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해피 브레드
미시마 유키코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애인과 함께 오키나와에 가기로 한 어느 여름 날, 가오리는 애인에게 버림 받았다. 공항에서 뭔가에 홀린 듯 삿포로 행 티켓을 끊었다.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서 전철로 80분, 거기에서 또 버스로 40분쯤 가면 '쓰키우라'라는 곳이 나온다.

 

          "관광객들은 거의 없으면서 푸른 호수가 아름답고, 초원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북유럽에 온 것 같은 멋진 건물이 줄지어 서 있고, 숙소 사람들은 나를 혼자 있게 내버려두되 늘 기분 좋은 그런 장소를 알려주세요." (21~22p)

 

그런 장소가 바로 쓰키우라 버스 정류장에서 이어지는 초원의 한 줄기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카페 마니'다. 목재로 된 단단한 문을 열면 커피 향과 빵 굽는 냄새가 난다. 여주인 리에는 수동 핸드밀로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내리고, 키 큰 청년 미즈시마는 고소한 빵 캄파뉴를 굽는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주말에 오토바이를 타고 카페 마니로 달려오는 도키오는 처음 카페 마니에 왔을 때 숙박이 가능한 곳으로 착각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카페 마니는 오베르주(숙박시설을 갖춘 레스토랑)가 되었다고 한다.

 

미쿠는 어머니가 만들어줬던 요리 중 유일하게 맛있었던 호박포타주를, 어머니가 떠나고 나서는 영원히 먹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학교를 빠지고 들렀던 적이 있는 카페 마니의 리에 씨가 미쿠와 미쿠의 아버지를 초대한다. 진한 오렌지색을 띤, 약간의 생크림이 뿌려지고 한가운데에 호박 조각이 떠 있는 수프(호박포타주)를 카페 마니에서 먹는다.

 

후미오 할아버지가 스물다섯 살 때, 다섯 살 연상의 아야 할머니를 만난지 1년도 안 되어 프러포즈를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때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홋카이도의 우수 역이었고, 이유도 없이 거기서 내렸다. 우수 역에서 쓰키우라 근처를 방황하고 있는데, 아야 할머니와 재회를 했고 거기가 허니문 장소가 되었단다. 50년이 훌쩍 지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밤, 우수 역에 도착했을 때 공중전화에 붙어 있던 유인물에는 '장작 스토브가 있는 곳에서 여유롭게 지내고 싶지 않으세요? 카페 마니'라고 쓰여 있었다.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야 할머니는 카페 마니에서 완두콩이 들어간 따끈따끈한 빵을 맛있게 먹는다.

 

겨우 세 번 만났을 뿐인 리에 씨에게 미즈시마는 함께 쓰키우라에 가서 살자고 한다. 리에 씨가「달과 마니」라는 제목의 그림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미즈시마도 한 번밖에 가본 적 없는 쓰키우라의 달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도쿄에서의 리에 씨 얼굴에 불안한 마음이 스며 있는 걸 읽고,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호수가 한눈에 보이고, 희미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며, 민들레가 만발해 주변이 온통 노란색인 초원에 '카페 마니'를 지었다. 리에 씨는 커피콩을 갈고, 미즈시마는 빵을 굽는다.

 

카페 안에 시계가 없고, 밖에서 '조바'라는 양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카페 마니에 가면 빵이 구워지는 냄새, 커피콩을 가는 냄새가 날 것이다.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머무르며 치유 받을 수 있는 곳, 카페 마니에 가고 싶다. 캄파뉴, 크루아상, 호밀빵 등 소박한 빵에 과일잼을 발라 먹고, 샤워한 뒤 차가운 카페라테와 시나몬롤을 먹으며 기분 좋아진 채로 눈부신 쓰키우라의 노을을 보고 싶다. 전에 <카모메 식당>을 책으로 읽고 영화로 보고 핀란드에 가고 싶어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홋카이도의 조용한 마을 쓰키우라에 가고 싶어졌다. 쓰키우라에 가기 전에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도 보고 싶다. 홋카이도 아부타군 도야코초 쓰키우라 1678번지의 '카페 마니'에 가면 단골 손님인 바가지머리의 우편배달부 청년과 큰 가죽 트렁크를 들고 다니는 아베 씨, 귀가 엄청 밝은 유리공예가 요코 씨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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