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3 -막을 내리다-

<밀레니엄 3 - 상, 하>을 리뷰해주세요

밀레니엄 3 - 상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 ㅣ 밀레니엄 (아르테)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박현용 옮김 / 아르테 / 2009년 6월

밀레니엄 1부, 2부 그리고 3부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추리소설에 심취한 이도 아니었기에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만은 아끼지 않으려 한다. 2부 서평에서도 밝혔듯이 스티그 라르손은 현존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아쉽게도 3부에서 기쁨 맛보기를 그쳐야 할 것 같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다는 것이 현재 나의 충분한 기분이다. 물론 3부에서 대략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밀레니엄 시리즈가 원래 단독 사건을 해결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래도 3부를 더 재미있게 읽고자 하는 이들은 1부는 그렇다 치고 꼭 2부는 먼저 읽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함을 이야기 하고 싶다. 3부는 2부의 연속이기도 하며 그 결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그와 미아 부부의 살해 사건 이후 리스베트의 위치가 매우 불리해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범인은 니더만이었으며 살라첸코와 한 팀이었고 부자지간이었다. 살라첸코는 소련에서 활동하다가 스웨덴에 망명한 정보원이었기에 그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으로 사포에서 최대한 그의 뒤를 봐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사포란 미국의 CSI 혹은 대한민국의 안기부와 같은 비밀조직이었으므로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 필요한 기구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냉전 이전의 소련과 적대적이지 않으려 한다면 살라첸코의 움직임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포 내에서도 비밀 분파 조직 ‘섹션’이 등장한 이유다. 살라첸코는 조금도 조심성이 있는 인물이 아니었으며 폭력적이고 악마적인 성향이 다분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리스베트의 엄마를 수시로 폭행했으며 그 결과 뇌조직이 파멸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힌다. 그로 인해 어릴 적 리스베트의 공격을 받아 큰 화상을 당하기도 한다. 리스베트의 어릴 적 고통은 모두 그의 아버지로 인해 벌어졌으며 그를 보호하려는 조직에 의해 가중된다. 닐스 비우르만의 후견 조치를 받기 전 정신병동에 감금되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데 당시 그녀를 담당했던 텔레보리안이라는 정신과 의사는 사포의 ‘섹션’과 모종의 계약을 맺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이 3부에서 밝혀진다.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지 않기에 내용은 상당히 분석적인 것이 그 특징이라 할 만하다. 하나하나 증거를 밝히고 사건의 연관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내용의 대부분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모든 사건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인정하려 하지 않는 사포 내 ‘섹션’의 옛 정보원들의 행동이다. 국가의 안보와 존립을 위해 애국심을 불태우는 이들의 모습은 가히 비정상적인 면모를 지닌다. 누구를 위한 국가이고 국가안보인지 리스베트와 같은 국민의 기본권마저 박탈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행동하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의 모습과도 겹쳐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블롬크비스트는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리스베트는 다시 한 번 사건을 은폐하려는 사포 내 ‘섹션’과 결탁한 엑스트룀 검사와 텔레보리안 박사의 이중 공격을 견뎌야 했다. 폐쇄된 병동에 상처입고 홀로 남은 리스베트를 향해 또 한 번의 조작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리스베트를 돕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쉽지 않았다. 사포에서도 이번 사건을 미카엘과 공조하여 풀고자 하는 의지가 뚜렷했다. 명백한 범죄행위로 간주했고 더 이상 국민의 기본권을 묵살하는 비밀조직의 필요성은 인정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이한 책임감을 가졌던 ‘섹션’은 제동을 걸지 않았고 재판에서 드러난 사건의 전모를 통해 자기 파괴의 길을 걸어야 했다. 흥미진진한 재판 과정은 또한 이 책의 즐거움을 한 층 드높이고 있다. 완벽한 무죄 그리고 국가조직의 손해배상 판결이 바로 리스베트에게 돌아가야 할 마땅한 결과인 것이다.

최대 복지 국가로 널리 이름을 알린 스웨덴이라는 국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사건들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는 차고도 넘친다. 국가 조직의 비대함과 남녀 불평등의 시선으로 말미암은 여러 가지 사회문제 등은 비단 특정한 국가의 것이 아님을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모든 국가에 내재된 취약점들을 극단적으로 드러내어 소설을 만들어 내었고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모든 점들을 차치 하더라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생각을 멈추는 요소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일관되게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을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일이지만 사건의 고리를 연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이 책이 가져다주는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