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자의 밥 - 한 끼의 식사가 때론 먼 바다를 건너게 한다 ㅣ 여행자의 밥 1
신예희 글 그림 사진 / 이덴슬리벨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은 아닌거 같다.미지 및 타지에의 동경,지적 호기심과 사람과 잘 어울리는 쾌활한 성격,경제적 여력이 바탕이 된다면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맛보는 즐거움은 남다를거 같다.사람 사는 세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먹는 것을 해결해야 힘과 에너지가 생기면서 여행지에서 고생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지는 모든 것이 낯설지만 왕성한 활동력과 지적 호기심,사람과 쉽게 친해질려는 붙임성이 있다면 쉽게 그 곳에 동화되고 즐거움도 배가 되리라 생각되는데,이 글의 저자는 다양한 여행 경험과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이며서 애교스러운 점도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그녀가 돌아본 불가리아,신장 위구르 지역,말레이지아,벨리즈 네 곳은 나라마다의 특색과 분위기,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알게 된다.
허기와 욕구를 채우기 위한 한 끼의 음식은 평범할 수도 있고 오래도록 뇌리에 각인되어 또 다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경우도 있다.'한 끼의 식사가 때론 먼 바다를 건너게 한다'는 그녀의 표제어는 과연 무슨 음식이길래 그녀를 사로잡았을지 무척 궁금했다.책으로 만나 본 특이한 음식이란 무엇인지를 보고 들으면서 입맛만 다시게 했다.
그리스와 루마니아 사이에 끼여 있는 불가리아는 흔히들 '장수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좁은 국토에 산이 많은 불가리아는 차와 샐러드,꼬치구이,치즈,요거트,허브,장미축제,다채롭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재래 시장 등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게 하고 있다.그 중에 장수 마을로 알려진 '벨리코투르노보'의 구시가지 골목 풍경이 마치 구름에 달 가듯 시간을 늦추고 있는거 같이 다가온다.동유럽 끝자락에 있는 불가리아는 사회주의를 벗어나 시장 자본주의를 걷고 있지만 아직 경제성장률 및 GDP는 그다지 높지 않은거 같다.이른 새벽에 장미꽃을 따서 장미를 팔고 장미 축제를 여는 불가리아의 문화 행사는 특히 인상적이고 기회가 닿으면 그 향연에 빠져 보고 싶다.
중국 56개의 소수 민족 중에 가장 면적이 넓고 회교도들이 많이 산다는 신장 위구르 지역은 언어도 아랍어를 쓰고 있는듯 이슬람 색채가 강하다.한쪽은 회교 문화권 한쪽은 한족 문화권이 혼합되어 살아가는 그 곳은 비록 중국 중앙정부의 정책과 지시를 따라가고 있지만 마음의 본향은 이슬람을 굳게 신봉하고 있다.
낭이란 빵,양꼬치,매콤하고 알알한 맛이 나는 갖은 고명을 품고 있는 '라그멘'국수,낭에 양머리국을 얹은 국물,낙타젖으로 만든 중국식 요구르트(酸奶:쏸나이),돌덩이같이 단단한 치즈,양고기를 속으로 한 찐만두,청포도 등이 시선을 사로 잡고 있다.신장 위구르 지역은 본래 동투르키스탄이었는데 동아시아 세력 패권을 놓고 19세기말 영국으로부터 군자금을 받은 청이 신장 위구르 지역을 빼앗게 된다.마음은 이슬람권이고 현실은 중국 정부를 따라가야 하는 그곳은 그다지 밝은 분위기는 아니다.유목민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육식은 양고기가 많다.
중국인,인도인,말레이시아인이 혼재되어 살아 가는 말레이시아의 말라카는 역사적으로 군사적 요충지에 수려한 풍광,다양하고 특색있는 음식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바나나 잎사귀로 만든 나시 레막 주먹밥,제 카리 락사,마성의 음료 떼 따릭,찹쌀밥 경단,영양 만점인 죽,말라카식 팥빙수인 첸돌,열대 지방 특유의 생선과 과일이 있는 재래 시장 등을 소개하고 있다.회교,힌두교,도교가 어루어진 말레이시아는 먹을 거리를 찾아 떠나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의 경상도 지역의 면적을 갖은 벨리즈는 카리브해 연안에 있고 과테말라와 온두라스에 끼여 있는 조그마한 나라이다.남미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이기에 굳이 스페인어를 배울 필요는 없을거 같다.그들이 자랑하는 쌀과 강낭콩으로 만든 밥에 신선하고 향긋한 열대 과일 등이 있다.특이한 것은 고대 문명의 발상지 잉카문명의 후손 마야인의 마을이 있다.그곳은 전기도 들어 오지 않고 소수 민족 취급을 받으며 그들만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그곳은 바다를 끼고 생계 수단이 해산물이어서인지 어린이들도 바다를 친구 삼아 어릴 때부터 바다 낚시를 즐기는 것이 이채롭다.
여행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내일을 충전하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생각한다.나그네가 허기를 느끼고 채워가는 과정은 일상을 벗어나 처음 맛보는 시간이기에 경이롭기도 하고 신비스럽기도 하다.맛과 영양,감촉을 통해 나그네는 그 음식에 대해 평생 잊지 못한 기억과 추억을 안겨줄 것이다.남들이 많이 다녀간 곳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찾아 독자들에게 신선한 음식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여행 정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