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자가운전으로 출근하는 날
눈이 오는구나.
앞 유리창에 마구 부딪는 성긴 눈발은
무방향성의 자유를 만끽하다
차의 체온에 지레 녹아내리는데
눈이 오는구나.
나는 눈이 온 다음을 걱정하는데
도시 큰길에 뿌려질 수 톤의 염화칼슘과
퇴근길의 정체와
빙판길의 추돌사고가 걱정스러워
하얀 도로 위 검은 바퀴자국만 부지런히 쫓는데
눈이 온단다.
정말?
베란다 창문 열고 구경하느라
전화기 너머로 대답 없던 딸아이는
조금 뒤 달뜬 목소리로 되돌아온다.
정말 예쁜 눈이 내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