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 여행에세이 1996-2012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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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여유가 많은 사람은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려 이리 저리 궁리를 하고 때가 되면 비행기나 배를 타고 유유자적 다시는 오던 길을 되돌아 보지 않을듯한 기분으로 폼생폼사를 내면서 떠날 것이다.요즘 토요일도 쉬고 쉬는 날도 많아졌기에 생각과 마음만 있다면 멋진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고도 2박3일 아니 4박5일 일정으로 국내든 국외든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 나설 수가 있기에 편리하고도 자유스러운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 생각이 든다.

 

요즘은 한걸음만 떼어도 모든게 돈이 필요할 정도로 돈으로 해결되는 세상이다보니 너도 나도 떠나는 여행은 일부계층이 누리는 호사스러운 여유쯤으로 보여지는데 적금 붇듯 종자돈 모아 가고 싶고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새롭게 내일을 충전할 곳을 찾아 나서는 여행은 각자의 기호와 취향,경제력에 맞춰 나서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 교육과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여행은 마음 속에서만 맴돌고 만다.작가의 말처럼 생각이 나면 바로 베낭과 약간의 돈을 챙겨 가고 싶은 데로 떠나 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일상이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기에 몸과 마음 속엔 불필요한 찌꺼기들이 침전되어 있고 정서도 메말라 있다.사물을 있는데로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는 순수함도 사라지고 이해관계로 똘똘 뭉쳐있는 심성을 여행을 통해 말끔히 씻겨 낸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그런 면에서 산업화와 개발이 덜 된 곳들을 찾아 나선다면 온갖 번민과 욕망을 벗어 던지고 켜켜이 채색되고 거짓으로 치장된 내 자신을 되돌아 보게될 것이다.

 

이용한 여행작가는 1996년에서 2012년 사이에 나그네로 살아갔던 시절을 180편의 여행단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소위 경제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보다는 산업화와 개발의 물결이 침식되지 않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순수함과 자부심을 안고 살아있는 곳들이 보기에도 좋고 삶의 의미와 가치마저도 안겨준다.티벳과 몽고,라오스가 그 대표적인 곳이다.돈과 물질보다는 자연과 동물,사람과 자연,사람과 영적 존재와 교유하며 욕심부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맡겨진 운명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며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게 다가온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사랑하지 않았다 - 본문에서 -

 

자연과 동물을 아무리 사랑해도 질리지 않는다.그 존재들은 인간에게 무한정의 사랑을 나눠줘도 생색을 내기는 커녕 인간과 어떻게 교류해 나갈지를 무언으로 알려주고 벗이 되어 주며 삶의 궁극적인 의미와 가치마저 가르쳐 주기에 자연과 동물은 어머니 못지 않은 크고 깊고 넓은 존재이기에 틀림없다.사람은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마음 속에 응큼한 이해관계가 쌓여 가고 처음 만났을때 설레이던 마음은 온데 간데 없이 귀찮고 잊고 싶고 불필요한 짐짝마냥 다가올 때가 있다.그것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이기적인 속물 근성과 속성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티벳 라싸궁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는 한 스님의 숭고하고도 지순한 고행길은 돈과 물질이 지배하고 이를 추종하는 인간과 비교하면 그 뜻과 실천력이 경이롭고 고귀하기만 하다.오체투지 스님으로부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내게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욕구가 목까지 차오를 때엔 산업과 개발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오지 내지 초원이 있는 나라로 훌쩍 떠나고 싶다.그곳에서 내 자신의 오욕칠정을 벗어던지고 내 정체성을 새로이 발견하며 어머니의 신비스러운 자궁 속에 있던 모습으로 되돌아 가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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