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 여행, 인간과 대자연의 소리 없는 위로
함길수 글 사진 / 상상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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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4년 전, 『호텔, 마다가스카르』를 읽고 귓가에 어른거리는 예쁜 이름의 마다가스카르에 가보고 싶었다. 『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표지의 바오밥나무를 보고, 또다시 마다가스카르를 떠올렸다. 곧게 뻗은 바오밥나무의 우람한 모습을 보며, 황톳길을 맨발로 걷고 싶다. 해맑은 미소의 까만 꼬마와 함께 모론다바의 모잠비크 해를 거닐고 싶다.

 

책에 글보다 사진이 더 많다. 여행 사진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내게 이 책은 참 고맙다. 여행 중 찍었을 한가득 사진들을 보면서 가슴이 뻥 뚫림을 느낀다. 있는 그대로 자연의 모습, 저마다의 표정이 있는 사람들 모습이 거짓 없고 꾸밈없기에 더욱 아름답다. 집착을 버리고, 단순하게 살면서도 작은 행복을 만끽할 수 있고, 지친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슴 설레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이 아닐까?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페스, 사하라 사막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 언덕 에르그 셰비,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인 자그마한 파란 도시 쉐프샤우엔, 그리고 살아가는 순간의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다는 에사우이라. 여기가 바로 모로코다. 사진들의 느낌이 좋다. 미로 같은 페스의 골목길, 마치 마법사 복장을 한 듯한 사람들이 있는 쉐프샤우엔의 골목을 거닐며 잠시 길을 잃고 싶다.

 

오래도록 꿈꿔온 터키에 한 달간 배낭여행을 갔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는 설레이는 마음이 컸고, 여행을 하면서는 가는 시간이 아쉬웠다. 여행에서 돌아온지 20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터키가 그립다.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난 하얀 산등성이 마을이 인상적인 보드룸 대신 카쉬에 갔었다. 카쉬도 보드룸과 마찬가지로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기가 막히게 예쁜 작은 동네였다. 사진으로 터키의 다양하고 매력적인 색깔의 소품들을 보니 따뜻한 애플티 한 잔 마시고 싶어진다. 카파도키아에서 계획에 없던 벌룬투어를 하게 되었다. 기이한 괴레메 지형을 배경으로 하늘 위에 여러 대의 열기구가 꽃처럼 떠오른 모습은 터키까지 가서 보지 못했으면 억울할 만큼 경이로웠다.

 

일주일의 시간이 났던 지난 여름 휴가에 어디든 다녀오자고 마음먹었다. 가까운 동남아 국가 중에 고르다가 미얀마와 라오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 두 나라는 각각 최소 10일 이상은 머물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을 기약했다. 미얀마, 만달레이 어느 호숫가에서 이른 아침에 바리때를 들고 가는 승려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해 질 무렵, 우베인 다리를 건너는 사람의 모습을 찍은 멋진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고요함이 느껴져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다. 바간 칸 시타르 마을의 순박하고 티 없는 아이들과 강가로 놀러가고 싶다. 사람 사는, 인간의 향기 나는 평화로운 마을 낭쉐에서 나를 되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고 싶다.

 

'카모메 식당'을 책으로 읽고, 영화로 보고, 핀란드에 가고 싶어졌다. 물가가 비싼 북유럽이라 언제쯤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북유럽의 또다른 나라 노르웨이가 반갑다. 아름다운 자연과 찬란한 문화유산, 여유로운 삶과 풍광, 탁월한 디자인과 색감의 나라. 색채의 도시 헤우게순, 추억의 엽서처럼 향기로운 스쿠덴스하벤에서 동네 골목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그림 엽서 속 동화의 마을로 빨려 들어간 기분을 느끼고 싶다.

