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의 이 책 나는 도무지 못 읽겠다.

한 구절 적어보겠다.


앨리시어의 어머니가 짐승을 다스린다.

씨발 상태가 되어 씨발년이 된 그녀는 그녀가 가진 짐승의 머리뼈부터 꼬리뼈까지를 다룬다.

짐승을 향해 팔을 휘두를 때 그녀는 관절을 어깨 뒤쪽까지 젖혀 완전한 힘을 싣는다.

어깨를 움켜잡을 때는 엄지로 쇄골을 쑤시고 배를 때릴 때는 불시를 노리고

짐승의 자세를 바로잡을 때는 정수리에 돋은 머리칼을 쥐고 당긴다.

귀를 꼬집고 뺨을 때리다가 엉뚱한 모서리에 빗맞아 손가락을 삐고

악 소리를 지르며 누웠다가 발딱 일어나 짐승의 목을 쥐고 흔든다.

때리는 쪽도 맞는 쪽도 구토를 하며 보내는 시간이고 그럴 떄 그녀의 검은 눈은 쇠구슬처럼 작고 단단하다.

땀이 고인 얇은 턱은 악다물어 터질 듯하고 귀는 창백하다.

반들반들하고 나긋나긋하게 그녀의 기색을 먹은 옷자락에서 타는 듯한 피부 냄새가 난다.


독서할 수 없는 책이 있고 감상할 수 없는 영화가 있다.

황정은의 이 책이 그렇고 '마터스'가 그렇다.

나는 잠시 이 책을 옆으로 차치해두고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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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2014-12-18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죠? 나는 정말 좋았는데~^ ^;
마터스도 환장했어요~^ ^; 나만 어쩌면 이상한 걸지도... 원래 공포영화 정말 좋아라 합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