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상당한 거리가 되겠지만 그래도 여행에서 얻는 추억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지다.
특히 아이들과 같이 옛추억을 들려주면서 하는 여행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많은 테마여행을 동시에 즐기기에 안성마춤일 것 같다.
나도 타보지 않았던 60년대의 증기기관차며 줄을 따라 강을 건널 수 있었던 유일한 교통수단인 줄배
그리고 철쭉길로 이어지는 산책코스에서 마무리되는 여행이라면 한번쯤 다녀올 만 하지 않을까?
적당한 시기에 1박 2일정도의 코스를 잡아 가족여행을 계획해 봐야겠다.

▲ 섬진강. 일상의 달음질 전쟁에서 벗어나 쉼표를 찍기에 제격이다.
ⓒ 김인호
모든 것이 빠르게만 돌아가는 세상이다. 일상생활까지도 '전쟁' 같다.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에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간다. 이럴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났으면 정말 좋겠다 싶다.

속도를 늦추면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하면 평소 눈에 들어오지 않던 풍경도 정겹게 다가올 것이다. 섬진강변이 좋겠다. 거기에 가면 삶의 여유를 만끽하면서 색다른 여유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 섬진강기차마을.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에서 그 위를 여유있게 거닐어 볼 수도 있다.
ⓒ 이돈삼

▲ 섬진강변에 활짝 핀 철쭉길을 따라 달리는 증기기관열차. 창밖 풍경을 천천히 구경하기 좋다.
ⓒ 이돈삼
뿌우-웅, 칙칙폭폭 칙칙폭폭
뿌우-웅, 칙칙폭폭 칙칙폭폭….


우리 민족의 역경과 고난을 함께 해온 증기기관열차의 기적소리가 힘차다. 초스피드 시대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열차의 기적소리가 발길을 유혹한다. 지난 2년 동안 수많은 여행객들을 불러들인 것도 같은 이유다.

증기기관열차를 타볼 수 있는 곳은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오지리 옛 곡성역 터에 자리 잡고 있는 '섬진강 기차마을'. 지난 1999년 전라선 철도 개량공사로 폐선이 되자 곡성군이 철로와 폐 역사를 활용해 만들었다.

역사는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다. 하지만 옛 모습 그대로여서 더 정겹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단역과 대구역으로, 드라마 <야인시대>에서는 개성역으로, 영화 <아리랑>에선 철도공사 현장으로 나왔던 곳이다.

▲ 섬진강이랑 17번국도랑 나란히 달리는 증기기관열차.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연인들이 걸으면서 즐기는 데이트 코스로도 딱이다.
ⓒ 이돈삼

▲ 기차마을 안에서는 페달을 밟아 움직이는 철로자전거도 타볼 수 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
ⓒ 이돈삼
증기기관열차만 있는 게 아니다. 페달을 밟아 철로 위를 덜컹거리며 달리는 철로자전거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페달을 밟으면 공중으로 올라가는 하늘자전거도 있다. 토피어리 만들기, 천연염색 등도 체험해볼 수 있다.

싱그러운 봄기운을 가득 안고 역을 빠져나간 열차는 구불구불한 철길을 돌고 돌아 섬진강과 함께 달린다. 강은 때로 넓은 폭으로, 때로는 좁은 폭으로 다가선다. 여울을 지나는가 하면 어느새 강폭을 넓혀 잔잔한 물결을 이룬다.

섬진강이랑 철도랑 나란히 달리는 17번 국도는 요즘 철쭉꽃이 활짝 펴 금상첨화다.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이맘때 연인들의 발길이 더 잦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맑은 물과 주변 풍광 그리고 차창 사이로 흘러드는 강바람이 마음 속 찌든 때까지 말끔히 씻어준다. 이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다.

강변을 따라 온 증기기관열차는 가정역에서 멈춘다. 여기서 내려 두가교를 건너면 강변을 타고 도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멋스럽게 펼쳐진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돌면 달콤한 강바람을 호흡할 수 있다.

▲ 섬진강변을 따라 도는 자전거도로. 자전거를 타면서 맞는 강바람도 달콤하다.
ⓒ 이돈삼

▲ 섬진강에 딱 하나 남아있는 줄배. 예전엔 주민들의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관광객들이 더 많이 탄다.
ⓒ 이돈삼
기차마을과 가정역 중간에 있는 침목마을의 '줄배'를 타보는 것도 운치를 더해준다. 사공이 없어도 혼자 배를 타고 오갈 수 있는 줄배는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을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지만 한번쯤 배에 올라 줄을 당겨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지나는 사람들이 부러 강가로 내려와 줄배에 오르는 것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곡성에는 '섬진강 기차마을' 외에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압록유원지는 반월교와 철교가 나란히 강을 가로질러 운치가 빼어나다.

한낮에도 햇살이 비치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숲길을 자랑하는 태안사도 빼놓을 수 없다. 가족끼리 농촌과 산촌을 체험할 수 있는 섬진강자연학습원과 봉조농촌체험학교도 가까운 곳에 있다.

▲ 줄배를 타보는 것은 슬비와 예슬이가 참 좋아한다. 증기기관열차나 철로자전거보다도 더...
ⓒ 이돈삼

▲ 삶의 쉼표 하나를 찍기에 섬진강변. 농촌의 정취도 간직하고 있어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한다.
ⓒ 이돈삼

ⓒ 이돈삼
☞ ‘섬진강 기차마을’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국도 곡성나들목-곡성읍-오곡면(구례방면)-섬진강기차마을(나들목에서 10분 소요).
○ 88고속국도 남원나들목-곡성읍-오곡면(구례방면)-섬진강기차마을(나들목에서 2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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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5-1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여기 작년에 가봤어요 ^ ^

뽀송이 2007-05-15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서정적인 곳이 있었군요.^^
3살 때 떠나온 제 고향도 이 근처인데...^^;;;
한번 가보고 싶네요.^^*

짱꿀라 2007-05-16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진강 아주 좋은 곳이죠. 문인들도 많이 이 강을 시나 소설로 소재를 잡아 작품을 쓰기도 했구요. 저도 이곳 1달 간 답사 한 적이 있는데 너무 좋은 곳이 많이 있습니다.

소나무집 2007-05-1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접수해놓을게요.
섬진강 몇 년 전에 한 번 보긴 했는데 그땐 저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7-05-1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쭉의 붉은 색이 선명해서 잔상이 남네요.
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