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 [Pai]: 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네팔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며 보름, 제주도에서 한 달,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일주일, 서해안을 따라 오토캠핑장과 템플스테이를 하며 일주일을 보내는 등 아내와 여러 번의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는 저자. 아내가 좋아할 만한 여행지를 찾아 배낭 짊어지고 홀로 사전 답사 여행도 한 달간 다녀왔단다. 그의 아내가 부러웠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 봤다면 좋겠다.

 

'빠이'에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3박 4일 머물렀던 빠이에서의 여행에 변화가 있었을까? 빠이에 도착하자마자 서점 씨암북스에서 <빠이 이벤트 플래너>가 있는지 물어보지 못한 것과 아야 서비스에서 무료 빠이 지도를 구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다. 하지만 책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간에 여행은 비슷했을 것이다. 아! 대나무통에 차를 담아 파는 사람을 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처음에는 1,000원, 대나무통을 재활용하면 300원에 맛있는 길거리 허브차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박준의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을 읽고, 태국에 간다면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 꼭 가보자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올해 여름휴가를 앞두고 읽었던 <일주일 해외여행>에서 6박 8일 태국 여행 소개에 눈길이 갔다.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게으른 히피 여행 콘셉트였다.

 

          카오산은 방콕의 유명한 여행자 거리이고, 빠이는 태국 북부 산속에 위치한 마을로 예술가들과 히피들이 숨어 살던 슬로우 타운이다. 이 두 곳에는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다. 그러나 이곳에는 세상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가 흐른다. (중략) 카오산은 좀 더 왁자지껄하고, 빠이는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하다. 굳이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걸 거다. 자유. 게을러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그저 그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이유 없이 충만해지는 기분. ─ <일주일 해외여행> 비타북스. 145p

 

 

빠이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책에 나온 단 몇 줄의 설명만으로 여행을 결심하고 하루 만에 항공권을 예약했다. 원래는 '카오산-빠이-치앙마이' 일정이었다. 그런데 빠이에 도착한 날, 빠이에서 카오산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그리고 방콕에서 기차를 타고 치앙마이를 경유해서 빠이에 온 것보다 버스비가 훨씬 저렴해서 바로 예약해버렸다. 치앙마이에서 1박하기로 했던 계획 대신 빠이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빠이에서 3박 4일을 보냈지만, 사실 며칠 더 머물고 싶었다. 한국에 바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면, 일주일이건 한 달이건 눌러앉아 지냈을지도 모른다.

 

치앙마이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S자도 아닌 8자 도로를 4시간 동안 가야 빠이에 도착한다. 치앙마이 터미널에서 멀미약을 먹었기 때문인지 걱정했던 멀미는 하지 않았다. 단지 버스 안에서 자는 동안 창문에 머리를 수없이 부딪힌 기억만 난다. 오후 두 시쯤 빠이 터미널에 도착했다. 한 시간 정도면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고 해서 여러 군데의 숙소를 둘러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간기차를 12시간 넘게 타기도 했고 무척 피곤한 상태여서 숙소를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진 않았다. 첫 날은 빠이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Pai Park'에 묵었고, 둘째 날 중심가에 가까운 'Breeze of Pai'로 옮겨 이틀을 묵었다.

 

방갈로 형태의 숙소가 새로웠다.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 정말 쉬러 왔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빠이와 방갈로, 잘 어울린다. 뜨거웠던 여름날, 배낭과 카메라만 짊어지고 한 시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는 작은 마을, 빠이에 갔다. 혼자서 시간 보내기 좋은 카페에 앉아 시원한 딸기 스무디로 목을 축이며 창밖으로 바라보던 그들의 일상, 내가 가장 좋아한 볶음국수 '팟타이'와 수박 셰이크 '땡모반', 빠이에 하나 뿐인 학교 운동장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예쁜 미소의 아이들과 눈인사, 디저트로 먹은 망고찰밥, 비가 그친 뒤 하늘에 살짝 비친 무지개, 그 아래 지나가던 오토바이에 탄 세 남자의 무지개만큼 환한 미소, 그리고 빠이에서의 마지막 밤, 재즈바에서 칵테일 한 잔 …. 빠이에서는 먹고 걷고 쉬기만 반복했다.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책에 온전히 '빠이' 이야기만 담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빠이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책 안 가득한 빠이 사진을 보며, 4개월 전 빠이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 책 속 이야기 중에는 빠이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빠이가 어떤 곳이냐는 물음에 '천국',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 '오래된 친구처럼 푸근한 곳' 등의 대답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기 정말 좋은 곳'이라는 대답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언제 즈음의 빠이가 가장 아름답냐는 물음에는 '적당히 따뜻하고 습하지 않아서 기분 좋은 11월에서 1월 사이', '해 질 무렵', '풍등 축제 때', '온 들판이 황금빛인 10월',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새해를 맞이할 무렵', '10월부터 2월까지의 겨울' 그리고 '우기', 크게 두 가지로 답했다. 다음에는 10월부터 2월까지 빠이에서 5개월간 머무르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느리게 움직여야 제맛을 알 수 있고,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마을. 그곳에서라면 마음 편히 삶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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