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목적지를 불문하고 장기여행 1번, 단기여행 1번 정도는 다녀오려고 꾸준히 노력해왔지만 작년에는 거처를 한국으로 옮기는 나름 거한(?) 이사를 했던 관계로 여행갈 엄두를 못냈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반드시 유럽을 가리라 마음먹고 포르투갈-그리스-북유럽 등등 좀처럼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다가 결국 낙점된 곳은 동유럽이었어요. 비행기표가 딱히 싼 것도 아니고 여행지라면 다른 나라들이 더 정보도 많고 볼 것도 많은데 왜 그랬는지. 아마 올초에 아래와 같은 책들을 연달아 읽은 탓인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동유럽이라면 예~~전에 두 번 정도 갔었던 프라하가 여행 경험의 전부. 마침 프라하에는 지인도 살고 있어서 다시 한 번 프라하에 들러볼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숙식제공이 되기에...;;) 이번 여행은 나름 'expect the unexpected'를 테마로;; 과감하게 프라하를 제외하고, 처음 가보는 행선지로만 대략적인 일정을 짰어요. 다만 크로아티아에서 별로 멀지 않은 비엔나만은 돈없어서 클림트를 보지 못하고 온 한을 풀기 위해;; 들르기로 했어요. 그리고 자꾸 동유럽 가지 말고 터키 가라고, 터키가 진짜 좋다고 마구 찔러대는 엄마의 이야기에 솔깃하여 귀국편에 이스탄불에 2-3일 스탑오버하는 비행기표를 끊었네요.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엄마가 좋다는 곳은 카파도키아였다는..헐...ㅠㅠ) 여행 떠나는 전날까지 프로젝트 때문에 밤을 새다가 허겁지겁 급한 불만 대강 꺼놓고 나머지 일은 에라 모르겠다 갔다와서 어떻게든 되겠지. 모드로 공항으로 향했어요. 터키항공이 기내식이 맛이 없다고 해서 별 기대 안하고 있었는데 왠걸 서울 출발편의 첫번째 식사로 무려 비빔밥 등장...두둥...! 물론 아시아나나 대한항공에서 제공하는 비빔밥과는 약간 거리가 있으나 그래도 이게 어디냐. 신기해서 한 장 찍고... 제가 먹어본 이코노미 기내식 중 최고는 아시아나 미국편에서 가끔 나오는 불고기 쌈밥..!! 불고기 쌈밥...!! 정말 이거 비행기 기내식이 아니라 밖에서 돈주고 사먹으라고 해도 사먹어요. 진짜 맛있음...ㅠㅠ 근데 문제는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게 아니라 완전 랜덤으로 등장하는 비싼 몸이십니다...;;;; 아시아나 타고 한국 갔다오면 다들 첫마디가 '쌈밥 먹었니?' 였지요. ㅡㅡ;; 일단 중간 기착지인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면세점 구경을 시작... 떠나기 전부터 꼭 사오려고 했던 비오템의 변태를 부르는 바디로션 (향기가 너무 좋아서 자꾸 맡게 된다는;;) 포착! 오는 길에 득템하리라고 단단히 눈도장을 찍어놓았어요. 셋 다 좋지만 가장 강추하는 것은 맨 오른쪽의 주황색 녀석 ^^ 기념품점 앞에 이렇게 터키식 찍찍이 아이스크림(돈두르마)을 파는 아저씨도 보이고. 참고로 유럽과 터키의 면세점을 비교해본 결과 똑같은 유로화 표시인데도 터키 공항이 뭐든 더 비싸더군요. 다만 24시간 영업한다는게 메리트라면 메리트랄까. 가격을 생각한다면 터키 면세점에서 물건 구입은 비추. 특히 로쿰이나 차와 같은 터키 기념품은 이스탄불 시내보다 한 3-4배 비싼 듯...-_- 별 탈 없이 비행기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공항에 도착했어요. 비행 시간은 고작 2시간 남짓. 자그레브 공항은 거의 중소도시 버스 터미널을 방불케하는 겸손한 모습...;;;; 사진 한 장 찍을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쩝.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향했어요. 자그레브에서 약 2-3시간 거리에 있는 플리트비체(Plitvice)로 향하기 위해. 플리트비체에는 유명한 국립공원이 있는데 거긴 '요정이 나오는 곳'이라고 부르더군요 ㄷㄷ 버스 시간이 약간 남아서 터미널 근처에 있는 슈퍼에 들렀어요. 전 슈퍼 덕후라서 어느 나라(도시)를 가든지 일단 슈퍼를 30분 이상 구경하며 물가도 체크하고 이것저것 구경하거든요. 특히 이 나라에는 무슨 과자가 팔리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작업은 빼놓을 수 없는;; 그런데 여기는 영어 표기가 거의 전무해요. ㅠㅠ 그림을 보고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는 괜찮지만 캔에 들어있어 확인이 불가능한데다 그림도 알쏭달쏭한 경우 매우 암담...;; 그나마 스페인어랑 좀 비슷한 단어가 많아서 대강대강 때려맞췄어요... 사진에서 보는대로 크로아티아, 아니 동유럽 국가들의 과자는 웨하스(?)가 대세더군요. 덕분에 온갖 flavor의 웨하스 섭렵.... 버스를 타고 두시간 남짓 날려서 플리트비체 근처의 민박촌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으니 첫날은 여기서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국립공원에 갈 생각이었어요. 