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 - 삶이 흔들릴 때 나를 잡아주는 힘
사이토 다카시, 박성민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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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의 어록을 담은 《논어》는 대학시절 수강한 적이 있다.원서로 되어 있던 교재로 매우 난해하게 다가왔다.내 한문 실력이 낮았기 때문이었기에 수업을 따라가고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기를 쓰고 공부했던 기억이 새롭다.1학기 수업이었기에 많은 진도는 나가지 못했고 주요 부문만 발췌하여 강의했던 것이다.첫 구절은 잘 알려졌듯이 '배우고 때론 이를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呼,有朋自遠方來 不亦樂呼'이다.공자는 배움과 벗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모양이다.

 

 공자의 제자 이를테면 안회(인),자로(용),자공(지)가 스승 공자에게 질문을 던지면 이에 답하는 형식의 《논어》는 물질 우선주의,형식을 탈피한 초실용주의를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우선 공자가 강조했던 인(仁)과 례(禮)의 사상과 관념이 매우 희박해져 가고 있다.이를 두고 좋다,나쁘다고 일도양단할 수는 없겠지만,사람 사는 사회에서 필요한 것들이 경시되고 잊히려 한다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실용주의에 입각하되 마음 내면에는 인,의,예,지,용과 같은 덕목이 적절하게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그래야 사람만이 갖고 있는 고귀한 정신을 되살리면서 상생으로의 길목도 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공자가 말한 인,의,예,지,용이라는 덕목은 서로 이웃과 같이 연결되어 있다.그가 설파한 덕목을 하나로 모으면 덕(德)이라는 최상의 덕목을 만나게 된다.사람들과 대화와 소통의 장이 많아지고 리더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과 덕이라는 덕목이 몸에 배이게 해야 한다.그래서 지금보다 더 넓고 깊은 세상과의 조우를 통해 만인이 우러러보는 이상적인 지도자로 거듭나지 않을까 한다.또한 덕을 늘 갖춰 나가되 인,의,예,지,용과 같은 덕목과의 연결,조합을 잊어서는 안된다.

 

 "덕(德)은 외롭지 아니하다.반드시 이웃이 있다." p-16 이인(里仁) 제4편

 

 이 도서는 사이토다카시 저자가 논어의 주요 덕목과 부분을 발췌하여 해설해 놓았다.공자는 노나라의 정치가로 실패하자 제자들을 데리고 주변 세상을 배회하며 그의 제자들과 함께 주유했다. 제자들과의 배움과 학문에 대해 토론했던 내용들이 주가 되고 후세인들에게 삶의 큰 지표로 적합하다.그가 제자들에게 설파한 덕목은 합리성에 바탕을 둔 이념들이다.그것은 비신비성,실천성,유연성으로 현실성에 입각한 것들이 위주가 된다.그의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관직에 나가 일할 뜻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빗대어 질문하고 대답했던 내용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아름다운 보석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상자에 넣어 보관해두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후한 값을 쳐주는 사람을 찾아가 파는 것이 좋을까요?"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제값을 쳐서 나를 사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자한 제9편

 

 공자의 말씀 가운데 늘 명심하고 처세의 표준으로 삼는 것이 중용이다.예를 들어 용이 부족하면 두려움이 많아질 것이고 반대로 많아지면 무모(無謨)해지고 난폭해질 것이다.겸양도 마찬가지다.이게 없으면 거만해지지만 과하면 비굴해지기 마련이다.그러한 면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치면 아니한 것만 못하다는 말로 중용의 잣대를 지키기는 현실에서 무척 어렵다.인간의 생각이나 감정,행동은 늘 자신의 입장과 잣대에 맞춰 행하는 속성이 있기에 중용을 지키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그래서 공자는 중용이 어렵거든 광인과 견인을 선택할 것을 조언한다.큰 뜻을 품고 적극적이며 과감하게 선을 지향하는 광인과,신중하지만 절조가 있고 선하지 않은 일은 결코 하지 않는 견인을 차선책으로 내놓았다.이러한 까닭에 중용의 덕을 최상이라고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금과옥조와 같은 말들이 많다.속담,격언,금언,명언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공자의 말씀 가운데는 현실 속에서 처세의 덕목으로 적격이지 않을까 한다.인.의.예.지.용 나아가 덕이라는 덕목은 부단한 수양 속에서 조금씩 함양되어 간다고 생각한다.게다가 이러한 덕목은 배움을 토대로 덕목을 쌓아 나아가야 인간이라는 본래의 그릇으로 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배움의 의의,학문에 대한 의욕을 북돋아주는 논어는 무모,독선,불합리성을 개선하여 보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나아가는 바로미터가 되어 주는데 손색이 없다.

