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러브 토크 - 어제는 사랑했지만 오늘은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김태훈 지음 / 링거스그룹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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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이성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하는 것은 10대부터이고 조숙한 경우에는 20대 이전에도 사랑의 불장난을 하면서 미혼모가 되기도 한다.책임감 없는 산모가 되어 아이를 버리거나 낙태를 시키는 등 사회적 이슈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본격적으로 낭만과 친절,책임의식이 한껏 고조되어 가는 20대의 불같은 사랑은 남.녀 사이에서 이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배려,책임의식이 없을 경우에는 자칫 아픈 상처를 남기게 되고 그 후유증은 오래 가기도 하지만 요즘엔 사랑,결혼,이혼을 쉽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어 과연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치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이성에 대해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게 되면 남자와 여자의 생각과 감정은 판이하게 달라진다.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본색을 숨긴 채 용모와 말씨,복장 등을 어느 정도 갖추어 여자에게 접근을 한다.몸과 마음이 헤프지 않은 여자가 당장 "좋아요"라고는 하지 않을 것이기에 몇 번 대시를 하다 보면 정말 싫어하는 감정이 없는 한 여자는 남자의 의사를 쉽게 거절하지는 않겠지만 정작 중요한 점은 만나고 밥먹고 영화관가는 것이 아니고 과연 남자는 여자의 마음이 무엇이고 여자는 남자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헤아리고 배려하며 인간적으로 다가서는 것이 좋을거 같다.피치못할 상황이 도래하여 헤어질망정 원한,응어리,상처는 남지 않을테니까.

 

만능 엔터테이너이며 연예계 칼러니스트로 활동하고 김태훈씨의 <러브 토크>는 남녀간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 통행을 하려다 연애,사랑,결혼이라는 희망찬 핑크 빛이 비맞은 생쥐꼴이 될수도 있다.예를 들면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운 여자와 구속당하는 것이 싫은 남자의 마음은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그래서인지 여자는 쉽게 먼저 남자에게 대시를 못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얽매이는 것이 부담이 되는거 같다.여자는 남자가 취중진담이라는 것을 믿고 취중에 하는 말과 행동을 곧이 믿다가 마음에 상처를 입고 여자가 쇼핑을 가게 되면 이것 저것 구경하고 만지고 살까 말까를 반복하는 것이 이골이 났는데 남자는 그러한 쇼핑이 적응이 안되고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너 하나만은 꼭 행복하게 해줄거야'라는 호기와 자신감은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삶의 변수가 많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에게 침도 묻히지 않고 거짓말을 하면 안될거 같다.연애와 사랑에 눈이 멀고 그 사람 아니면 못살거 같은 상상과 사랑의 변주,환상은 현실에서는 행복하지 않은 비극으로 끝날 경우도 얼마든지 있기에 약간 불로 오래 우려내는 사골국물 맛과 같은 연애의 과정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한다.하지만 요즘 청춘 남녀들은 돈과 물질에 지배를 받다 보니 정신적인 면보다는 물질적인 면이 연애와 사랑에서도 단연 앞선다.돈과 물질이 시들어지고 미래가 불투명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이별을 고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현세태이기도 하다.

 

연애는 어느 세대에도 통용된다.이상과 낭만을 추구하는 20대,현실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3,40대,편안하고 의지가 되어 줄 5,60대의 황혼 연애가 어딘가에선 남자와 여자가 상대의 의지처가 되고 기대어 살아고 싶어할 것이다.다만,상대방에게 너무 기대를 크게 갖는 환상적인 연애는 금물이리라.영원한 사랑이 없는거 만큼 영원한 삶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서로를 정확하고 냉정하게 이해하고 배려하며 진실로 다가서는 것만이 처음처럼의 마음이 오래 유지될 수 있고 비록 결혼으로 골인을 하지 않아도 그 마음은 누군가에게 또 전파되어 바람직한 연애의 기술이 활짝 피어오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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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 여행에세이 1996-2012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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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여유가 많은 사람은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려 이리 저리 궁리를 하고 때가 되면 비행기나 배를 타고 유유자적 다시는 오던 길을 되돌아 보지 않을듯한 기분으로 폼생폼사를 내면서 떠날 것이다.요즘 토요일도 쉬고 쉬는 날도 많아졌기에 생각과 마음만 있다면 멋진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고도 2박3일 아니 4박5일 일정으로 국내든 국외든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 나설 수가 있기에 편리하고도 자유스러운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 생각이 든다.

