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제1회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범석이 녀석은 나이에 걸맞지 않고 사극이라든가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남달리 많다. 중국사라든가 한국사와 관련된 서적을 많이 읽다보니 고조선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는 오히려 나나 지 엄마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옆지기가 신문을 통해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이 실시된다는 정보를 보고 녀석에게 응시여부를 타진한 후 원서를 접수하였고, 오늘이 바로 그 날이란다. 우선 가장 등급이 낮은 6급에 응시원서를 접수했다. 나는 좀더 높은 등급에 응시하길 원했지만 옆지기가 처음이니까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차원에서 6급을 먼저 접수했단다.
오전 교육을 다 마쳐갈 무렵 범석이 녀석에게 전화가 온다.
범석 : 아빠 지금 막 검정능력시험보고 집에 왔어요.
나 : 어 그래, 썩아! 잘 봤어?
범석 : 내 너무 쉬웠어요. 등급이 더 높은 것을 응시할 걸 그랬나봐요.
나 : 왜 문제풀기가 쉬웠니?
범석 : 네, 1~2개 빼곤 다 맞은 것 같아요.
나 : 문제가 어떻게 나왔는 데........
범석 : 주관식은 5문제가 나머진 객관식인데 주관식은 다 썼는데 객관식 한두개가 애매했어요.
고조선부터 쭈욱 나왔는데 어쩌구 저쩌구........
(헐 그런데 내가 오래되어서 잘 모르는 것을 술술 얘기한다)
나 : 잘 했다 우리아들 장하다. 다음에는 등급을 높여서 보아야겠네.
범석 : 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통화를 하는 녀석의 말속에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녀석이 시험을 잘 보았다고 하니까 기분이 업되면서 쌓였던 피곤이 가시는 듯 하다.
어린 녀석이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많은 것도 신기하거니와(역시 피는 못 속이나 보다. 지 할아버지가 한학자이고 국사편찬위원인니까 더욱 그렇다) 하는 행동이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ㅎㅎ
역사얘기를 해람이에게 해 주는 것을 보면 완전 영감이 따로 없다.
만화로된 삼국지(48권이던가)를 13번 정도를 반복해서 읽기도 했으니 말하면 무엇하랴.
지나치게 편독하는 것이 거시기하지만 또래들 치고는 책을 많이 읽는 스타일이고, 컴퓨터게임이나 TV시청을 하지 않을 때에는 책에 빠져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부모된 입장에서 대견하기도 하다.
아마도 그것이 아빠나 엄마가 늘 책을 가까이하는 것을(?) 보다보니 두 아이 모두 자연스럽게 책하고 친해 진 것 같아 다행스럽다.
내일아침 퇴근해서는 대견하다고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어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