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마음>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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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마음 - 시인 문태준 첫 산문집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동안 더위에 지쳐 책읽기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더위가 가져간 내 속의 의지는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하염없이 잠으로만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고는 책 속의 내용에 일치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고는 다시 마음을 다잡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는 문태준님은 이토록 뜨거운 햇살마저도 감사하고 사랑해야할 대상임을 인식하도록 도와준다. 여름날 한가로이 낮잠으로 인해 시간을 낭비하는 이에게 다그치거나 타박 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다시금 힘을 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이 책은 그렇게 조용하게 내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책이었다.
삶을 행복하게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되도록 빠르게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도 웰빙이란 것이 또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느림에 대한 철학이 단연 돋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말로만 생각으로만 하는 생활방식일 것인데. 문태준님의 글을 읽으며 그 속에서 보여 지는 저자는 진정 웰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도 삶의 크기가 거대해 보이지도 않는 저자의 일상은 항상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길 가의 작은 꽃 하나, 작은 새 하나에게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있는 글은 시보다는 길긴 하지만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생각하게 하는 바가 크다. 때로는 글을 통해 연상되는 옛 기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가도 곧 당시 기억에서 맡은 수 있는 추억의 내음으로 미소를 짓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글에서는 이루 말 할 수 없는 사랑의 힘이 전달되기도 했다.
이토록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문태준님의 삶의 방식은 어떠한 걸까. 바로 마음에서 비롯된 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기도 하다. 글 모퉁이 마다 적은 글귀들에서 우리의 마음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그런 보자기와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덥다고 삶을 내동댕이쳐 버린 내 자신을 다시 싱그럽게 만들 수 있는 이도 바로 나였던 것이다. 알고 있는 것도 때로는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 것도 좋을 일이다. 마음을 열면 이런 깨달음도 조용히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