 

요즘은 한걸음만 떼어도 모든게 돈이 필요할 정도로 돈으로 해결되는 세상이다보니 너도 나도 떠나는 여행은 일부계층이 누리는 호사스러운 여유쯤으로 보여지는데 적금 붇듯 종자돈 모아 가고 싶고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새롭게 내일을 충전할 곳을 찾아 나서는 여행은 각자의 기호와 취향,경제력에 맞춰 나서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 교육과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여행은 마음 속에서만 맴돌고 만다.작가의 말처럼 생각이 나면 바로 베낭과 약간의 돈을 챙겨 가고 싶은 데로 떠나 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일상이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기에 몸과 마음 속엔 불필요한 찌꺼기들이 침전되어 있고 정서도 메말라 있다.사물을 있는데로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는 순수함도 사라지고 이해관계로 똘똘 뭉쳐있는 심성을 여행을 통해 말끔히 씻겨 낸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그런 면에서 산업화와 개발이 덜 된 곳들을 찾아 나선다면 온갖 번민과 욕망을 벗어 던지고 켜켜이 채색되고 거짓으로 치장된 내 자신을 되돌아 보게될 것이다.

 

이용한 여행작가는 1996년에서 2012년 사이에 나그네로 살아갔던 시절을 180편의 여행단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소위 경제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보다는 산업화와 개발의 물결이 침식되지 않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순수함과 자부심을 안고 살아있는 곳들이 보기에도 좋고 삶의 의미와 가치마저도 안겨준다.티벳과 몽고,라오스가 그 대표적인 곳이다.돈과 물질보다는 자연과 동물,사람과 자연,사람과 영적 존재와 교유하며 욕심부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맡겨진 운명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며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게 다가온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사랑하지 않았다 - 본문에서 -

 

자연과 동물을 아무리 사랑해도 질리지 않는다.그 존재들은 인간에게 무한정의 사랑을 나눠줘도 생색을 내기는 커녕 인간과 어떻게 교류해 나갈지를 무언으로 알려주고 벗이 되어 주며 삶의 궁극적인 의미와 가치마저 가르쳐 주기에 자연과 동물은 어머니 못지 않은 크고 깊고 넓은 존재이기에 틀림없다.사람은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마음 속에 응큼한 이해관계가 쌓여 가고 처음 만났을때 설레이던 마음은 온데 간데 없이 귀찮고 잊고 싶고 불필요한 짐짝마냥 다가올 때가 있다.그것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이기적인 속물 근성과 속성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티벳 라싸궁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는 한 스님의 숭고하고도 지순한 고행길은 돈과 물질이 지배하고 이를 추종하는 인간과 비교하면 그 뜻과 실천력이 경이롭고 고귀하기만 하다.오체투지 스님으로부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내게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욕구가 목까지 차오를 때엔 산업과 개발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오지 내지 초원이 있는 나라로 훌쩍 떠나고 싶다.그곳에서 내 자신의 오욕칠정을 벗어던지고 내 정체성을 새로이 발견하며 어머니의 신비스러운 자궁 속에 있던 모습으로 되돌아 가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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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어머니
김용택 지음, 황헌만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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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40대 후반이고 어머니 세대는 대략 1920년대부터 1930년대에 태어나신 분들일 것이다.일제 강점기 중.후반에 태어나시고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엔 한국 전쟁의 폭풍이 한바탕 휩쓸고 가면서 국토의 거개가 쑥대밭으로 변하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경제력이 있는 가족 구성원들은 자고 일어나면 논과 밭으로 일을 나가야 하고 부모들은 생기는 데로 아이들을 낳았으니 바로 '베이비 붐'세대가 우리 세대가 아닐까 싶다.

 

우리 세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죽도록 일만 했을 뿐 호사다운 호사는 누리지도 못한 채 자식들이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여 훌쩍 떠나고부터는 시골 농촌은 나이 드신 노인들만 집을 지키고 주인 잃은 논과 밭은 풀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게 요즘의 농촌 현실이다.어쩌다 성묘차 본가를 지나칠라면 젊디 젊었던 이웃집 아주머니는 완연한 할머니로 변하고 인사라고 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투박한 양손으로 반겨 맞아주기도 한다.시간과 세월이 많이 변해 어린 시절과 현재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격세지감과 세월의 무상이 온몸을 '쏴'하게 훑고 지나간다.

