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독일기 : 잠명편 -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마라
이지누 지음 / 호미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선인들의 글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글을 접하더라도 한학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다면 헛된 일이 되고 만다. 글을 접하기도 어렵거니와 해석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
이번에 관독일기를 읽으면서 그 분들의 글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번역한 글과 한문을 연결시켜 보아도 한문의 음조차 읽기 어려운 데 사상가들이 전하고자 하는 속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관독일기'에는 장유, 신흠, 김집, 이규보, 안정복, 조익, 이식, 윤휴, 허균 등 당대의 사상가이자 선비들이 마음을 씻고(洗心結) 수양에 정진하거나 바른 마음을 견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문장들이다. 어느 문장하나라도 마음에 닿지 않는 것이 없다. 한문의 음조차 떼기도 어려운 데 그분들이 전하고자 했던 마음의 수양에 관한 글을 속 시원히 풀어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내가 아는 한학은 깊은 학문이며, 그런 글을 읽고 쓰는 분들은 엄청난 학식과 철학을 견지하고 있는 것을 종종 느낀다. 짧은 글귀에 온갖 철학과 사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관독일기를 통해 선인들의 글을 전달하고자 했던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
관독일기는 그야말로 알라디너들이 올리는 리뷰와 같다 할 것이다. 선인들의 글을 읽고 느낀 점을 글쓴이의 마음과 연결시켜 놓았다. 특히 이번의 관독일기는 글쓴이가 선인들의 글중 잠명(箴銘)을 골라 읽은 것에 대한 일기이다. 잠과 명에는 마음을 곧추세우고자 하는 당대 사상가들의 철학이 묻어 있다.
'잠箴'은 바늘, 곧, 침鍼에서 가져온 말이다. 침이란 병든 곳을 치유하거나 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했던 것인 만큼 스스로 자신의 허물을 예방하고 반성하며 결점을 보완하려고 짓는 글을 '잠'이라고 했다. 또 '명'이란 자신의 곁에 두고 있는 물건들을 면밀히 살펴 그 이름과 용처를 정확히 이해한 뒤에 그 기물에 스스로를 반추하며 새기는 글을 말한다.
맑고 투명하고자 했던 성품에 대한 글, 반듯한 행동을 통해 선비의 곧은 길을 가고자 하는 마음,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품위있고 가볍지 않으려는 의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오늘날과 시대적인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분들이 전하는 글이 모두 옳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려 정갈하고 흐트러짐 없이 살고자 했던 선인들의 마음만은 오늘날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시대가 달라도 사람 사는 세상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마음가짐이며 마음을 다스리고 수양하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음인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옥편을 찾아 가면서라도 한자의 음을 익히고 해석된 글을 연결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