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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힘
우테 에어하르트 & 빌헬름 요넨 지음, 배명자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 물정을 모르고 고지식한 사람들 대부분이 솔직하다 못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 당하는 꼴을 자주 본다.거짓말과 속임수,사기(詐欺),기만은 1차적인 의미에서는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지만 세상살이는 솔직,정직,성실함으로만은 흘러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일부러 타인을 속이고 재산과 권리를 탐하는 행위 자체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일적인 면에서는 아는 것도 모르는 체하면서 넘어 가는 것이 인생살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개인적으론 솔직하고 고지식한 편이어서 그런지 남들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내 밥그릇,내 앞가림만 챙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고방식이 강했다.그런데 살아가면서 돈과 관련하여 가까운 사람들에게 당하고 보니 나 보다는 처와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될 거라고 다짐을 했다.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지만 이건 내 자신에게는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그래서 얻은 결론은 부자지간,부모형제간에 돈과 권력을 나누지 않는다는 것을 삶의 신조로 삼게 되었다.
가족,친지,친구도 경우에 따라서는 거짓말,속임수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특히 전화로 부탁하는 경우에 목소리 톤에서 진심을 담고 얘기하는지 아니면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부탁을 하는지를 '척'하면 삼천리일 정도로 상대의 의도를 파악할 수가 있게 되면서 내 머리 속은 냉정을 잃지 말자고 스스로 주문을 한다.특히 부모,친척간에 빚보증 및 대출관련한 보증은 절대로 서 주어서는 안된다.믿음으로 부탁을 들어 주지만 부탁을 한 사람은 '화장실 갈 때하고 화장실 나올 때가 다른 것'과 딱 맞다는 씁쓸하고 후회 섞인 자조가 절로 나온다.인간은 왜 거짓말을 해야 하고 거짓말의 위력이 무엇인가를 이 도서는 다양한 시각과 각도로 들려 주고 있다.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고 어리바리하고 고지식한 사람들은 이제부터라도 냉정한 시각과 자세로 바꿔 나가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거짓말과 관련한 다양한 생각들을 잘 들려 주고 있는 이 글은 솔직한 것은 나쁘지 않되 사안에 따라서는 경솔하게 비쳐질 수도 있으며 타인은 이렇게 나오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지능을 발휘하여 이리 저리 상대방을 뒤흔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조종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인간 자체가 매우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상대방에게 호의,정성,배려로 다가가지만 사회라는 커다란 공간과 구성원들은 제 앞가림,이익창출,권력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자들이 너무도 많다.이것은 사실 불문가지이지만 거짓말의 힘이라는 것이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겠다.아이러니하게도 거짓말,교묘한 속임수,자기기만을 해야만이 인간관계가 원만해질 수가 있으며 건강과 행복까지 얻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속보이는 거짓말보다는 관계회복,관계증진 등이 결국은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에피소드이지만 나는 결혼을 중학시절(남.녀공학)의 남친의 소개를 통해 현재 아내와 살고 있다.남친의 아내는 같은 학교를 나온 동갑내기이며 그녀는 죽은 처형과 대학에서 만난 가장 절친했던 사이로 나를 어여삐 보고 소개를 해 주었다.IMF 경제위기가 터지기 전이고 내가 다니던 회사가 중계무역을 하는 회사였기에 해외영업 부문은 실질적으로 내가 도맡아 했다.주특기인 외국어와 장래성을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아내에게 어필하고 결혼을 하게 되면 해외 주재원 등의 길도 있으니 함께 외국에 나갈 일도 많다고 설레발을 치며 자랑을 늘어 놓았다.그런데 결혼하고 나에겐 IMF의 구조조정의 시련이 찾아 오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가장으로서 앞가림을 못하고 식구들에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다 보니 아내가 한 번은 푸념을 늘어 놓았다."그렇게 잘 난 학교와 스펙을 믿었는데 완죠니 사기 당했다"라고 팍 쏘아 붙이자,나 역시 불쑥 화가 치밀어 당시 데이트 시절엔 그럴 것이라고 굳게 믿었지만 나라 살림이 엉망이 된 것을 가지고 사기니 속았다니 하면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냐? 고 되물었다.이에 나는 "일자리 알아 보면서 단촐한 식구 먹여 살릴 수 있으니 참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담아 시선을 마주치면서 달래기도 했다.지금이야 사기,속이다 등의 말은 사라졌지만 부부의 참된 길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나름대로 잘 해 주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하고 있다.
살아 가다 보면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 온다.난처함과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것이 관건일진대 부부 사이 및 가족간에는 오해 및 의심을 사지 않을 정도의 윤활유와 같은 거짓말은 함께 살아가는데 엔진 역할을 해 주고도 남는다.이를 확대하여 사회적 인간관계,거래관계,상.하관계에서도 적용되는 문제인 만큼 때와 상황에 맞게 잘 대응해 나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어려울수록 상황판단을 센스와 유머감각,융통성,상생의 힘을 적절히 조율하는 힘을 연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지식하고 융통성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성실과 겸양,정직과 솔직함이 소중하다고 여기겠지만 나와 타인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주문을 걸어서라도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활용하는 대범함이 필요하다고 본다.특히 한국어의 속성상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봐야 상대방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파악할 수 있기에 경청하는 태도는 거짓말의 힘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사람은 없어도 있는 체,몰라도 아는 체,못나도 잘난 체를 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나는 이를 3체현상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것이 자기기만인 동시에 세상살이에서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부각시키고 상호관관계를 실질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은 아닐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에어하르트.요넨 두 저자는 거짓말은 일종의 재능이라고 말하고 있다.거짓말을 요구하는 대목은 예의,친절,윤리,신뢰.인간애,관계,존중하는 태도,정의,사랑에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결국 거짓말의 힘에 내재된 힘은 나도 좋고 상대방도 좋은 상생의 힘을 기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