 

어린 시절의 나는 부모님이 객지에 나가 '양은 그릇'장사를 하시느라 할아버지,할머니의 훈육이 컸다고 생각된다.그러한 가정 환경 속에서 우리 형제자매는 할아버지,할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그 분들의 일상을회고하니 '그런 날이 있었지'라고 상념에 잠기게 되는데,조부모님 두 분 모두 바지런하셔서 한시도 몸을 놀리지 않으신다.할아버지는 초저녁 잠이 많으셔서 꼭두새벽에 일어나셔서 논물을 대고 잡초를 뽑고 밭일도 잠깐 하시다 아침밥을 드시러 귀가하고 할머니께서는 정지(부엌의 사투리)에 앉아 불을 때시고 아침밥과 상추,배추 등을 겉절이 하여 상에 올리면 어린 우리들은 맛있게 먹고 학교를 향해 힘차게 달려 가던 시절은 동쪽에서 떠오른 아침해와 동무 삼던 정겹고 순수했다고 생각된다.

 

묘포장이 있고 밭이 있으며 산과 들에 피어난 온갖 잡초가 인간생명의 근원이고 식재료였기에 할머니는 때가 되면 산과 들로 온갖 식재료를 찾으러 대바구니와 호미,백반(산에 뱀이라도 나타나면 백반을 뱀 앞에 놓는다) 등을 준비하고 머리엔 흰 수건을 두르고 가벼운 브라우스와 몸빼 바지차림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산과 들로 향한다.해가 중천에 뜨고 점심 무렵이 되면 할머니는 대바구니에 고사리,취 등을 마루에 내려 놓으며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손등으로 훑어 내리신다.

 

김용택시인의 어머니의 모습은 시종여일 내 어머니,할머니의 모습이었고 시인의 고향에서 멀지 않은 곳이기에 시인이 사용하는 말투도 정겨움과 친근감이 새록새록 다가왔다.시인의 어머니의 일상이 봄부터 겨울까지 빼곡하게 일기장에 적어 놓은 어머니에 대한 '고백담'과도 같고 사모곡과도 같다.어머니를 예찬하려는 의도보다는 어머니의 본모습이 무엇이고 자식과 가족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신 소탈하고 강인한 생명력이 살아 있음을 제대로 보여 주기에 잊혀져 가는 어머니의 모습과 진실이 제대로 살아나는거 같다.

 

나는 할머니께서 어떻게 자라졌는지는 모르지만 일상에서 '욕'을 참 많이 하셨던거 같다.특히 할아머지도 마찬가지인데 일제 강점기때 일본인이 조선인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경멸하는 말투가 암암리에 세뇌되었던 탓이 아닐까 싶다.너무 말을 듣지 않으면 '육시할 놈,염병할 놈' 등의 욕이 많았던거 같고 예의범절에 관한 훈육이 맣았다.반면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표현을 잘 하지 않은 과묵한 형(型)이었고 속으로 삼키고 인내하는 분이셨으며 욕은 거의 하지 않으신 양반 기질을 갖으셨던거 같은데 지금은 홀로 되어 외로움과 고독 사이에서 여생을 살아가신다.

 

제 어머니도 일이라면 한 몫 하신다.동네에선 여장부라 칭했을 정도로 힘이 세서 등짐도 남자 못지 않게 서너다발을 너끈하게 이고 오시며 묘포장에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남보다 빨리 정확하게 하시기에 묘포장 주인은 간죠(일당 계산)하는 날엔 덤으로 더 춰 주시고 집에 오시면 남보다 더 받으신 탓인지 얼굴 표정은 밝으시고 자부심마저 있었던거 같다.논과 밭,품앗이,종가 며느리로서 온갖 애경사 등을 챙기시는 것도 모자라 늘그막에 아버지께서 중풍으로 쓰러지시고 11년간을 병수발을 하시던 어머니는 이제 혼자가 되셨다.

