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은 남매라서 남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제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저랑 정 반대여서
맨날 뺀질대는 저에 비해서 순둥이에 어수룩했지요.
슬슬 꼬셔서 세뱃돈 빼앗기부터 밤 11시에 과자나 아이스크림 사오라고 심부름 보내기까지
참 많이도 부려먹었습니다. ㅠ_ㅠ
대학 갈 때도, 취직할 때도, 유학 올 때도 제멋대로에 별로 엄마아빠 말 들을 일 없었던 저에 비해
동생은 하나부터 열까지 온 집안식구가 나서서 신경을 썼었고
해외여행이 뭐래;; 여권도 얼마전에 만든 아이입니다.
둘이 그래도 이상하게 취미는 비슷해서 키득거리면서 테레비도 같이 많이 보았고
중고등학교때는 동생 과외를 해준답시고 둘이 상펴고 한시간 내내 자다가 일어나기도 하고 -_-;;
한밤중에 통닭이나 피자가 먹고싶으면 동생만 꽉 믿고 신나게 주문하기도 했었습니다.
남매치고는 사이가 참 좋은편이라서 예전부터 여자친구 생기면 제가 밥도 가끔 사주고
채팅도 자주 하고 서로 싸이홈피 들어가서 장난치기도 하고 했었지요.
그래도 동생이라서 언제나 애기같다는 생각만 했는데
얼마전에 한국 갔을 때는 오랜만에 왔다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하더군요.
그리고 아무래도 외국에 나와있는 처지라
두분 다 건강하시긴 하지만 항상 엄마아빠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래도 동생이 같이 있으니까 좀 든든하기도 하구요.
그런 제 동생이 오늘 결혼을 합니다.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지요.
하나밖에 없는 동생 결혼식에도 못가고 정말 미안하기 짝이 없네요.
아프지만 않았어도 갈 수 있었을텐데...
그대신 부주 많이 하고 여자친구네 집에서 예단이라고 제(시누이?? -_-;;;;) 몫으로 보낸 돈까지
몽땅 동생이랑 여자친구한테 쥐어주고 왔습니다.
신혼 여행 때 용돈 쓰고 맛있는거 사먹으라구요. 저야 여기서 옷이고 구두고 필요없거든요 ㅠ_ㅠ
뭐 돈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만요...
언제나 애기같던 동생, 그리고 자그마하고 귀여운 여자친구
양쪽 부모님 잘 공경하면서 예쁜 애기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고 멀리서 바래봅니다.
오늘 서울 날씨 좋은가요? 화창하면 참 좋을텐데요..
야외 결혼식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