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헌책 - 느리고 낡고 평범하지만, 세상 가장 아름다운 추적사
이병진 지음 / 영진미디어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자주 보고 싶지만 아주 가끔 만났던 사람이 있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불꺼진 헌책방을 지나가면서 그가 헌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도 헌책을 좋아한다. 누군가의 손에서, 혹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오랜 세월 바래졌을 그 모습에 정감이 느껴진다. 또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번에 그를 만난다면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병진의 헌책'은 느낌이 좋다. 몇 년전에 읽었던 이병진 포토 에세이 '찰나의 외면'도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선물했다. 그러고 보면 이병진의 책은 선물하기 좋은 책인가 보다.

 

책이 이병진을 닮았다. 그의 말투처럼 느리지만, 그리고 평범하지만, 따뜻하고 아름답다. 그가 찍은 최고의 피사체는 그가 만난 사람들이었다. 사진 속의 순수하고 가식 없는 표정의 사람들을 보고만 있어도 가슴뭉클해진다.

 

자신에게 쓴 편지로 글을 시작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멋지다. 이병진은 사라지는 공간을 찾아서 사진에 담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 매력적이고 흥미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중독성 있는 옛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멈춘 듯한 곳에서의 사진 놀이를 한다. 그에게 많은 후회와 미련이 남는다는 그 작업이 내게는 마냥 부럽기만 하다.

 

놀이터의 아이들, 육교 위의 만물상, 빨간 우체통, 골목, 문방구 앞 게임기, 탁구장, 간이역, 동시상영관 등 점점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하다. 강화군 내가마을의 유일 양복점, 전북 진안군 백운면의 원촌마을, 벌교 5일장 등 그가 찾아간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답고 친절하고 따뜻했다. 그들의 아름다운 최고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 내 마음이 포근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