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집에서는 아이들이 모두 중학생이 된 관계로 어린이날의 의미가 없어졌다. 아이들 또한 청소년이지 어린이가 아니라는 강한 주장이 남다르다.ㅋㅋ 그렇다고 휴일인 그날을 무의미하게 보낼 수는 없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무작정 가족을 데리고 아무 곳이나 가자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또한 지금의 현실이다. 고민고민하다가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를 관람하는 것으로 결론짓고 옆지기와 아이들의 의사를 타진해 보았다. 유일하게 내 의견에 동감한 것이 아들이다. 그렇다면 옆지기와 해람이는 어떻하겠다고......
요즘 옆지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꽂혀있다. 그 책을 다 읽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조바심을 하고 있는 상태인지라 휴일을 한가롭게 독서를 하면서 지내겠단다. 패스!
해람양은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사람많은 곳에서 휩쓸리는 것이 피곤하단다. 하여 이미 친구들과 쇼핑하고 맛나는 것을 사먹기로 약속이 되어 있단다. 특히, 개인교습을 하고 있는 피아노샘께서 해람이와 함께 쏘렌토(파스타전문점)에서 럭셔리하게 점심을 하기로 예약이 되어 있단다. 해서 해람이도 패스!
결국 어린이날은 아들과 함께 프로야구든 프로축구든 경기장에서 즐기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프로야구를 조회했더니 이미 매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을 FC서울과 성남FC와의 프로축구를 관람하기로 하고 지정석을 예매했다. 그곳까지는 자전거로 함께 가려고 했으나 전날 과음을 한 관계로 정체가 심할 것을 예상하여 지하철로 이용했다. 결국 탁월한 선택이었다. 길이라는 길은 온통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범석군 입안에 무엇이 가득 들었을까? ㅋㅋ Maybe, 인절미?>
배낭에 이것저것 간식꺼리를 준비한 후 럭셔리하게 지정석에서 한가롭고 열정적인 축구경기를 관람했다. 서울이 데얀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성남을 4:0으로 대파했다. 골이 많이 터져서 그런지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고, 경기내용 또한 다이나믹했기에 90분내내 즐거움이 가득했다.
특히 국내 프로경기(야구, 축구 등)사상 최다 관중인 6만747명이 입장하여 역사적인 기록을 만들어내는 현장에 아들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의미있는 날이 되었다. 6만관중 돌파기념으로 입장한 모든 관중에게 도넛교환권을 증정했고, 두개의 증정권을 받았기에 돌아오는 길이 더욱 즐겁고 기분 또한 좋았다.
<전호인! 무엇을 씹고 있기에 입이 돌아가셨는지......>
저녁에는 해람이가 피아노쌤과 함께했던 쏘렌토에서의 점심, 친구들과 쇼핑한 물품 및 여담이 곁들여 지면서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옆지기가 독서하면서 소갈비를 준비한 후 여동생 가족을 초청해서 함께 식사를 같이 했다. 여동생이 초청에 대한 보답(?)으로 도토리 묵을 만들어 왔다. 15년만에 도토리열매가 열려 그것을 채취한 것으로 만들었다는 동생의 자랑만큼이나 묵이 차지고 감칠 맛을 더해 주었다. 소갈비와 도토리 묵의 궁합이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정성이 담긴 음식이 어우러져 입도 즐겁고 마음도 흐뭇한 어린이 날을 보낼 수 있었다.
해피해피^*^ 어린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