민박촌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집에서 안쓰는 방 한두 개 내주는게 아니라 아예 호텔처럼 꾸며놓았어요. 새로 생긴 동네인지 집들도 모두 새로 지었고 너무너무 예뻐요. 동화마을같음 ^^ SOBE, ZIMMER 등 각국어로 '방있음' 사인이 달려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묵을 곳은 요 호텔이에요. 건물도 깔끔하고 귀여워요. 영어를 왠만큼 하는 아저씨 아줌마랑 천사같은 세 딸이 사는 집이에요. 딸들의 미모가 그저 ㄷㄷ 제가 갔을 때 마침 전날까지 헝가리 관광객 20명이 와서 3일간 묵다가 간 뒤라 아~~주 조용했습니다 ㅋㅋ 넓다란 욕실이 달린 더불룸 큰걸 썼는데 완전 새방에 20유로 정도였어요. 아 진짜 싸다 ㅠㅠ 이번 여행에서 이스탄불 빼고는 예약한 호텔/숙소가 모두 마음에 들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 이리하여 도착 첫날밤은 저물어가고... 다음날 아침 새나라의 어린이가 되어 일찍 기상. 막내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준다는 아저씨 차를 얻어타고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국립공원은 아주 넓은데요, 물론 걸어서 다 돌아다니기는 힘들고 중간에 버스, 유람선 등을 이용하게 되어있습니다. 소요시간에 따라 2-3시간 코스부터 6-8시간 코스까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요. 안내소에서 지도를 팔기도 하는데 워낙 코스별로 표시가 잘 되어있어서 굳이 살 필요는 없더군요. 열심히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단체 관광객들 ㅋㅋ 보무도 당당하게 국립공원 입장...두근두근 우왕 +_+ 제가 여행을 다닐 때 비오는 일이 거의 없는 편인데 이날만은 날이 흐렸어요. 그 전날은 비도 많이 왔다 하구요. 그래서 걱정을 좀 했는데 공원 자체의 경치에는 전혀 관계가 없었고 오히려 비가 와서 폭포랑 호수랑 물이 불어난 탓에 콸콸콸콸~~ 더욱 박진감(?)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어요. 요렇게 오솔길을 걸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숲속이지만 관광객이 많아서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어요. 오히려 1차선(?)이라서 앞에 가는 사람 걸음이 느리면 매우 답답합니다;;; 저는 일본 단체 관광객이랑 영국 단체 관광객 사이에 끼어서 다녔어요 ㅎㅎㅎ 왜 요정이 나오는 숲이라고 하는가 하면 저 물 색 때문이에요. 정말 색이 너무 신기해요. 어떻게 저런 색이 나지? (물론 무슨 광물질 어쩌고 저쩌고 안내책자에는 설명이 되어있었습니다 ㅎㅎ) 좋은 카메라로 제대로 맞춰 찍으면 정말 예술작품이 나올텐데 사진이 이따위;;; ㅠㅠ 이렇게 호수 위(?)를 걸어가요! +_+ 나무 다리도 굉장히 낭만적이고요, 좀 약해보인다 싶긴 한데 설마 빠지지는 않게 해놨겠죠 ㅋㅋㅋ 정말 경치가 너무 예뻐요. 대도시 매니아인 저같은 인간도 감동하게 되는 예쁜 풍경...>_< 대형 폭포도 몇 개 있지만 이렇게 졸졸졸 흐르는 미니 폭포들도 많아서 아기자기해요. 비가 와서 그런지 졸졸졸 아니고 콸콸콸이었지만...;; ㅋㅋ 유람선을 타고 에머랄드빛 호수 위를 지나가요~ 유람선이나 버스는 입장료에 모두 포함되어 있어요. 그 옛날 '천사들의 합창'에 나오는 라우라가 되어 '너무 낭만적이야~'를 외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ㅋㅋ 세차게 흐르는 폭포... 가까이에 가니 물안개가 후덜덜... 완전 비오는 것 같이 물방울이 튀었어요 ㅎㅎㅎ 약 3-4시간에 걸쳐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아쉽지만 돌아가는 길이에요. 마지막에 이렇게 높은 곳에서 아까 지나왔던 곳들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코스가 구성되어 있어요. 마침 비가 오기 시작해서 사람들이 알록달록 우산을 쓰고 호수 위에 걸친 나무다리를 걸어가네요 ^^ 정말 너무 예쁜 플리트비체... 요정이 나오는 곳이라더니 진짜 요정이 튀어나올 듯... 사진으로 다 못담는게 한이더군요.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출구 근처에서 한 장... 아마 평생 다시 못오지 않을까... 예전에는 언젠가 꼭 다시 와야지~ 이러면서 다녔는데 요즘에는 이게 내평생 마지막일지도 몰라...이런 생각 하면서 다니게 되네요 ^^;; 네 시간 가까이 걸었더니 당연히 배가...;; 국립공원 내에 변변하게 먹을 것이 없다고 해서 간단한 샌드위치 도시락을 가져갔지만 그건 벌써 예전에 동나버리고...;; 다음 행선지인 스플릿(Split)행 버스를 기다리며 공원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애플 스투르델 하나를 먹어치웠어요 ^^;; 정각보다 15분쯤 일찍 온 버스를 타고 (그러나 나를 태우더니 그냥 출발해버리는 버스;;;; 시간표는 폼이냐? ㅡㅡ;;) 스플릿으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