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인 건 알지만.

입학식은 운동장에서 이뤄졌다.
6학년 언니 오빠들과 짝을 지어 섰는데,
그 모습을 보고 마로가 학교에서 나대지 않을까 걱정했던 건 싹 사라졌다.
아무리 산만한 여자아이도 침착한 남자아이 하나 못 당한다는 말이 맞나보다.
여자애들은 언니들 손잡고 가만히 줄 서 있는데, 남자애들은, ㅎㅎㅎ, 형님들이 꽤나 고생했다.



엄마는 누나 사진 찍으랴, 선생님과 안면 익히랴, 다른 엄마들에게 명함 돌리랴 바쁘기만 한데,
해람이는 오로지 안아줘 공격 외엔 아무 생각 없다.
(누나가 있어서 그런지 해람이는 늘 저도 핀 꽂아달라고, 머리띠 쓰게 해달라고 조른다.)



결국 희생양이 된 건 아빠.
입학식이 끝날 무렵 아빠는 초죽음이 되었고, 땅이 꽤 질었던 터라 양복도 엉망으로 망쳤다.



입학식만 하고 해산하는 줄 알았는데, 교실에서 워크샵(?)이 진행되었다.
교과서며 가정통신문을 나눠주신 뒤 선생님이 편지글을 따로 더 복사해서 나눠줬다.
다 그러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별도로 편지글을 나눠준 건 마로 반뿐이었다고 한다.
이날부터 담임선생님의 진가를 알아봤어야 했는데.



입학 당일 출석부를 만든다며
일일이 디카로 아이들 사진 찍었던 것도 마로 선생님뿐이었다고 한다.
4년차이고 1학년 담임은 처음인 분이라고 걱정했던 건 정말 기우.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별도 페이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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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4-03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표정이 밝을수가. 웃어도 그냥 웃는게 아니라 활~짝! 마로를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어요.
그래 마로야, 학교 재미있게 다니기 바란다. 아자!

무스탕 2008-04-03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저렇게 고깔을 씌워놓으니 그것도 재미있네요 ^^

선생님께서 정말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신경을 쓰고 계시군요. 마로야 학교생활 재미있게 진내라~ ^^*

2008-04-03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8-04-0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마로도 요샌 사진기 들이대면 간살을 부려요. 몰래 찍어야 저렇게 활짝 웃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답니다. ㅋㅋ
무스탕님, 1학년생 모두에게 씌울 고깔모자를 만드느라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어 전 살짝 눈살이 찌푸려졌어요. 선생님의 정성을, 애정을, 꼭 저런 식으로 표현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요. 저, 참 꼬였죠?
속닥님, 세월이 생각보다 참 빨라요. 그죠?

순오기 2008-04-03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주인공인데, 난 핀 꽂고 우는 해람이보고 막 웃었어요. 누나 밑에서 크는 머슴아들의 특징이기도 하다죠! 우리 아들도...^^
마로의 똘똘한 모습이 눈에 화악~ 띄는군요. 선생님의 그 마음도 변치 마시길......

울보 2008-04-03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입학을 하면서 머리카락을 잘랐군요,
마로 학교 잘 다니고 있지요,,
많이 자랐어요,,

마노아 2008-04-0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해람이는 꽃핀을 꽂아도 예쁘군요!

토트 2008-04-03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젤 예쁘네요. 저 분홍색 구두 마로가 골랐겠지요?ㅎㅎㅎ
제 조카도 이번에 학교 갔어요. 이 녀석 땜에 걱정이 많은데 마로는 똘똘하게 잘 지낼거 같아요.^^

sweetmagic 2008-04-0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그러고 보니...
마로야 ~ 축하해~~!!!!!!!!

조선인 2008-04-04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정말 믿음직한 선생님이세요. 자그만 체구에도 카리스마가 넘치십니다. 물론 사랑도요.
울보님, 태권도 학원 다니게 되면서 단발로 바꿨어요.
마노아님, 머리띠 쓰고 이쁜 짓 할 때 사진도 언젠간 찍고 말겠어요!
토트님, 물론 마로가 골랐지요. 분홍색 애나멜 구두를 마다하는 여자아이가 있겠습니까? 하루만에 헌신짝을 만들었지만요.
스윗매직님, *^^*

프레이야 2008-04-05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무척 행복해 보여요.
정말 좋은 선생님 같아 마음도 놓이구요. 한 해가 선생님 마음에 얼마나
많이 달렸다구요. 에궁 해람이 핀 꽂은 얼굴 넘 귀여워요. 까꿍~

조선인 2008-04-05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 주말이야기장이라는 걸 만들어서 매주말마다 개인통신문을 만들어서 보네요. 게다가 답장으로 일기를 쓰게 하면 꼭 손수 몇 마디라도 적어주세요. 대단한 정성이시죠?

털짱 2008-04-08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이뻐라.

조선인 2008-04-0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kimji 2008-04-1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북이지만;; )
축하축하, 왕축하요!
마로야, 학교생활도 잘 해 낼거라는 건 너무 당연해서, 그저 건강하라는 기원만 잔뜩 하고 간다!! 얍!

조선인 2008-04-1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북친 제가 잘못인 거겠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