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들어와서 세월의 흐름에 대하여 느끼는 바가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매년 맞이하게 되는 연말의 풍경이 아닐까 한다.
나에게 있어서 매년 연말은 술에 의해 찌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물론 많은 모임과 연관되다보니 그러한 것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피해갈 수 없는 술자리가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연말이 되면 항상 있기마련인 부서회식, 동창회, 동문회모임, 가족모임 등이 기본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자리이다. 이렇다보니 12월부터는 매일 송년회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남자이든 여자이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일일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연말에는 분위기에 휩쓸려 모임이 있던 없던 간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없던 모임도 만들어서 참석하곤 했었는 데 올해부터는 그런 생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게 되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이제는 기본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모임까지도 참석하고픈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연말분위기에 흠뻑 취해 찾아서 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 것이다. 모임으로부터 연락이 와도 귀챦아 진다.
이것이 세월의 탓인 것일까.
피해갈 수 없는 모임이 분명한데도 과거와 같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냥 조용한 연말을 보내고 싶어진다. 당장 엊그제 금년도 강의가 모두 끝난 기념으로 교수들간의 쫑파티가 있었다. 일식집에서 조용히 마시고, 바에 가서 분위기 있게 한잔하고, 3차로 노래방에 가서 땀 좀 빼고 나니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과거 같았으면 마음 맞는 사람끼리 나이트로 갔을 테고, 밤을 꼬박 새워가면서 한해가 가는 것을 아쉬워 했을 텐데 말이다.
이런 마음가짐이다 보니 메모달력에 짜여진 스케줄을 보면 숨이 턱 막혀옴을 느낀다.
당장 오늘(13일) 서울로 가서 부서장 및 각 지부 사무국장의 송년회(직원협의회회장단 동석)에 참석을 해야한다. 1일차는 회의일정으로 진행되고 저녁부터는 서울근교(경기도쪽)로 옮겨서 송년회가 있다.
14일에는 2007년 교육위탁업체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니션에 참석한 후 바로 저녁에 연수원송년회,
16일은 어머님 생신을 겸한 친가쪽 모임과 청주에서 중학교동창 송년회,
18일부터 20일은 서울로 가서 예산심의위원회 참관
(임금협상에 따른 민감사안이 있기에 심의위원들과의 술자리가 가장 난코스가 될 것 같다.)
21일부터 23일까지는 제주에서 있을 직원협의회이사회겸 송년모임,
24일부터 25일까지는 청주나 천안에서 시골동창 송년회,
30일부터 내년 1일까지는 처가집 모임 송년회겸 신년모임
그리고, 18일부터 내년 13일까지 계속 이어질 직원협의회의 선거일정 등
공식적인 송년회 모임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참석할 수 밖에 없겠지만 심하게 가위가 눌려온다.
과거 꽉 짜여진 스케줄을 보면 신명이 나서 싸돌아 다녔지만 지금은 왠지 겁이 더 난다.
이렇다보니 가족들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 보인다.
가족들과 같이 가는 해를 아쉬워하고, 뒤돌아볼 여유가 없다.
정말 조용한 연말을 보내고 싶은 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