 

최근에 가족과 함께 에티오피아에 간 지인이 있다. 거의 매일 사진을 올리는데, 풍경은 예술이고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에티오피아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했더니, 앞으로 3년간 머무를 거라며 계획 잘 세워서 놀러오라고 한다.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언제나 평화로운 미소를 전해 주는 천사들이 사는 곳, 에티오피아의 남부 작은 마을 콘소에서 소 떼의 이동을 보고 싶다. 아르바민치의 아름다운 차모호수에서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아프리카를 여러 차례 다녀오면서 에티오피아처럼 강렬하게 내 마음을 잡아끄는 나라는 없었다. 이 지구 상에 천국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곳이라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 에티오피아라고 생각했다. (342p)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 마다가스카르, 모로코와 미얀마, 배낭여행으로 가보았던 터키, 어릴 적 가족과 함께 갔던 뉴질랜드, 관심 있는 나라 노르웨이와 에티오피아, 여행을 좋아하는 지인이 꿈꾸는 알래스카 등 열두 나라에 대한 여행에세이다. 단순한 여행이야기가 아닌 대자연과 인간의 땅에서 마주한 감동과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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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잘하는 여자 - 인생의 짝을 발견하고 결혼하는 10가지 법칙
카리나 하스하겐 지음, 여인혜 옮김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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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스무살에 연애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때였는데, 처음 연애를 오래하다 보니 그 당시에는 결혼을 전제로 만나야 한다는 착각을 했었던 것 같다. 나보다 다섯 살 많던 상대가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는지, 더 이상 나를 만나고 싶지 않았는지, 어떤 이유에서 이별을 통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생각나는 건 그 순간에 난 울면서 매달렸었다. 그러다가 그에게 돌려주려고 했던 카메라가 든 내 가방을 들고 그냥 나와버렸다.

 

          현명한 여왕들은 절제력을 갖고 있다. 남자 앞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비난을 퍼붓지 마라. 소리를 지르지도 말고, 다시 한번만 생각해보자고 매달리지도 마라. 그가 당신에게 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듣기만 하라. 물론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서 질문을 할 수는 있다. 당신이 적잖게 놀랐으며 실망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꼭 차분한 상태에서 말해야 한다. 그런 다음 당신의 짐을 챙겨서 나오면 된다. (114p)

 

 

서른살에 연애를 했다. 세 달도 만나지 않고 헤어졌다. 만나는 동안 그에게 진심으로 대했기 때문인지 헤어지면서 더 이상 미련이 없었다. 마지막 만남 이후,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에게 온 몇 번의 연락이 쌉싸래하게 아팠다.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고통스럽더라도 전쟁터에서 승리를 쟁취한 듯한 태도로 나아가야 한다. 남자는 당신의 의연한 태도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는 눈물과 비난이 쏟아지기를 기대했지만, 둘 중 그 어느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신은 그의 결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당신이 떠나가자마자 남자는 자신이 어리석게도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방금 전 의기양양한 여왕이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115p)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변의 소개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한두 번의 만남으로 끝나기도 했고, 한두 달 만나다가 헤어지기도 했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내게 맞는 사람을 고를 능력이 생긴 건지, 나도 모르게 조건을 따지고 있는 건지, 점점 연애하기가 어려워진다. 3장 '첫 번째 데이트', 4장 '확고한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은 연애 관련 다른 책들에서도 읽었던 내용이지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나에게 딱 맞는 인생의 짝은 언제쯤 나타날까? 최근에 결혼한 30대 중반을 넘긴 지인이 남자를 볼 때, 본인이 원하는 두 가지 조건만 보라고 했다. 그에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음식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좋다고 했더니 그런 사람 찾기가 어려울 거라는 다소 어두운 대답을 들었다. 어른들은 사람 됨됨이가 우선이라고 하면서도 직업이나 경제적인 조건을 따진다. 물론 결혼을 생각하면 그런 조건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나와 가치관이 비슷하고 인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결혼도 잘하는 여자'라는 제목을 보고 '결혼이라도 잘하는 여자'라는 말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끝나가는 서른이 아쉽다. 이제는 내 인생의 짝을 만나고 싶다. 책에서 말하는 대로 매력있고, 남자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여왕의 품격을 갖춰야겠다. 눈을 크게 뜨고 지금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주변을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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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2식 - 건강을 원하면 아침을 굶어라
히가시 시게요시 지음, 안중식 옮김, 코우다 미츠오 감수 / 지식여행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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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를 거르면 뇌 활동에 필요한 포도당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하게 된다. 변비나 피부 트러블이 생기고 쉽게 피로해진다. 그래서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었고, 아침을 꼭 챙겨 먹으라는 말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책표지에 건강을 원하면 아침을 굶으라고 쓰여 있어서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다.

