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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 위의 까치 - 진중권의 독창적인 그림읽기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0월
평점 :
유명한 그림을 감상한 후 느낌을 말하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감정을 쏟아 내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작품에 대한 느낌보다는 자기들의 생각과 느낌을 말하는 사람들이 더 경이롭고 신비스러움을 느낀다. 무엇을 의미하고 상징하는 지 쉽게 해석하기 어려운 다양한 그림들에 대하여 바로 반응하는 직관력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 작품감상의 시각과 취향 또한 가지각색이다.
그림에 대한 감상보다는 감상 평에 전율하고 있던 내게 해박한 지식과 시대적 상황 그리고 배경, 작가의 상상 등을 속 시원히 풀어내 그림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해 준 것이 "교수대 위의 까치"이다.
진중권의 "교수대 위의 까치"는 그림에 관한 책이다. 미학자로서 자신의 영혼을 사로잡았다는 열두점의 그림을 자기만의 시각으로 풀이해서 대중에게 내 놓았다. 자신의 반쪽을 찾게 해준 작품이었고 자기의 영혼을 울린 작품들이라고 하지만 그림에 대한 문외한이 보는 시각으로는 쉽사리 동감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진중권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글 전개와 문화적 창조를 통한 회화적인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인 듯 하여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우리에게 낯선 단어-나에게만 낯선 단어일 지 모른다-일지도 모르는 미학자로서 대중들에게 작품에 대한 감정을 진지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특히 책의 표제가 되었던 "교수대 위의 까치"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은 열두점의 작품중 가장 영적 울림에 가까운 푼크툼 효과-소위 필이 꽂혔다-를 준 작품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교수대 위에 앉아 있는 까치, 숲속에 앉아 대변을 보는 사람 그리고 흥겹게 노는 것인지 시위를 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사람들. 그저 내가 바라보는 시각은 거기에서 멈춰 있는 데 네덜란드의 시대적 배경과 스페인과의 전쟁, 역사적 사실 그리고 화가가 나타내고자 했던 내면 세계가 작품에 반영된 영적 표현까지 세밀하면서도 넓은 해석을 펼친 진중권에 의해 하나의 작품으로 내 앞에 다시 태어나게 했다. 진중권의 매력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것이기도 했다.
"교수대 위의 까치"는 그림을 보는 재미를 알게 해 주었고 작품을 감상하는 태도를 새롭게 잡아 준 책이다. 그리고 진중권 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필력과 그림을 보는 관찰적 요소, 예술을 대하는 대중의 관념성까지 배려해 준 책이었다. 그가 중앙대학교 강의자료로 준비한 것을 책으로 내놓았기에 아쉬움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많은 대중이 그의 예술에 대한 관점과 강의에 대한 열정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책이기에 그 감동이 더욱 컸다.
진중권!
탄탄한 논리, 정확한 근거, 조롱과 비아냥, 풍자를 뒤섞은 경쾌하면서도 신랄한 그의 문장은 '진중권식 글쓰기'의 유행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미학자로서의 새로운 단면을 알게 된 지금 이 시점에 그가 너무 예술적으로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