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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 Breathl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38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를 비롯하여 5개의 크고작은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한 단편영화이다. 워낭소리가 단편영화의 흥행에 시발점이었다면 똥파리는 후속작이라 할만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욕설과 폭력이 난무한다. 욕이 아니면 대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어른에 이르기 까지 욕설의 향연(?)이다. 실컷 욕을 듣고나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런 욕이 나온다.
야이, 씨발놈들아!! ㅋㅋ
수시로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해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줄거리다. 주인공 상훈은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엄마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자란다. 어느날 아버지의 폭력을 말리려는 여동생이 아버지가 잘못 휘두른 부엌칼에 찔려 상훈의 등에 업혀 병원으로 옮겨지고 이를 급히 쫓아가던 엄마는 마주오던 트럭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교통사고를 당해 숨을 거둔다. 병원으로 옮겨진 여동생마저도 끝내 죽고 만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엄청난 일을 사춘기에 맞이한 상훈은 감옥에 간 아버지없이 인간말종의 불량배로 자라면서 욕을 입에 달고 살아가는 용역폭력배의 리더로 어두운 생활을 한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상훈은 출소한 아버지와 살면서 보복성 폭력을 행사하는 후레자식이 된 것이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당찬 여고생 연희와의 인연은 우정인지 사랑인지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나이차이를 떠나 자신의 속마음을 울음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의지처가 된다. 여고 3년생인 연희 또한 월남전의 후유증으로 정신적인 결함으로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부양하면서 불량 청소년인 남동생 영재와 생활한다.

모든 것이 정상적이지 못한 결손 폭력가정에 대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면서 그 속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의 단면이 마음 한편을 씁쓸하게 한다.
상훈이가 유일하게 찾아가는 곳이 있다. 남편을 여의고 어린 조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복누나의 집이다. 그곳에 들러 혼자 외롭게 놀고 있는 조카를 애정있게 보살피기도 하고 용역폭력으로 번 돈을 가져다 주기도 하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위로받기도 한다.

가끔 뜬금없이 연희를 불러내어 괜한 시비를 걸기도 하면서 우정과 사랑사이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모처럼 상훈은 연희를 누나네 가족에게 소개하고 함께 재래시장에서 외식(?)도 한다. 재래시장에 비춰지는 여러군상들은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엿볼 수 있게 되고 서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면서 욕설과 폭력으로 점철된 이 영화를 그나마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홀로사는 누나와 조카에 대한 상훈의 애틋한 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선한 천성을 끄집어 냄으로써 자라난 환경에 따라 인간이 어떤 삶을 살게 되는 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결국 상훈의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동맥을 끊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상훈에게 발견되어 회생하고,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정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헌혈을 마다하지 않는 상훈을 보면서 혈연이라는 것이 운명일 수 밖에 없음을 일깨워 준다.
상훈과 연희는 동병상련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둘의 처지를 결합시켜 놓음으로써 사람사는 세상에서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여린 단면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강한 것 같지만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외로움과 의지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줌으로써 처량함과 불쌍함을 동시에 해결해주어 관객으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연민의 정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사채업자 친구인 정만식은 비록 고아로 외롭게 자라면서 고리 사채업으로 부를 축적했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것을 외로워하면서 가족이 있는 상훈을 부러워한다. 상훈이 아버지에게 잘 할수 있도록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서 외로움을 부각시켜준다. 상훈이가 조카의 재롱잔치에 연희와 만식을 초대하고 우연히 꼬붕이 된 연희의 동생 영재와 함께 채무자에게 빚독촉을 하는 과정에서 영재의 분노에 가득한 린치를 당한다. 상훈은 재롱잔치에서 누나와 만식을소개해 가족의 일원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뜻밖의 허접한 폭력앞에 외로운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만식과 누나는 재혼을 하고 갈비집을 개업하며 상훈을 중심으로 불안하게 이어졌던 가족이란 결실을 완성하고 행복을 엮어가는 영상과 상훈이 한많은 삶을 끝내는 영상이 오버랩되면서 폭력의 끝과 행복한 가족의 시작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덤도 맛볼 수 있다.
연희는 그곳에서 잠시의 행복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포장마차를 상대로 또다른 용역폭력을 행사하는 남동생 영재와 마주치면서 아쉬운 막을 내린다. 결국 폭력은 끊이지 않는 악연으로 이어지게 되고.......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의 중요성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정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