 

 "인간은 '시를 통해 선한 마음이 샘솟으며 '예'를 통해 안정을 찾고 '음악'을 통해 완성된다."

  -제8편 태백(泰伯)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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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 구하라
구본형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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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면 자신의 삶의 방향,의미를 통찰해 주는 도서가 있는가 하면,매우 일반적이고 비현실적이고 따분한 도서도 있다.또한 자기계발서를 읽는 목적은 인생을 지금보다 더 진일보하고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를 간접 경청하고 이를 자신의 삶의 목표에 대입시켜 나가려는 의지의 발산이라고 생각한다.나도 삶이 팍팍하여 재미가 없고 진도가 나아가지 않을 때 자기계발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들의 글을 훔쳐 보면서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는가,'나'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가시밭길을 헤쳐 나갔을까를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는다.작년보다는 더 나은 금년,어제와는 다른 삶의 방식과 태도로 인생길을 걸어 나가려 부단히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변화경영 사상가 널리 알려진 구본형 저자는 안타깝게도 일찍 타계했지만 그가 남긴 많은 자기계발 저서들은 마치 목사님이 근엄하게 들려주는 잠언과 같고 시인이 먼 산을 응시하며 읊조리는 한 편의 시(詩)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그 가운데 어떻게 살아야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 다양한 아포리즘(aphorism),인용,예화를 제시하여 공감과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구본형 저자가 말년에 '시처럼 산다 Life as a Poem' 하였는데,이번 도서는 강렬한 은유와 통찰이 배인 삶의 태도,자세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여운이 남는다.

 

 엮은이 오병곤은 구본형의 21권 저작에서 정수(精隨)를 고른 것으로 내 자신의 삶의 방향타를 새롭게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과거사,지난 날의 정체성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의 땅에 두 발을 굳건히 디디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개개인의 의지와 노력을 설득력있게 전하고 있다.《나에게서 구하라》는 구본형 저자의 마지막 유고집인 셈이다.인생은 평탄한 길보다는 험난하고 경사진 길이 많은 게 운명이고 숙명이 아닐까.그러한 의미에서 100% 만족한 삶을 위해 살기보다 인생에서 무엇을 어떻게 누구에게라는 삶의 이정표를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도전하고 풀어나가는 진지한 자세에서 삶의 만족,행복도를 마음으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총 다섯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밥벌이에 지지 말라,내가 하고 싶은 것만이 나를 구한다,탐험의 시작,나는 어두움을 품은 밝음,좋은 사랑은 인간을 깊게 한다로 되어 있다.현실적으로 생계를 위해,삶의 목표를 향해,자기계발을 위해,삶의 윤기와 향기를 더하기 위해 개개인은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인생 전반에 걸쳐 통찰력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길지 않은 글 모음들이 모든 이들에게 긍정의 힘과 공감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천천히 삶의 두루마리를 펼치는 것이다.젊은 시절의 그림이 더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그것이 싱싱하고 발랄하며 모험적인 것이라면,나이가 들면서 짜놓은 인생의 직물은 은은하고 통찰력에 차 있으며 완숙한 것이어야 한다.그리고 자연의 부름에 따라 모두 놓아두고 낡은 껍데기만 남기도 떠날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다. p-19

 

 많이 웃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그러니 많이 웃어라.마음을 조금만 열어놓으면 작은 구명으로 황소바람이 몰아쳐 들어 오듯이 그렇게 웃음이 찾아온다.웃음이 그대를 찾아오면 세상은 달라진다. p-25

 

