 겉옷을 걸쳤는데, 해람이는 민소매 바람으로도 땀을 흘린다.
확실히 해람이는 내 체질을 물려받았나 보다. -.-;;
동생과 왁자지껄 노는 걸 보면 포즈 하나 가지고 내가 너무 걱정이 많았나 싶기도 하다.
해람이에게 마로처럼 착한 누나가 있는 게 다행인 것처럼
누나에게도 해람이라는 천방지축 동생이 있어 천진한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