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버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00가 갑자기 쓰러져서 충북대병원 중환자실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이럴 수가 시골에 가서 만난지가 2~3일 밖에 되지 않았는 데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맨다니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청주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계시지만 시골에서 바로 옆집에 살았었고, 가끔 휴일에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곤 하는 친한 친척형이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와는 7살정도의 차이가 나지만 아직 그렇게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없어 미루다가 어제 당직이 끝나고 옆지기와 함께 충북대학교병원으로 향했다. 일주일사이에 많이 호전되어 중환자실에서 나와 일반병실로 옮겨져 있었다.
쓰러진 원인은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이란다.
청주시청에서 교통행정과에 근무하는 데 그곳이 소위말하는 3D업종(?)에 속한단다. 교통과 관련된 민원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민원인들에게 시달리다보니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란다.
증상은 쓰러지기 3일전에 나타났는데 형님이 가볍게 여긴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민원인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데 옆에 있으면 정말 한대갈겨주고 싶을 정도로 사람을 화나게 하더란다. 그렇다고 화를 내면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친절하게 전화를 응대하는 데 갑자기 왼손에 들었던 전화기가 손에서 스르르 빠지고 손에 쥐고 있던 볼펜을 자기도 모르게 떨어뜨렸단다. 옆에 있는 직원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냥 바늘로 손만 따고 말았단다. 이때 이미 뇌 쪽에서는 혈관이 팽창하고 있었던 것인데 말이다. 바로 병원으로 갔어야 하는 데 안정을 취하면 괜챦겠지 하는 마음으로 조퇴를 하고 집으로 왔단다.
집으로 오면서도 왼쪽손으로 차 핸들을 돌리는 데 손은 잘 움직이질 않고 어깨쪽만 돌아가는 것이 이상하다 라는 생각만 했지 병원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란다. 집에서 푹쉬고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려고 머리를 숙이는 순간 왼손이 저절로 툭 떨어지고 다리가 풀리면서 쓰러졌단다. 119를 불러 한방병원으로 갔지만 큰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1시간을 허비하고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오니 검진 결과 뇌출혈이었고 바로 수술에 들어갔단다.
예비조짐이 있을 때 병원에 갔었으면 막을 수도 있었던 것을 그냥 괜챦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임한 것이 이런 큰 사태를 몰고 온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현재는 의식은 완전히 회복되었지만 왼쪽 눈의 촛점이 없고 왼쪽 수족이 거의 마비되다 시피한 상태였다.
힘내라는 말만을 하고 돌아서 나오는 데 이것이 남의 일만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 다행히 산재 등으로 인정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이라던지 형수님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워져 있고, 재활은 한다지만 쉽게 회복되기는 만만치 않을 것 같기도 하여 마음 한켠이 아리다.
형님의 쾌유를 다시한번 기원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