 현재 내게 필요하고 상응하는 금언(金言)들이다.얼굴 표정에서 개인의 전반을 알아차릴 수 있듯 늘 미소와 관용,삶의 단계에서 해야 할 자세와 태도를 예측하고 짐작케 한다.새삼 인상 깊게 다가오는 점은 삶을 소설처럼 산다는 점이다.고통과 불행을 최소화하고,행복과 기쁨을 증폭시켜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봄처럼 웃게 만들어라는 대목이다.그럴려면 인생 속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행복과 기쁨으로 승화시켜 한 편의 소설로 재각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요즘엔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후 최소 30년에서 길게는 4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 시대이기에 나이듦을 비관하지 않고 평생 학습의 차원에서 독서와 글쓰기 연습을 연마해 나간다면 녹슬지 않은 정신 근육과 삶의 깊이를 심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인은 자신에게 시간을 내지 못하는 환경적 제한 속에 살고 있다.현실적인 삶의 조건으로 말미암아 통제.지배.억눌림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나가려는 불타는 의지가 필요하다.수많은 체험과 깨달음이야말로 자신을 위한 실질적인 삶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나아가 인간이 태어나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우주의 본질이고 순환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더욱 알차고 멋진 인생이 펼쳐지리라 기대한다.개개인은 유일무이의 우주의 주인공으로 주체적이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 부딪히고 성장하면서 멋진 인생이 될 것이다.로댕이 말한 것처럼 "사랑하고 감동하고 전율하는" 인생이라면 태어난 보람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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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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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 속에선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고,실현 가능성도 전무에 가까운 일들이 이야기 속에선 버젓이 소개된다.이것을 일명 '판타지(환상)' 세계라고 부른다.비록 현실성은 없지만 잘 짜여진 이야기는 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혹 하게 만들어 버린다.집중과 몰입 그리고 재미까지 선사하는 마력이 있어 무료한 마음을 달래주기에 족하다.게다가 감동과 사랑이 넘치는 얘기라면 잠시나마 삶에 위로와 활력소를 제공할 것이다.

 

 《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가 바로 판타지적 요소가 짙게 깔린 이야기로 진하고 강렬한 꿈과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사람이 어떻게 날개를 달고 푸른 창공을 훨훨 날아갈 수 있단 말인가.표지에 그려진 그림처럼 한 소녀는 비키니 차림으로 유유히 운해(雲海)를 유영하고 있음에 기대와 설렘이 교차했다.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집배녀이면서 점액과다증으로 앓고 있는 입양아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과 의지를 불태우는 눈물겨운 감동의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프로비당스,사랑은 네 몸에 날개를 돋아나게 할 수도 있어.네가 온 정신을 집중해서 자헤라를 생각한다면 말이야." p88

 

