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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지음 / 녹색평론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세계화"라는 말에 아주 친숙해졌다. 처음 세계화라는 논의가 시작될 때는 꿈이라도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꼈다. 세계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채 단지 세계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니 너도 나도 할 것없이 문호개방을 대비하여 영어를 배우는 등 자신의 내실을 다져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미국이라는 거대자본에 의하여 조정되는 세계화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우리가 여태까지 기만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이 국민적인 참여를 유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특히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이나 찬성하는 사람이나 모두가 신문이나 TV등의 매스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기사에만 의존하여 자신만의 시각이 없이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어서 제대로 된 자신만의 주장이 없다. 그런 시점에서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단순한 정보제공형의 내용이 아니라 WTO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과 자유무역협정이 생성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가 과연 한·미 FTA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만약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현 정권의 어떠한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서의 철학적 물음을 던지면서 마지막으로 한·미 FTA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소개해 두고 있다.
아무래도 이러한 시사적인 경제문제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게임이론과 같은 경제학 이론을 소개하면서도 아주 쉽게 읽힐 수 있도록 풀어쓰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일반인들의 가장 큰 관심분야라고 할 수 있는 자신들의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즉 자신들의 직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화라든지 우리 국민들의 절대적인 관심사인 집값 문제 등 다양한 범위의 것들을 폭넓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광범위한 이야기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한 경제적인 논리로만 접근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사회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하여야 한다는 지은이의 신선한 발상이었다. 우리 사회가 어떠한 가치를 중요시 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열린 마음에 바탕을 둔 합의와 충분한 토론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은이는 "외교부가 주장하는 한·미 FTA가 한국 경제의 유일한 대안이다라는 명제는 경제학적인 의미에서는 잘못된 명제에 해당하고, 남는 것은 오직 철학적 의미밖에 없다. 따져보자면, 한국의 외교관은 경제학 용어로 철학을 하는 셈이다"(본서 제175쪽 참조)라면서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리고 지은이는 헌법 72조의 국민투표부의권을 적절히 활용하여 한·미 FTA에 대한 논의를 국민투표에 부쳐서 결정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위 조항을 대통령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로 해석한다면 그 한계라는 것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지은이의 주장처럼 국민적 합의가 더없이 절실한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충분한 토론과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은 어떤면에서는 각자가 서로에게 맞는 색안경을 끼고 서로 반대편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농민들의 반대집회나 영화인들의 스크린 쿼터제 폐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또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실정이다. 한동안 전 국민들을 뜨겁게 달구던 한·미 FTA논의도 차츰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경제부분이라든지 모든 영역에서 자국중심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두고 우리 국내에서 서로 국민들간에 반목하고 질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위해 좀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할 수 없을까"하고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볼때다. 그 고민을 해결하고 한·미 FTA에 임하더라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년간 우리의 주변국과의 관게에서 잘못 이루어진 많은 협상을 보아왔다. 일단 협상안이 타결되면 그 이후에는 이의 수정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더라도 우리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나라다. 그렇다면 국민의 총의에 바탕을 두지 않은 것은 위 헌법 조항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것으로 민주주의 이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려면 지금 현재 국민적 합의가 더없이 절실한 때이다.
물론 이 책이라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봉급생활자와 그 4인 가족들은 이민을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한다는 지적은 어떤면에서는 지은이의 한·미 FTA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주 절박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너무 선동적인 느낌마저 든다. 이 책의 논지와 반대편에 서있는 견해를 검토해 볼때다. 우리 사회는 하나의 목소리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한 때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브레이크없이 달리는 현 정부의 한·미 FTA에 대한 좋은 브레이크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잠시 기어를 바꾸어 넣을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