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걷기여행 지리산 둘레길 주말이 기다려지는 여행
황소영.강병규 지음 / 터치아트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3년 전 온라인서적 이벤트 행사로 지리산 둘레길을 맛본 적이 있다.무더운 여름날이었지만 어머니와 같이 인간을 넓게 품은 형상으로 맞이하고 있던 지리산은 봉우리와 봉우리가 처마마냥 끝없이 이어지고 멀게는 천왕봉 가깝게는 산촌의 풍경이 유유자적하고 한가롭게 흘러가고 있었다.길은 외줄기이고 트레일 좌우에는 갈대와 잡목들이 길손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 말없이 쉼터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거리로는약 5키로미터 정도이고 이정표를 따라 안내를 해주는 지리산 토박이는 경상도 말 반절,전라도 말 반절이 섞이어 친절하고도 열정적이었다.

 

3개도,5개시 군,16개읍 면,80여개의 3백키로에 이르는 지리산 둘레길은 전북 남원 인월에서 시작하여 함양,산청,하동,구례에 이른다.산세는 험난하다 싶으면 평탄한 길이 나오고 걷다가 땀이 흐르고 쉬어가려고 하면 숲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산의 향기에 길손들은 자연의 위대함에 고마움과 경탄을 금치 못한다.각군별로 특색을 비롯하여 문화유적지,관광 명소,특산품 등이 자연친화적이어 마음이 든든해지기도 한다.

 

영화 춘향전에서 춘향이가 그네를 뛰던 서어나무 주변의 운치있고 평화로운 풍경,이성계가 왜적 아지발도를 토벌한 황산,한국전쟁시 산청.함양에서 국군에 의해 무고한 양민 학살사건의 서늘한 분위기,조식이 사랑한 지리산 자락의 산천재와 남명매,소설 토지의 공간적 배경이 된 평사리 들녘의 정겨운 풍경,구례 산동의 산수유 마을 등은 가보지 않고 그림만 바라보아도 가슴 설레이지만 한편으론 생각을 자아내게 하는 것도 있다.

 

사람과 산짐승,벌레들이 어우러져 자연적으로 생겨난듯 지리산 둘레길은 인공과 개발의 냄새가 닿지 않은거 같이 나의 유년시절을 되돌아 보게 하고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박혁거세의 어머니,태조 왕건의 어머니로 모셨다는 지리산은 푸근하고 정겹고 시간과 세월이 비켜가기라도 하듯 옛모습이 그대로 잔존해 있고 국가급 공원이라 더욱 깔끔하게 보존이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자요수 인자요산이라고 했던가.지식이 있는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고사는 지리산에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된다.산과 물이 태고적 형상을 간직한 채 우뚝하기도 하고 유유하게 흘러가는 모습이 더없이 좋기만 하다.지리산 주변에서 자라나는 온갖 작물들은 천혜의 대지의 기를 받고 성장했으니 인간에겐 더없는 보배가 아닐 수가 없다.먹거리,인심,자연의 위대함이 골고루 갖춰져 있는 지리산의 둘레길은 단지 걷는 데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역사와 문화,학습의 장이 되기도 한다.

 

먹고 살기 바쁜 현대인에게 가끔은 각박한 일상을 벗어나 자신만의 자유와 영혼을 되찾는 여유가 필요할거 같다.걷기는 순간 순간 힘들게 느껴지지만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볼때의 기쁨과 환희는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특히 산이 있고 물이 있는 경관은 타락하고 찌들어 사는 인간에게 더없는 선물이 되고 내일을 위한 커다란 충전작용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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