 산후 직후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겨진 입양아는 모로코 소녀이다. 입양모는 주인공 프로비당스로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스페인 영공을 넘어 모로코로 갈 작정이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를레 공항 상공은 화산재 구름으로 뒤덮여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어 버렸다.이러한 상황에서 프로비당스는 오를리 공항 관제사인 레오를 찾아가 입양아를 만나러 갈 수 있도록 애걸복걸한다.하지만 현실적으론 인간이 날개가 없는 이상 어떻게 하늘을 난다는 말인가.프로비당스는 우여곡절(于余曲折) 끝에 하늘을 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윽고 꿈과 사랑에 한껏 부푼 프로비당스는 입양녀 자헤라를 만나러 가는 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한순간의 일로 치부하고 꾹 참는다.창공에선 오바마,푸친,올랑드 등 국가원수를 만나는 잠깐의 행운을 누리지만 다시 혼자 몸이 되고 만다.그런데 그녀에겐 백마를 타고 온 왕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공항 관제사인 레오였다.프로비당스는 레오를 보는 순간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선량함과 비누 향기에 흠뻑 빠졌던 거라 '호박이 덩쿨째 굴어들어 온 격'이 아니겠는가.또한 점액과다증으로 고생하는 입양녀를 만나 그녀의 병을 치료하게 되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무엇이 있었겠는가.그녀가 마음 속에 연정을 품었던 레오가 평생의 반려자가 되었으니 이보다 더 멋진 사주팔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황당무계하고 공상 과학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이 도서에서 만끽할 수 있었다.배달원 신분으로 삼십대 중반에 입양아를 둔 프로비당스는 두 번의 신체적 질병을 딛으며 꿈과 사랑에 넘치는 가정을 꾸려 갈 수 있었다.목불인견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 세태에서 감동어린 로맨스로 가득찬 이야기를 접할 수가 있어 다소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꿈과 사랑이 식지 않는 한 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결국 인간은 누군가의 사랑과 보살핌에 의해 관계가 견고해지는 동시에 삶의 가치가 고양되어 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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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너머 편 (반양장) -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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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살이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데,그 촉진제가 경청과 설득이라는 대화의 기술이 아닐까 한다.너무 많이 알아서 상대방에게 위압감과 권위의식을 안겨 주는 언동보다는 편안하게 대화의 수수작용을 통해 소통의 장이 유익함으로 번져 간다면 이것 또한 상생의 묘미가 아닐런지.그래서 평소 자신의 전문 분야는 물론이고 모든 영역에 걸쳐 넓은 안목과 시각으로 많은 간접 경험을 해 놓을 필요가 있다.21세기는 지식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 웨어 시대의 한 가운데에 있기에 언제 어느 곳에서든 자신이 배양해 온 지식과 경험,교양물들을 필요할 때마다 마중물로 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책읽기를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고 하지 못한 점을 늘 만시지탄으로 생각하는 한편 내가 책읽는 모습과 책읽는 소리를 듣는 내 자식들에게 먼 훗날 문화인으로 발전해 나가주기를 아버지로서 기대를 하고 있다.책을 읽고 간단한 정리 및 주관적 생각과 논리가 담긴 서평,나아가 손색없는 책 만들기까지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뇌가 말랑말랑하고 감수성과 기억력이 오래가는 어린 시절에 다방면에 걸친 독서 이력을  갖춰 놓는 것이 좋은 이유는 가깝게는 글쓰기의 힘,논리력,소통의 힘을 배양시키면서 뿌리 깊은 교양인으로 혼탁한 세상을 밝게 비춰줄 수 있기 때문이다.나이가 들어가면서 뇌 신경세포가 사멸해 가지만 책을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뇌신경은 젊은이 못지 않은 견고하고 왕성한 지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채사장 저자가 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두 번째 이야기는 현실 너머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첫 번째 이야기도 신선한 지적 자극과 공감을 얻게 되었는데,이번 도서에서 이야기하는 철학,과학,예술,종교,신비와 같은 다소 추상적이지만 인간의 정신적 내면 세계를 강화하면서 삶의 진리란 무엇인가를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느끼고 깨닫는 시간을 갖게 해 준다.다섯 가지 파트의 주요 핵심 내용을 들려 주는 가운데,절대주의,상대주의,회의주의를 일관성 있게 구조화했다는 점이 특색이다.예를 들어 철학 파트에서 절대주의 흐름은 플라톤,교부 철학,합리론을 내세우고,상대주의의 흐름은 아리스토텔레스,스콜라철학,경험론을 내세우고 있다.끝으로 회의주의적 견해로는 소피스트,니체,실존주의 철학을 안내하고 있다.그 외 과학,예술,종교,신비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은 우주의 주인공으로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되,환경과 개인의 경험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대화와 소통의 장에서 역지사지하려는 자세와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어떠한 사물,분야를 놓고 볼 때 절대적인 것,상대적인 것,회의적인 것을 염두에 두고 사유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세상에는 절대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고,상대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도 있으며,(대부분의 것들) 회의주의적인 입장에서 관조해야 하는 것들이 부지기수다.