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인 건 알지만.
입학식은 운동장에서 이뤄졌다.
6학년 언니 오빠들과 짝을 지어 섰는데,
그 모습을 보고 마로가 학교에서 나대지 않을까 걱정했던 건 싹 사라졌다.
아무리 산만한 여자아이도 침착한 남자아이 하나 못 당한다는 말이 맞나보다.
여자애들은 언니들 손잡고 가만히 줄 서 있는데, 남자애들은, ㅎㅎㅎ, 형님들이 꽤나 고생했다.
엄마는 누나 사진 찍으랴, 선생님과 안면 익히랴, 다른 엄마들에게 명함 돌리랴 바쁘기만 한데,
해람이는 오로지 안아줘 공격 외엔 아무 생각 없다.
(누나가 있어서 그런지 해람이는 늘 저도 핀 꽂아달라고, 머리띠 쓰게 해달라고 조른다.)
결국 희생양이 된 건 아빠.
입학식이 끝날 무렵 아빠는 초죽음이 되었고, 땅이 꽤 질었던 터라 양복도 엉망으로 망쳤다.
입학식만 하고 해산하는 줄 알았는데, 교실에서 워크샵(?)이 진행되었다.
교과서며 가정통신문을 나눠주신 뒤 선생님이 편지글을 따로 더 복사해서 나눠줬다.
다 그러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별도로 편지글을 나눠준 건 마로 반뿐이었다고 한다.
이날부터 담임선생님의 진가를 알아봤어야 했는데.
입학 당일 출석부를 만든다며
일일이 디카로 아이들 사진 찍었던 것도 마로 선생님뿐이었다고 한다.
4년차이고 1학년 담임은 처음인 분이라고 걱정했던 건 정말 기우.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별도 페이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