 

며느리 눈치 보기 싫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 좋다며 한사코 본가에 혼자 계신다.장독대가 있고 약간의 남새밭이 있어 소일거리를 하신다.심심하면 이웃 사촌 동생을 만나시고 계모임이 있는 날이면 참석도 하면서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하신다.가끔 뵈러 가는 날이면 며느리보다 내가 좋아하는 가재미 탕과 갓김치를 손수 준비해 놓으시고 "차 몰고 오느라 힘들었을텐데 많이 먹어라"고 주섬주섬 가깝게 내놓으신다.고맙게만 생각이 든다.이러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안계시며 내가 좋아하는 음식맛을 누구에게서 찾을 수가 있을까 혼자 생각해 보기도 하는데 헤어질 시간이 되면 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시고 그 자리에 우뚝 서계시는 모습이 애잔하게만 전해져 온다.나도 늙으면 어떠한 모습으로 자식들에게 내 모습이 남겨질지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 당당한 아버지의 모습을 전해 주고 싶은데 시절은 참 어렵기만 하다.

 

김용택시인의 어머니와 내 어머니는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천상 시골의 일꾼으로 살아오고 살아가는 분같다.손과 발이 머슴과 같고 마음은 자애롭고 인정 많으시니 고맙고 못해 드려 미안한 마음도 든다.할머니,어머니로부터 내려 받은 좋은 심성과 인간적인 면모는 잊지 않고 자식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다.이것은 돈과 물질이 팽배한 시대에서 매우 소중하고 귀한 정신적 유산이기 때문이다.대대손손 정신적 유산은 말없이 물 흐르듯 내와 강을 거쳐 크고 넓은 바다로 흘러가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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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세상을 더듬다
저우쭝웨이 글, 주잉춘 그림, 장영권 옮김 / 펜타그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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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이 책표지와 같이 하얀 도화지로 되어 있어 몸과 마음마저 순수,평화,사랑으로 가득한 온전하고 이상적으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인류가 시작되면서 국가발전과 생활수단으로 투쟁과 이동,권력의 축적을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어지다보니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강자가 약자에게 늘 강요와 감시,견제를 해왔는지를 역사는 증명해 주고 있다.

 

 미물(微物)인 달팽이가 바라본 세상살이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다.태생과 유전자가 느리게 살아라고 점지해 놓았기에 달팽이는 밤이나 낮이나 등껍질을 달고 이곳 저곳을 쉼없이 기웃거리고 꼬물거리다 생각치도 않은 천적을 만나 죽음의 고비를 맞이하기도 한다.보는 사람이 아슬아슬하다.운이 좋게 살아 남아 또 다른 길을 떠나다 보면 좋은 벗도 만난다.그 벗은 달팽이에게 왜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고 달팽이는 사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됨을 알게 된다.

 

 달팽이의 이러한 일련의 삶의 과정이 인간 개개인에 비추어 보아도 마찬가지이리라.가만히 누워 떠먹여 주는 밥만 얻어 먹고 살 수는 없기에,부단히 몸을 움직이고 두뇌를 사용하면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좌절을 느끼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론 나를 진실로 알아주고 사랑해 주는 마음의 동행자가 있기에 삶은 그 자체로 힘들기도 하지만 축복의 한마당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늙은 달팽이 할머니는 등껍질이 누군가에게 짓밟혔다든지 낙상을 했는지는 몰라도 상처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게다가 흉칙하게 난 상처 틈새로 개미들은 달팽이의 살점이라도 뜯어 먹으려 달라들고,지나가던 달팽이는 자신에게 들이닥칠 위기의 순간을 본능적으로 알고나 있듯 주춤주춤 꽁무니를 빼는 모양이다.

 

 

 

 애벌레와 풀잎 가지에서 희롱거리다 보니 어느새 벗이 되고 혼자일 때의 외로움과 공포심을 사라졌다.그런데 어느새인지 사마귀 한 녀석이 두 발에 힘을 주고 서서히 다가오지 않는가?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 이 순간을 어떻게 탈출해야 할지 무척 힘들 것이다.애벌레가 달팽이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달팽이에겐 개미는 무서움의 존재이기도 하지만 인생 경험이 많은 멘토일 때도 있다.무더운 찜통 더위가 시작되면 으례 한줄기 소나기가 내릴 거라는 예언은 곧이어 적막을 깨우고 쏟아지는 단비에 달팽이는 찌든 때를 말끔히 씻겨 내고 내일을 위해 또 어딘가로 향하여 도전해 나갈 것이다.

 

 

 

 그가 만난 수많은 군상 중에서도 맑게 개인 밤하늘에 외로이 떠있는 달님은 말은 하지 않지만 더 없이 반갑고 정겨우리라.달님이 세속의 오욕칠정에 대해 하나 하나 가르쳐 주는거 같다.두 촉수를 안테나마냥 반듯하게 세우고 달님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는거 같다.

