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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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린이날 전날이라 점심 급식으로 특별식이 나온다. 메뉴는 닭튀김. 내가 있는 곳은 급식실 바로 위라 아침부터 기름냄새가 진동을 해서 지금은 급기야 토할 지경이다. 내장 전체에 기름이 가득찬 이 느낌을 아시는지?

이 소설의 주인공 타슈를 인터뷰하는 기자 중에도 인터뷰를 마치고는 느끼해서 토해버린 남자가 있다. 타슈 자체가 생긴 걸로 무진장 기름진 인간인데다가 그가 일부러 기자를 엿먹이려고 자기가 먹는 음식에 대한 온갖 느끼한 묘사를 계속해대서 기자는 견디지를 못한 것. 그러나....무딘 나로서는 말만 듣고 토한다는 것이 가능하게 여겨지지 않는데.....

작가는 타슈의 입을 통해서 나같은 독자들에게 노골적인 독설을 퍼붓는다. 소설을 읽는 내내(특히 전반부) 계속 혼나는 느낌.

"읽으면서도 읽지 않는 식으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니까. 꼭 인간 개구리들처럼 물 한 방울 안 튀기고 책의 강을 건너는 거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루스트를 읽건 심농을 읽건 한결같은 상태로 책에서 빠져 나오거든. 예전 상태에서 조금도 잃어버린 것 없이, 조금도 더한 것 없이. 그냥 읽은 거지. 그게 다요. 기껏해야 '무슨 내용인지' 아는 거고."

"사이비 독자는 잠수복을 갖춰입고 유혈이 낭자한 내 문장들 사이를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유유히 지나가게 마련이거든."

아, 뭐, 내가 그렇다는 걸 부인하진 않겠다. 그러나 안 그러면 또 어찌 살란 말인가? 이 작가는 독자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거 아닌가? 물론 그가 말한 허위라든가, 읽고도 읽지 않은, 이라든가 하는 말이 맘에 안 와닿는 건 아니다.

그리고 책을 다 덮은 후 작가의 의도, 이런 일화는 무엇을 비유한 것일까, 등등을 곰곰히 따지다가 뜨끔했다. 메타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타슈가 가한 일침이 생각났던 것.

"또다른 악취미는 사도 행세를 하는 악취미요. 건전한 악취미가 멋지게 게워 놓은 토사물을 보고 화를 내는 악취미, 잠수복을 갖춰 입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악취미지. 이 잠수부가 바로 메타포요. 메타포를 통해 내 작품을 본 사람은 마음 푹 놓고 외치겠지. '타슈를 다 가로질렀는데도 난 조금도 더럽혀지지 않았어!'"

ㅎㅎ 할말없다. 노통브를 가로질렀는데도 난 조금도 더렵혀지지 않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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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5-05-04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님도 저랑 비슷한 시기에 이책을 읽으셨군요..^^
저도 그 기자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조금 속이 거북했다는~~~
전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읽었었거든요..ㅠ.ㅠ

날개 2005-05-04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쁜 독자로군요...-.-;;;;

moonnight 2005-05-04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쁜 독자 -_-;; 이 책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까먹었는데 깍두기님 리뷰에 한 번 읽어봐야겠다 싶어지네요.

반딧불,, 2005-05-0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어쨌든 공감 하고 안하고는 독자의 맘이죠.뭐.나쁜 독자는 무슨.
언제나 추앙받는 문학작품이라고 백프로 아니 오십프로의 독자만 공감해도 정말로 좋은 책이 아닌지..묻고싶습니다.

마태우스 2005-05-0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통과 노통브는 어케 틀린가요?

깍두기 2005-05-04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도 비위가 좀 상하긴 하셨겠네요^^ 그 기름진 비유....
날개님, 달밤님, 반딧불님. 제가 나쁜 독자라고 해서 자책하는 마음은 아니에요. 그 나름대로 즐겁답니다^^
마태우스님, 오늘 댓글 왜 이런 겁니까?^^ 어린이날 기념인가요?^^
노통으로 우리 나라에 알려져 있었는데 작가가 노통브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는 얘길 어디서 들었어요.

하루(春) 2005-05-05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부분이 특히 재밌게 느껴지네요. ㅎㅎ~ 저도 읽었는데, 저도 그 때 잠수복을 입고 있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