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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평점 :
그게 몇 년 전이었을까? 알라딘이 중매(?)를 놓아 'TV, 책을 말하다'에 일반인 패널로 출연했었다. 아마 '독서인단'이라는 이름이었을 거다.
독서인단 활동 2주째에 선정된 도서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었고, 그래서 김형경님을 실제로 뵐 수 있었다. 방송, 아니 사람과의 관계 전부에 성실하다고 해야 할까... 기껏해야 일이십분, 대여섯명이 둘러앉은 자리에 불과했음에도 타인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는 매우 인상깊었다.
구석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은 관심과 질문을, 이야기 나누는 상대와는 진심을 기울인 눈맞춤과 배려. 심리상담을 배우고 있는 지금에서야 되짚어 보니, 그것은 마치 집단상담자의 리더와 같은 모습이다. 아니, 더 나아가 따뜻함이 배인 '동네 좋은 언니'의 모습?^^
근래 김형경의 작품 주제는 주로 '위로, 혹은 위안'인 듯 하다. 현대 사회의 날선 격류 속에 어느새 맘 줄 곳을 잃고, 나 자신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위안.
"저희도 다 알아요, 할머니. 그럼 언제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셨어요?"
"첫아이 낳았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엄마가 되었구나. 아이가 다 클때까지 나는 아파도 안되고 다쳐도 안되겠구나. 어른이 된 건 모르겠고 그때부터 아이한테 밀려올라가듯 억지로 나이를 먹었다."
시간이 가도가도 도통 철이 안 드는 것 같은 스스로에게, 내 속에서 낳았으되 내 맘 같지 않은 아이들에게 밀리고 지쳐있던 나에게 위로를 준 구절이다. 작가는 어디메서 저런 생각들을 길러냈을꼬.
어제, 대학원 성격심리학 수업 첫 시간에 좋아하는 교수님이 말씀하신다.
"좋은 작가는 간혹 성격심리학의 대가보다 더 전문가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에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은 책으로는 '꽃피는 고래'가 있지요."
아, 그 순간, 마치 교수님이 울언니 칭찬해주는 것처럼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편안한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덮고 뭔가가 아쉽다...싶은 분께는 '천 개의 공감'을 더불어 권한다. 울언니, 계속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