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런거리는 유산들
리디아 플렘 지음, 신성림 옮김 / 펜타그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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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살다가 앞서 세상을 떠난다면 남아 있는 사람의 마음 속에는 평소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이 교차할 것이다.하물며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 주신 부모님에 대한 애정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며 심정적으로는 '순망치한'과도 같을 것이다.그만큼 부모는 자식에게 쏟은 온갖 정성과 열의,희생이라는 시간과 세울이 켜켜이 남은 자식의 가슴 속에 내려 앉고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나 또한 조부모님,아버지께서 함께 살다 노환과 숙환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그분들과 함께 지냈던 시절을 가끔씩 생각하는데 내 마음 속엔 그 분들이 전해준 정신적인 감성과 훈육의 영향이 크고 살아가는데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 주기에 감사하는 마음도 있고 생전에 잘해 드리지 못한 점이 내내 아쉽고 후회스럽기만 하다.

 

 돌아가신 분들이 남겨 주신 정신적.물질적 유산을 놓고 생전 함께 지냈던 시절로 되돌아 간듯한 착각이 드는 이 글은 고인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이 듬뿍 묻어 난다.사람이 죽게 되면 고인의 유품과 물건들은 대부분 소각을 하고 작별의 뜻을 고하기 마련인데 저자 리디아 플렘은 슬라브계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가 남긴 300여통의 연애 편지는 나치 독일하에서 육체적 핍박을 받는 상황하에서 시대적 아픔을 딛고 둘 만의 애틋하고도 정감어리며 배려 넘치는 서신 교환이 저자에겐 정신적 유산이고 커다란 가르침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된다.육신은 비록 썩어 없어졌지만 고인들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 그 분들이 소곤소곤 나누었던 연애담을 구구절절이 듣는거 같다.

 

 그 연애 편지는 1946년부터 1949년까지 3년 동안 주고 받았으며 버리지 않고 하나 하나의 사연을 어렵사리 꺼내들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저자의 마음 속에는 부모님에 대한 각별한 정이 아니고는 어려웠을 것이며 사연 속에는 당시 서슬퍼런 나치 독일 정권하에서도 사랑하는 마음만은 살아있다는 것을 고백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리라.부모 자클린과 보리스는 지긋지긋한 억압적이고 살인적인 독일어를 사용하지 않고 불어로 서신교환을 했다고 하니 마음 속엔 나치즘에 대한 공포와 전율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삼백 번째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보리스,내 사랑,나의 욕망,나의 믿음,나의 빛".

 

 청춘 남녀가 주고 받는 시적인 언어와 달콤한 미어는 시대를 불문하고 동일할거 같다.한참 마음 설레고 기다려지는 연인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은 무궁무진하고 그 감정은 마음과 믿음,일체라는 형상 앞에서 완벽한 하나의 존재가 되고 사랑을 가꾸어 나가며 서로 의지하고 버팀목이 되어 주는 존재가 되어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또한 생명체가 사멸하고 순환되어 가는 과정에서 남겨진 유품들과 함께 하면서 생각과 감정이 모아지고 고인을 애도하는 뜻깊은 시간도 삶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나와 함께 했던 조부모,부모님과의 시간과 세월은 그리 길지는 않을거 같다.영원하지도 않은 시간과 세월 속에 내게 남겨 준 정신적인 영향은 살아 있을 때엔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죽고 난 후엔 이런 저런 사념이 머리 속에 남게 된다.성실,근면,도덕,윤리,처세,선과 악,사회성 등의 문제가 내가 사회를 살아가고 자식들 앞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를 알게 모르게 고인들로부터 물려 받은 유전적,정신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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