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가족>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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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가족 ㅣ 카르페디엠 17
샤일라 오흐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9년 6월
평점 :
휴가를 떠나며 가방 속에 넣었던 책. 얇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골랐는데 내용은 어떠할지? 이거 원 가볍게 머리를 식히고자 떠난 여행지에서의 일들보다 더 유쾌한 이야기들이 이곳에 있다니. 야나와 바넥 할아버지의 일상은 좋은 일이라고는 없어 보이지만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얼마나 독특하고 사랑스러움의 매력을 발산하는 2인조 가족인지! 책은 가볍지만 그 안의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그런 책이라는 말이다.
사춘기 소녀와 할아버지. 소녀는 일상의 일 그리고 변화하는 신체의 일들에 관해서까지 자신의 목소리들과 대화를 하며 괴팍한 노인의 이미지를 가진 할아버지는 “내가 인생이야”하며 이들과의 대화를 못마땅해 한다.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은 대화에서도 종종 마찰을 겪고는 한다. 가끔 가진 것이 없어 부끄러움을 가지는 손녀에게 날 선 비판을 늘어놓고는 하는 할아버지의 말은 이를 보여주고 있다.
할아버지로 말할 것 같으면 엄청나다. 막무가내인 것 같지만 세상의 모든 이치를 이미 체득하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폐지 줍기로 인해 유행지난 지식들이긴 하지만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으며 세상의 근심거리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당당함을 갖췄다. 공무원들을 믿지 못하는 점도 그렇지만 그들을 골탕 먹이는 일에서 재미까지 느끼는 수상한 노인이다. 손녀인 야나의 일까지 사사건건 참견하는 통해 이제 막 사춘기를 겪고 있는 손녀의 가슴을 철렁하게도 한다. 과연 바넥 할아버지의 진심은 무엇인지 하는 의심까지 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노인이다.
거칠 것 없는 야나와 할아버지에게도 근심의 날이 찾아왔다. 더 가난해졌기 때문도 아니고 고난의 날들이 왔기 때문도 아니다. 국가의 배려로 인해 할아버지는 양로원에 야나는 기숙사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둘은 각자 헤어져야 했던 것이다. 형편은 좀 나아졌는지 규칙적인 생활로 인해 해마 같던 할아버지는 살이 오르고 있었다. 이를 보는 야나의 감정은 두려움과 배신감이 뒤섞여 복잡했기 때문에 양로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의 요구를 무시하기에 이른다. 결국 기숙사로 침입한 할아버지의 기막힌 행동으로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되었지만 말이다.
가족 간의 사랑을 말로 표현해야만 알 수 있을까? 물론 말은 사랑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저절로 알게 되는 무언가가 가족을 묶어줄 수 있는 것 같다. 결국 할아버지를 원하는 손녀와 손녀를 원하는 할아버지의 진심은 통했다. 언제가 헤어지게 될 날이 찾아와 상실감과 고통에 힘들 날이 오겠지만 아직은 함께 하는 것이 좋다라는 진심 말이다. 굳이 피로 맺은 가족이 아니라 하더라도 야나와 바넥 할아버지의 유대감을 가질 수 있다면 이 또한 충분하지 않을까.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커다란 주제 외에도 할아버지의 말들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생각할 거리들은 이 책을 읽는 소득 중 커다란 일부라는 사실도 말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