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가보가 있습니다.
결혼할 때 내 내자(內子)에게 해준 코트,
양장 투피스 한 벌과 신혼여행에 들고 갔던 가방,
그리고 보스턴백에 가득 찬 내가 띄운 연서(戀書)가 그것입니다.

그것들을 일 년에 한두 번 햇볕을 쏘이고, 손질도 하고,
한 동안 보다가 다시 가방 속에 다시 넣으면서
'우리가 결혼할 때처럼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 받습니다.

칠십에 글 모음집을 냈습니다.
그리고 내자도 이태면 칠순이 됩니다.
그 때 내자는 신혼 때 입은 양장을 입고,
나는 '초연처럼'이라는 연서 모음집을 선물할 생각입니다.

내자가 몸이 줄어 옷이 맞지 않을지라도 다시 입고 싶은 것은,
내가 내자에게 빛바랜 편지라도 다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우리는 아직 초연 때와 같이 초심으로 살아갈 날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해석님, '초연(初戀)처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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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젊은날의 사랑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 말하는 내자(옆지기)와의 순수하기만 했던 사랑이야기를
말하면 지금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부부가 인연을 맺은 후 10여년을 살았다는 것은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겠지만
희노애락을 함께하고 함께 할 인생의 동지이기에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

칠십이 넘은 초로에 부부의 연을 맺은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필자가 한없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30년이상을 살 수 있다고 할 때 필자처럼 칠십이 넘어서도 초연할 수 있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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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10-12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년만 살까요? 40년 이상은 살듯^*^ ㅎㅎ
내자라는 표현이 이것저것 생각하게 합니다.
전 야외촬영하던 때만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새벽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강행군 하던 생각....

전호인 2007-10-12 09:48   좋아요 0 | URL
벽에 *칠할 때까지 살까요?ㅎㅎ
남에게 아내를 소개할 때 주로 쓰는 말인데 요즘 것들은 잘 안쓰는 말이져....
저녁 6시이후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냥 푹 고꾸라져 골아떨어졌는 데 일어나 보니 아침이더라 어찌 피곤하던지..."이었겠지요. ㅎㅎ
지금 제주도에 계신 것 아닌가요?

씩씩하니 2007-10-1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이러죠..전 눈물이 나요..
최근 옆지기랑 너무 오래도록 감정싸움을 한 탓일까요..
살짝 우울했던 기분을 어제..다 날려버렸는데...이 글을 읽으니..눈물이 나요...
세실은 제주도에 있음을 알려드리며..ㅋㅋㅋ^*^

씩씩하니 2007-10-1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저 사진 올렸어요..그거 올린다는게 깜빡해서리...

다락방 2007-10-1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멈추고 더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책, 『빈 방에 달빛들면』이란 책이 떠오르는 페이퍼로군요.반드시 부부의 연을 맺은게 아니더라도,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관계든.

전호인 2007-10-1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그만큼 님이 순수하다는 반증일 겝니다.
역시 착하고 고운 마음씨를 간직하고 계신 것 같아요. ^*^

다락방님, 글쵸? 경지에 올라야 가능할 듯 합니다. 하지만 노력해 봐야죠? 시간이 가고 세월이 변화하는 것은 어쩔 수ㅜ없다하지만 마음만은 초연해 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아무개님, 세상에 쉬운 것은 없겠지만 노력하면 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