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빛>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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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빛 ㅣ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는 재미를 찾기 위함이기도 하겠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 하는데 있다고 한다. 간혹 접하는 일본 소설에서 느끼게 되는 것은 유독 인간의 어두운 부분인데 이 책 또한 다르지 않다. 덮어두고 싶은 그런 감정을 소설의 구성원들 대부분에게서 발견하게 된다면 이는 유쾌하지만은 않은 그런 경험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무언가 어둡고 소설 도입에 풍기는 악취가 섞인 비릿한 냄새가 나는 듯 한 그런 기분. 아마도 소설 속 인물들과 그들의 사고가 이전의 사고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것에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한적하고 고요한 외딴 섬마을에 갑작스레 닥친 쓰나미로 온 마을 사람이 죽어버렸다. 열 네 살의 노부유키는 예쁜 소녀였던 미카를 사랑하는 철부지 소년이었고, 다스쿠는 이런 노부유키를 따르던 더 어린소년이었던 시절의 일이었다. 이들 셋은 우연한 계기로 섬에서 생존한 소수의 인물이 된다. 섬에서 반드시 사라졌어야 할 어른 셋이 살아남은 것은 어찌 보면 인생이라는 과정의 아이러니를 나타내기도 하고 이들 셋의 인생에 검은 빛을 드리운 원인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미카를 욕보이려던 관광객을 죽인 노부유키의 행동은 쓰나미와 더불어 영원히 잊혀 져야 할 과거였지만 이를 목격한 인물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과거의 사고와 멀어지려는 노부유키에게 접근한 다스쿠가 대표적이다. 살인을 목격하고 노부유키에서 더더욱 집착하는 다스쿠는 어린 시절 아동폭력에 시달려온 피해자다. 자신의 경우에는 무덤덤하게 모른 척 행동으로 일관해 왔던 노부유키가 미카를 위해서는 살인까지 일삼는 것을 보고는 원망한다. 노부유키를 믿는 것 만큼이나 미워하는 것도 멈추지 못해 그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고, 예전의 살인 사건으로 협박을 가하기도 한다.
다스쿠는 노부유키에 의해 죽게 되고, 이 사실을 미리 짐작했던 다스쿠에 의해 노부유키의 아내 나미코는 사건 전모를 알게 된다. 미카에게로 향했던 노부유키는 미카에 의해 철저히 자신의 이상을 짓밟히며 아내에게로 돌아온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아내는 그런 남편을 다시금 받아들이고 끊임없는 의심과 불안을 가슴에 넣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안한 날들일지도 모르는 그런 날들을 위해 진실을 묻는다.
결국 검은 빛은 살아남은 자 모두의 가슴에 자리했다. 다스쿠의 죽음으로 끝난 과거에 대한 협박은 멈추었지만 다시금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에 새겨진 검은 빛처럼. 폭력은 그것이 자연적인 것이 되었든 인위적인 것이 되었든 그 자국을 깊게 새겨놓는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의 이야기에 내재된 의미가 많으면 많을수록 읽는 재미도 있거니와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아 후일에도 꺼내 보고 싶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지나치게 어두운 면만을 부각시킨 책인지라 읽은 후에도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다시금 읽어보고 싶은 책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