 

일본의 코우다 미츠오 박사는 직접 1일 2식의 소식요법을 체험하며 난치병 치료에 전념해왔다고 한다. 50여 년 동안 구축한 소식법을 <1일 2식>에서 소개한다. 상대의 얼굴만 보고도 건강 상태를 금방 알아맞힌다는 코우다 박사에게 내 건강 상태도 물어보고 싶다. 현대의학으로도 고치지 못한다는 온갖 난치병의 치료에 커다란 성과를 올렸다면 코우다 요법의 효력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코우다 박사는 딱 잘라 이렇게 말한다. "건강한 몸을 만들고 병들지 않게 하기 위한 특별한 지름길은 소식 외에 없습니다." (중략) 가장 이상적인 식사량은 정량의 60% 정도지만, 그것은 어려울 테니까 80% 정도만 먹도록 신경을 써 보세요." -26p

 

 

코우다 박사는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이 '뇌의 포도당이 부족해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한다. 아침밥을 먹으면 뇌는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아침식사를 하지 않으면 뇌는 다른 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하루 중 오전은 '노폐물을 배설하여 위장을 쉬게 해야 할 때'인데, 아침식사를 하면 위장에 필요 없는 부담을 주고 숙변이 쌓이는 원인이 된다. 숙변의 독소가 혈액 속에 흡수되어 여러 질병이 생긴다.

   

코우다 박사가 1일 3식을 반대하는 이유는 음식을 먹고 나서 완전히 소화되기까지 약 18시간이 걸리는데, 1일 3식을 하면 식사 간격이 짧아 위장을 쉬게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녁식사 후 다음 날 점심까지 약 18시간의 간격을 두기 위해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일 3식을 해온 사람들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흰쌀은 현미로 바꾸고 아침식사로 야채주스를 마셔라, 간식과 야식은 구만두라,고 한다. 저녁식사는 최소한 취침 3시간 이상 전에 하도록 한다. 아침에는 물을 마시고, 오전 중에 충분한 수분을 섭취한다. 수분은 공복시에 섭취하는 것이 철칙이며, 식사중일 때나 식후 3시간 동안은 마시지 않도록 한다. 이때 물을 마시게 되면 위산과 소화액을 묽게 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물에 밥을 말아 먹은 적도 많았는데, 그러한 식습관은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식사중에 수분을 섭취하여 위액이 묽어져 있다면, 세균에 감염될 위험도 높다.

 

6장에서는 1일 2식의 소식요법을 초급, 중급편으로 나누어 성공 비결과 메뉴들을 소개한다. 1일 2식을 결심한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 8장에서는 1일 2식으로 개선된 병과 증상들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1일 2식 소식요법의 기본은 아침식사 폐지, 점심과 저녁의 2식이고, 저녁식사에서 다음 날 점심까지 18시간의 간격을 두는 것이 좋다. 저녁식사 후 최소 3시간이 지나고 잠자리에 든다. 가족과 함께 책을 읽은 뒤, 1일 2식을 바로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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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 - 여자와 공간, 그리고 인연에 대한 공감 에세이
김효정(밤삼킨별) 지음 / 허밍버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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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참여했던 어느 이벤트에서 상품으로 폴라로이드 엽서 50장과 스티커를 받은 적이 있다. 폴라로이드 엽서에는 '밤삼킨별의 감성여행 파리그라피'라고 적혀 있었다. 사진과 글씨체가 마음에 들었던 그 엽서에 편지를 써서 내가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밤삼킨별 김효정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었다. '여자와 공간, 그리고 인연에 대한 공감에세이'로 그녀의 글을 처음 만났다.

 

별밖에 보이지 않던 밤, 별 하나가 밤을 삼켜버린 느낌으로 '밤삼킨별'이라는 아이디를 만들었다는 그녀는 어릴 적부터 결혼을 해서까지도 자기만의 공간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본인처럼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열려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서른다섯이 되던 해에 '마켓 밤삼킨별'을 열었다. 이 책「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에는 저자가 어릴 적부터 꿈꾸던 공간을 생각하며 그녀와 닮은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용기 내어 '마켓 밤삼킨별'을 시작하고, 그 공간에서 타인을 만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스물다섯 살에 꿈꾸던 10년 후의 꿈을 그녀는 이루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간이자,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공간 '마켓 밤삼킨별'에서는 작은 소품에서부터 흐르는 음악, 작은 낙서까지도 감성이 소통한다고 한다.