 

 북디자이너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주잉춘은 중국에서 뿐만 아니라 서방국가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그는 <나는 한 마리 개미>로 도서계에 총아로 떠오르고, 저우쭝웨이의 글솜씨까지 잘 결합되어 이 글은 짧은 시와 같이 전해져 오지만 느리면서도 움직여야 살아갈 수가 있는 인간의 본질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살아가면서 좋은 사람도 있을 테고 해꼬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바람과 비 등의 궂은 날씨도 어떻게 적응하고 대처해 나갈지를 달팽이는 이미 깨닫게 된거 같다.하찮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던 미물를 보면서 인간의 이기적 본능과 대립,갈등 관계도 조금씩 완화되어 가는 사랑스런 세상이 펼쳐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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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런거리는 유산들
리디아 플렘 지음, 신성림 옮김 / 펜타그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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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살다가 앞서 세상을 떠난다면 남아 있는 사람의 마음 속에는 평소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이 교차할 것이다.하물며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 주신 부모님에 대한 애정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며 심정적으로는 '순망치한'과도 같을 것이다.그만큼 부모는 자식에게 쏟은 온갖 정성과 열의,희생이라는 시간과 세울이 켜켜이 남은 자식의 가슴 속에 내려 앉고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나 또한 조부모님,아버지께서 함께 살다 노환과 숙환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그분들과 함께 지냈던 시절을 가끔씩 생각하는데 내 마음 속엔 그 분들이 전해준 정신적인 감성과 훈육의 영향이 크고 살아가는데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 주기에 감사하는 마음도 있고 생전에 잘해 드리지 못한 점이 내내 아쉽고 후회스럽기만 하다.

 

 돌아가신 분들이 남겨 주신 정신적.물질적 유산을 놓고 생전 함께 지냈던 시절로 되돌아 간듯한 착각이 드는 이 글은 고인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이 듬뿍 묻어 난다.사람이 죽게 되면 고인의 유품과 물건들은 대부분 소각을 하고 작별의 뜻을 고하기 마련인데 저자 리디아 플렘은 슬라브계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가 남긴 300여통의 연애 편지는 나치 독일하에서 육체적 핍박을 받는 상황하에서 시대적 아픔을 딛고 둘 만의 애틋하고도 정감어리며 배려 넘치는 서신 교환이 저자에겐 정신적 유산이고 커다란 가르침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된다.육신은 비록 썩어 없어졌지만 고인들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 그 분들이 소곤소곤 나누었던 연애담을 구구절절이 듣는거 같다.

 

 그 연애 편지는 1946년부터 1949년까지 3년 동안 주고 받았으며 버리지 않고 하나 하나의 사연을 어렵사리 꺼내들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저자의 마음 속에는 부모님에 대한 각별한 정이 아니고는 어려웠을 것이며 사연 속에는 당시 서슬퍼런 나치 독일 정권하에서도 사랑하는 마음만은 살아있다는 것을 고백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리라.부모 자클린과 보리스는 지긋지긋한 억압적이고 살인적인 독일어를 사용하지 않고 불어로 서신교환을 했다고 하니 마음 속엔 나치즘에 대한 공포와 전율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삼백 번째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보리스,내 사랑,나의 욕망,나의 믿음,나의 빛".

 

 청춘 남녀가 주고 받는 시적인 언어와 달콤한 미어는 시대를 불문하고 동일할거 같다.한참 마음 설레고 기다려지는 연인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은 무궁무진하고 그 감정은 마음과 믿음,일체라는 형상 앞에서 완벽한 하나의 존재가 되고 사랑을 가꾸어 나가며 서로 의지하고 버팀목이 되어 주는 존재가 되어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또한 생명체가 사멸하고 순환되어 가는 과정에서 남겨진 유품들과 함께 하면서 생각과 감정이 모아지고 고인을 애도하는 뜻깊은 시간도 삶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나와 함께 했던 조부모,부모님과의 시간과 세월은 그리 길지는 않을거 같다.영원하지도 않은 시간과 세월 속에 내게 남겨 준 정신적인 영향은 살아 있을 때엔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죽고 난 후엔 이런 저런 사념이 머리 속에 남게 된다.성실,근면,도덕,윤리,처세,선과 악,사회성 등의 문제가 내가 사회를 살아가고 자식들 앞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를 알게 모르게 고인들로부터 물려 받은 유전적,정신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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