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작은 마을 - 어느 날 문득 숨고 싶을 때
조현숙 지음 / 비타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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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고른 책이다. 책을 한 권 더 대출하려고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제목만 보고 꺼내들었다. 그렇게 읽게 된 <아시아의 작은 마을>은 '어느 날 문득 숨고 싶을 때'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뒷표지에는 이지상 작가님의 짤막한 후기가 나와 있어 반가웠다. 좋은 여행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큰 도시보다 마음이 오래 머물렀던 곳들을 권한다는 저자. 창밖 풍경이 아름답거나 사람들의 미소가 좋은 곳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기분 좋은 웃음이 나는 곳들, 그렇게 아시아 작은 마을 19곳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은 젊은 우리에게 주는 상이다. 그건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격려 같은 것이다. 우리들은 여행을 하면서, 같은 동네에 살면서, 서로 격려하는 것이다.」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나는 왜 떠나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여행이 떠나고 싶어진다면 그때가 바로 자신에게 상을 줘야 할 때이고, 떠나고 싶은 그 순간은 자신에게 몹시 격려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하므로. (17p) - '여는 글' 중

 

 

나는 열 살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시골에 살았다. 어릴 적 기억이 좋아서인지 나도 시골을 좋아한다. 국내든 해외든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도시보다 조용하고 소박한 시골 마을이 좋다. 처음으로 '혼자' 떠난 도쿄 배낭여행에서는 시부야나 긴자보다 지유가오카나 시모키타자와가 좋았다. 특히 니시닛뽀리역─다바타역─코마고메역을 걸으며 만난 시골 풍경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일주일 해외여행>을 읽다가 '휴식'과 '풍경'이 여행키워드라는 말에 여름휴가지로 정한 태국 빠이. 정말로 빠이에서는 게을러도 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빠이에 머무른 3박 4일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먹고, 걷고, 카페에 앉아 쉬는 것 뿐이었다. 동네를 걸어서 한 바퀴 돌아보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한 작은 마을 빠이. 그곳도 참 좋았다.

 

<아시아의 작은 마을>에서는 라오스의 루앙프라방과 씨판돈, 미얀마의 바간과 만달레이, 인레, 말레이시아의 말라카, 태국의 빠이와 꼬묵&꼬부론, 인도네시아의 족자카르타와 우붓, 베트남의 호이안과 무이네, 중국의 따리&리장, 티베트,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타이완의 주펀과 타이둥, 네팔의 포카라와 히말라야 트레킹 마을 등 19곳을 소개한다.

 

여행하다 보면 발걸음이 느려져서 계획보다 오래 머물게 되는 곳, 가장 심심한 마을, 자전거 타기 좋은 마을 '루앙프라방', 도시와 단절된 황홀한 유배지 '씨판돈', 천 년의 기도가 이어져 오는 땅 '바간', 황량한 허허벌판 끝에 아름다운 수도원이 있는 '만달레이', 미얀마 최대의 호수 '인레 호수'가 있는 냥쉐, 라오스와 미얀마에서 각각 보름씩 머무르며 한 달간 여행하고 싶다. 무심코 펼쳤는데, 종이로 접은 예쁜 집들이 툭 튀어나오는 멜로디 입체카드를 받은 기분이 든다는 '말라카'도 궁금하다. 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게 더 매력적인 '빠이', 사람 없는 한적한 섬 '꼬묵'과 '꼬부론', 오래된 동화책 속 그림 마을 '호이안', 사막이 있어서 어쩌면 치유하기 좋은 곳일지도 모르는 '무이네', 봉인된 영원의 시간 '앙코르와트', 몽상가들의 천국 '포카라' 등 어느 곳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곳이 없다. '티베트'의 장례 풍습인 천장(혹은 조장)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서 읽어본 듯했다. 찾아보니, <슈퍼라이터>(공저)에서 저자가 쓴 글 중에 '떠나는 자의 마지막 보시, 천장'에서 읽었다. 

 

이번 겨울에 베트남 종단 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들르는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고민이 생겼다. 책에 소개된 '아시아의 작은 마을'을 돌아볼 겸 여러 나라를 다녀와야 하는 고민.

 

 

여행은 어디로 떠나느냐 못지않게 언제 가느냐가 중요할 때가 있다. 당신의 마음이 어떠한지 모르나 만약 지금이 떠나야 할 때라면, 그 '언제'가 바로 지금이라면, 이 책에 소개한 장소들이 그 '어디로'의 좌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16p) - '여는 글' 중

 

 

2009년에 서평도서가 아닌 책을 읽고, 자의로 서평을 쓴 첫 번째 책이 <하하 미술관>이다. 그리고 오늘 두 번째로 자발적인 서평을 썼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고 서평 쓰기는 처음이라 더욱 뜻깊다. 우연히 읽게 된 <아시아의 작은 마을>, 참 맘에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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