 

 

      '마켓 밤삼킨별'엔 사람들과 약속이 있을 때 찾는 것보다 잉여의 시간에 방치되었을 때 혼자 찾는 게 좋다. 발을 들여는 순간, 집의 묘한 기운이 마음을 투명하고 느긋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페이퍼> 정유희 기자의 글 중에서 (49p)

 

 

발걸음에 삐걱거리는 낡은 나무 계단, 아기자기한 작은 소품들, 부엉이로 가득 찬 부엉이 방이 있는 서교동 332-32 '마켓 밤삼킨별'에 나홀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르고 싶다. 2층 다락방에 앉아 <페이퍼>도 펼쳐보고, 그녀가 여행 중에 찍은 수많은 사진들도 눈에 담고 싶다. 날씨나 시간에 따라 선곡된 그곳에서만의 음악을 들으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표지도 예쁘고, 책 안에 담긴 사진들의 느낌도 좋다. 맨 뒷쪽에 절취선을 따라 뜯어 사용할 수 있는 책갈피와 엽서도 마음에 든다. 그런데 책 내용과 제목이 조금 맞지 않는 듯하다. 여자와 공간, 인연에 대한 공감에세이라는 것을 연상할 수 있게 제목을 지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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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서른 산이 필요해 - 여자의 등산은 정복이 아닌 행복이다
이송이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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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열 살 때, 전라도로 이사를 했다. 공기 좋은 시골 작은 마을로. 등산을 즐기시던 아버지께서 주말이면 가족들을 이끌고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셨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 높지 않은 산이었을텐데, 어릴 때 오르던 그 산은 나와 동생들에겐 올라가기 싫은 높은 산이었다. 그래도 산 정상에 올랐을 때 상쾌함과 뿌듯함은 나를 기분 좋게 해주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내 몸이 등산하는 데 조금씩 적응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등산을 멀리했던 고등학교 3년을 보내고, 열아홉에 대학 동아리 사람들과 처음 도봉산을 오르면서 몸이 가뿐했다. 하지만 대학교를 좋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동네 뒷산에 두 번 '들른' 게 전부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산악회가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산행을 하는데, 도봉산 이후 10년 만에 오른 산이 한라산이다. 흰 운동화를 신고 올랐던 한라산, 몸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산에서 내려오면 꼭 하는 말이 있다. 힘들어서 다음엔 안 올 거라고. 그러면서 내가 가보지 않았던 산에 오른다고 하면 또 신청을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난 등산이 아닌 산山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산에 간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은 말 그대로 산에 오르는 행위가 좋아서 산에 가는 줄 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등산登山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산 속에 펼쳐진 자연이고 자연이 내어주는 호흡이고 배낭에 싸들고 간 간식이다. 내가 원하는 건 새소리 물소리이고 나무와의 접촉이고 가감도 없고 과장이나 가식도 없는 계절의 내음이고 사색의 시간이다. (35p)

 

 

그리고 올해, 서른의 1월에 난생 처음 등산복을 입고, 등산화를 신고, 등산장비를 갖추고 태백산에 올랐다.

 

'여자 서른 산이 필요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었다. 내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서울과 근교에 있는 산을 알려주고 있어서 좋았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맨 앞장에는 지도에 산과 역 이름을 표시해두었다. Part 1에서는 등산의 효과, 등산장비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Part 2에서는 30곳의 산을 소개한다.

 

파주출판단지에서 오를 수 있는 심학산, 공원 산책하듯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우면산, 산책로 말끔히 닦인 공원 같은 개화산,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청계산, 숲을 즐기는 여자들이 걷기 좋은 아차산, 성곽길 따라 걷는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남한산…. 집에서 가까운 수리산이나 삼성산, 관악산부터 올라가 봐야겠다. 산행이 습관이 되고 오히려 안 가면 몸이 뻐근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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