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여행 - 네가 원한다면, 그곳이 어디든
박선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표지 사진이 눈에 익은 곳이다. 뒷모습이 상큼한 여자 아이가 걷고 있는 길은 터키 사프란볼루에서 내가 걸었던 길이다. 터키에서 여행한 곳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프란볼루는 작고 소박한 마을이라서 더욱 기억에 남는 곳이다. 목차를 보니 내가 여행했던 터키 뿐 아니라 대학교 4학년 때 여행한 그리스도 있어서 얼른 읽고 싶었다. 20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딸과 함께 80일간 여행을 떠나는 엄마가 대단하다. 아이에게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그 무엇보다 값지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6개월 앞둔 일곱 살 손양과의 80일간의 여행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손양 또래의 아이를 가진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동안, 나는 차곡차곡 손양과 함께 떠날 여행적금을 부었다. … (중략) … 제대로 걸음조차 걷지 못하던 갓난아기 때부터 전국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닌 손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길 위에서 점점 더 영특하고 지혜롭게 커나갔다. (5~6p)

 

 

엄마와 손양은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고, 우리와 다른 문화를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해하려 노력한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불친절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유머러스하고 친해지면 유쾌한 수다쟁이가 되는 영국인부터 겸손하고 관대해서 당당하게 보이기도 하는 독일인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목적지에 집착하는 여행은 흐르는 강물에 발만 살짝 담그는 것인데, 목적지를 벗어나는 여행은 강물에 풍덩 들어가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부드러운 물살에 온몸을 맡기며 함께 흘러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일곱 살 손양이 내게 가르쳐준 여행의 방법이다. (63p)

 

 

손양 덕분에 덤으로 얻어지는 게 많았던 여행이 엄마에게는 시끌벅적한 놀이 같았다고 한다. 엄마에게 행복을 전하는 손양은, 이집트에서는 엄마보다 훨씬 더 많은 친구를 사귄다. 이집트에 가난한 친구들이 너무 많다며 한국에서 태어난 게 참 고맙다고 말하는 손양이 사랑스럽다. 화장실이 어디인지 아랍어로 물어서 현지인을 놀라게 하기도 하는 손양, 여행 내내 유쾌하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사람들 속에 거침없이 파고든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여행의 추억도 떠올랐다. 간식과 음료를 제공하는 터키의 장거리 버스, 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프란볼루, 간단한 터키어 인사말, 차이와 로쿰, 괴즐레메, 괴레메의 동굴호텔, 새벽에 도착한 호숫가 마을 에이르디르, 친절한 터키 사람들, 그리스 아테네의 중심부 신타그마 광장, 피레우스 항구에서 탄 산토리니행 페리, 산토리니 피라 마을의 사랑스러운 골목, 이아 마을의 일몰, 세찬 바닷바람이 부는 수니온 곶의 해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그리스인 조르바」가 너무나 그립다.

 

나도 그리스를 여행할 때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했었다. 좀 더 알아보았다면, 스탑오버를 해서 프랑크푸르트도 잠시나마 여행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보았던 프랑크푸르트의, 장난감 같던 아기자기한 집들로 이루어진 벽돌색 마을이 잊혀지지 않는다. 저자는 작은 시골 마을 로텐부르크 때문에 독일에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는데, 독일을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들러봐야겠다. 

 

한때 '처음'이 두려운 수줍음 많던 아이가 여행이 무르익을수록 변한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씩씩한 모습을 보인다. 엄마보다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난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쿨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여행의 날수가 많아질수록 멋진 여행자의 모습을 스스로 갖춰가는 손양, 엄마 덕분에 마음과 생각이 더 넓어졌다는 손양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 아이에게 여행이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게 느껴진다. 엄마의 바람대로 마음이 말하는 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손양 덕분에 풍요로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엄마도 정말 부럽다.

 

그나저나 '엄마, 다음 여행지는 어디예요?'라고 묻는 손양의 뒷모습이 나온 가장 마지막 사진은, 터키 카파도키아 괴레메 마을이 맞는지 궁금하다. 괴레메 중심지에서 괴레메 야외 박물관까지 걸어가는 중에 만났던 길인 것 같은데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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