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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들려준 이야기 - 인류학 박사 진주현의
진주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10월
평점 :
공기,물과 같이 있어도 고마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이 인체의 각 부위를 연결하고 지탱해 주는 뼈도 평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일거수 일투족이 뼈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에도 뼈를 잘 보호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살아가면서 예기치 않은 재해로 뼈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왔다 갔다 해야 뼈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나는) 아직까지 뼈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하고 물리치료를 받은 적은 없지만,나이가 들어가면서 세포가 죽어가듯 뼈 역시 퇴행이 진행되기에 뼈에 무리를 가하는 행위는 삼가하려고 한다.
나는 인간의 뼈를 생생하게 본 것은 증조모의 묘를 이장(移葬)할 때였다.돌아가신지 90여 년이 흐르고 증조모의 묘 주위에 공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부득이 파묘를 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종손이기에 아버지를 따라 파묘 현장을 직접 가서 묘지기들이 묘를 파내려 가는 모습을 보니 긴장감과 경건함이 교차했다.1m 남짓 파내려 가니 구멍이 송송 뚫린 두개골이 나타나고 조금 더 땅을 파고 조심조심 유골을 수습하니 대부분의 뼈들은 온데 간데 없이 풍화가 되고 말았다.겨우 수습한 유골은 팔뼈와 다리뼈,손뼈 조금이 전부였다.하얀 미농지(美濃志紙)에 정성껏 담아 이장을 했다.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사람이 죽으면 육탈이 되고 뼈는 장기간 남는 법인데,긴 세월이 흐르고 보니 뼈도 풍화가 되면서 뼈 속의 조직 세포들이 버슬버슬 삭아 없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한방병원에 침을 맞으러 가서 보았던 인체 해부도와 인체 신비 전시관에서 생생하게 재현한 인체의 모든 부위를 소름이 끼칠 정도로 생생하게 관람했다.어머니의 자궁 속에 자라나는 태아부터 죽음에 이른 주검까지 인간의 생사필멸의 과정을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눈여겨 보았다.한방병원에서 보았던 인체 해부도는 처음 볼 때에는 신비스러움과 무서움을 느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반 병원에서도 자주 보니 신비스러움이 점점 희박해져 갔다.반면 인체 신비 전시관에서 보았던 인체는 죽은 사람이 다시 부활한 느낌을 안겨 주었다.특히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여 엄마의 자궁에서 착상하는 순간의 모습은 정말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의 신비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체내에 뼈가 있는 모든 동물들은 뼈의 모양은 달라도 뼈가 체내의 모든 부위를 잘 연결해 주고 삶을 지탱하고 있어 뼈의 고마움,소중함은 몇 번을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다.두개골(頭蓋骨)을 비롯하여 견갑골,쇄골,갈비뼈,흉골,경추,흉추,요추,천골,미추,팔뼈,대퇴골,손뼈 등이 있다.인체에 이상이 없을 때에는 뼈는 침묵과 고요함을 지키지만 외부로부터 영향 즉 물리적 힘을 받을 때에는 증상에 따라 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골절상,뼈에 금이 가는 현상,퇴행성 증상 등 뼈의 증상도 다양하다.골절이 생기면 파골세포가 죽은 뼈에 달라 붙고 그것이 임무를 마치면 조골세포가 빈 자리를 채워 원래 상태의 뼈로 돌아가기도 한다.뼈의 재형성까지는 대략 3∼4개월 걸린다고 한다.
여기 뼈에 미쳐 세계 각지의 발굴 현장에 참여해 인류의 진화와 기원,인간과 동물 뼈대의 구조적.기능적 차이를 연구하는 한편 현재는 헌국.베트남.제2차 세계대전 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발굴해 분석한 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진주현 저자는 법의인류학자로 유해를 발굴하여 DNA 분석 등을 통해 신원을 알아내어 유족의 품에 돌려주지만 유골의 DNA 분석이 확실치 않게 모호한 경우에는 무명용사의 묘역에 쓸쓸하게 묻힌다고 한다.진주현 저자가 말하고 있듯 뼈는 인체 내에서 평생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망자의 뼈만 봐도 당사자의 나이,성별,신장,활동량,삶의 정도 등을 짐작 가능하다고 한다.뼈도 세포와 같이 시간이 흐르면 오래된 골세포는 없어지고 새로운 골세포가 생성해 나간다.억울하게 죽은 이를 대신하여 진실(과학 수사)을 말해주고,발굴 현장에서 수습한 고대 인류의 유골은 동위원소를 이용한 탄소 연대 측정을 하기도 한다.세계 최초의 인류 화석을 발견한 조핸슨 고인류학자는 320만 년 전의 여성 유골로 추정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화석을 발굴하면서 '루시'라고 이름을 붙였다.인류학의 지평을 열었던 것이다.
진주현 저자는 인체 내의 뼈를 스토리텔링식으로 딱딱하지 않게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있는듯 없는듯한 뼈는 당장 뼈에 이상이 생겼다든지 아니면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인류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여길만한 유골들에 대해 한층 관심을 갖게 되었다.하나의 에피소드를 말한다면 작년 심장혈관 질환으로 입원하던 병실에 50대 중반 아저씨가 갈비뼈에 금이 갔다고 같은 병실로 입원을 했다.듣기로는 갈비뼈에 금이 갔을 때에는 약물치료를 하면서 금이 간 갈비뼈가 아물 때까지 평온을 지키는 것이 최상이라는 것이었다.그 환자는 늘 누워있다 화장실에 갈 때만 기동했다.뼈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뼈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부추기는 한편 평상시 인체 내의 뼈를 보다 더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경각심을 고취하고 있다.특이사항으로 연골(軟骨)과 치아는 뼈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외 뼈를 보호하고 소중히 하려는 마음가짐과 알아 놓아야 할 뼈 상식은 물론이고 뼈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알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뼈는 칼슘의 저장고이기에 뼈에 유익한 영양분을 평소 축적해 주어야 한다.이를테면 칼슘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꾸준히 섭취한다든지 일조량이 적은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일부러라도 비타민 D가 들어간 건강 보조식품 내지 햇빛을 자주 쬐어야 골밀도가 좋아지는 법이다.뼈를 위한답시고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뼈에 이상이 생기게 하는 원인이 될 수가 있다.모든 것이 과유불급이기에 자신의 여건과 역량에 맞게 해야 한다.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인색했던 뼈에 얽힌 이야기가 유익하고 친근감 있게 다가와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단숨에 읽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