진리라는 영역에서 보자면 원시시대엔 자연신,고대에는 신화,중세에는 유일신,근.현대에는 이성의 힘으로 변천하고 있다.물론 이것은 시대의 이념과 상(像)을 단면적으로 보여 주는 좋은 예다.학문의 위계는 수학에 철학,물리학이라는 단조로운 학문 영역에서 경영,경제,심리,의학에 이르기까지 현대 학문 영역은 매우 세밀하고 다양화하고 있다.탈산업화에 따라 돈과 물질의 풍요함에 급급한 나머지 인간의 가치의 회복과 사람들 간의 관계 회복이 빅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섯 가지 파트(철학,과학,예술,종교,신비)가 어울릴 듯 말 듯하지만 시대별로 놓고 보자면 다섯 가지 파트는 인류의 문명과 함께 줄곧 이어져 오고 있는 셈이다.현실 너머의 학문으로 치부하여 실용성의 유무를 따질 수도 있겠으나,개인의 삶의 방향과 의미를 다루는 문제이니 만큼 평소 이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차곡차곡 쌓아 놓으면 즐겁고 유익한 대화와 소통의 장이 펼쳐지리라 기대해 본다.나 역시 이러한 분야에 대해 꾸준히 읽고 정리하면서 내 삶의 방향과 의미부여를 위해 힘써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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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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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정 작가의 작품이 시중에 나올 무렵이면 출판사.온라인 서적 등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작품 탄생을 반색하고 널리 알린다.한국 작가의 손에 의해 쓰여진 작품이 풍성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뭔가 독서계에 생기를 불어 넣는 이슈와 감각이 담겨져 있다면 독자의 한사람으로 눈과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가 없는 법이다.상업성에 치우친 나머지 이 작품이 좋네,어쩌네 해도 내가 마음에 들어야 손에 들고 읽는 법인데,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 우연찮게 전철 안에서 한 중년 남성이 진지하게 이 작품을 읽고 있는게 아니겠는가.긴가민가 하던 마음이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인간의 DNA는 당연 부모의 DNA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기질과 성격,생각과 행동방식 등이 바로 그렇다.개인의 노력에 의해 부모의 영향,외부적 요소를 극복하여 보다 더 전도유망하고 사회성 있는 인간으로 거듭날 수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다는 말이다.어떠한 요인에 의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개인이 주변과 사회에 드러내는 반사회적,반인륜적 행위가 근자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일명 사이코패스의 사례를 들려 주고 있다.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하는 범법행위를 가리킨다.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패륜적인 행위,연쇄살인자 등의 사례에서 그들의 뇌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종의 기원》은 한유진이라는 주인공이 한 집안에서 어떠한 행동방식을 보여 주는가를 그려내고 있다.정유진 작가의 빠른 템포의 단문장과 숨막히는 전개력에 쉽게 몰입하고 말았다.유진의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살인의 기억과 냄새가 떠날 줄 모르는 분위기가 사그라지질 않았다.그곳은 바로 군도신도시로 아직은 완성된 도시형태가 아니다.게다가 유진은 흉흉한 분위기 속에 휩싸이고 만다.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 마냥 음산하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다.유진에게는 양자처럼 들여와 키우는 한 살 위의 형 해진이 있고,아버지와 친형 유민은 U자형 계곡에서 놀다 바다에 빠져 불여귀가 되고 말았다.유진은 어머니와 이모가 삶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자신은 풀밭에 풀어놓은 뱀과 같다고 치부한다.유진의 마음 속에는 누구를 닮았는지,어떠한 환경의 영향을 받았는지 결국 가족들을 죽이는 살인자로 전락하고 만다.

 

 유진의 살인 근성은 예니골살부터 시작된다.낙서 같은 그림 속의 우산 꼭지에 여자 아이의 머리가 꽂혀 있는 것을 그림의 대상의 가방에 집어 넣어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부터 비롯된다.그리고 아버지와 친형의 죽음과 자신을 암암리에 지배해 온 어머니와 이모를 죽음에 몰아 넣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약물중독에 중독되고 끊기를 하던 유진에겐 발작 후유증과 환각 증세를 되풀이 한다.그는 극히 정상적인 사람으로 고지능,뇌 이상이 없는 사람이지만 흥분의 역치는 보통 사람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결국 유진은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인 프레데터에 속하는 자이다.유진의 모든 것을 잘 알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어머니의 일기장에 쓰여진 그에 관한 단상의 기록이었다.예니곱살 의 꼬맹이가 스물여섯살이라는 청년에 이르기까지 보여 주었던 유진에겐 포식자,사이코패스라는 증상으로 판명되었다.왜 그러한 증상이 생겼을까.부모에게 전인적인 사랑과 애정을받지 못한 탓일까.아니면 아버지와 어머니 가운데 나쁜 심성이 그에게 전해진 탓일까.다 읽고 나서도 개운치 않은 여운이 마음 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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