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혹은 여행처럼 - 인생이 여행에게 배워야 할 것들
정혜윤 지음 / 난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정혜윤PD의 글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독서 에세이 『침대와 책』도 그랬고, 인터뷰 모음집『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도 그랬다. 내가 읽은 그녀의 책 두 권은 어려웠지만, 감탄하면서 끝까지 읽었다. 책에 대해서라면 그녀는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읽어보지 않은 책이 없는 것 같다. 글을 쓸 때 다른 책의, 다른 작가의 글을 참 많이도 인용하는 것을 보며 그녀의 방대한 독서량이 부러웠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정혜윤PD의 책이라면 무조건 궁금해진다.

위에서 언급한 두 권의 책은 제목 뿐 아니라 표지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여행, 혹은 여행처럼>의 표지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책을 감싸고 있는 겉표지를 벗겨서 넓게 펼치면 '달' 사진이 나오는데, 어쩌면 앞표지의 노란색이 달빛을 나타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치 학 접는 종이를 생각나게 하는 책 안의 색지(色紙)도 별로다. 디자인에 조금 더 신경썼다면 더욱 예쁜 책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혜윤PD의 책이고, 제목에 포함된 '여행'이란 단어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여행에 대해서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무척 궁금했다. 

사실, 여행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여행의 이름을 빌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파리에서 만난 특별한 부부, 그녀의 부모님과 가족, 그녀 자신의 이야기, 해마다 캄보디아로 떠나는 사진작가,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 이주노동자, 나무를 보러 다니는 나무 박사, 진딧물을 보러 여행을 다니는 진딧물 박사, 지도를 그리러 여행을 다니는 지도 제작자, 라틴어를 읽는 시간 여행자 등 여러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그녀의 말에 따르면 여행을 주제로 한 인터뷰집이다. 



       나는 그들에게 지금까지 가본 최고의 여행지 혹은 잊을 수 없는 여행지, 추천 여행지가 어디냐고 묻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물었다. "당신 여행은 어떻게 시작되었지요? 어떤 방법과 생각으로 그 여행을 계속했지요? 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8p)

 
뭔가 추구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 훌륭한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 내용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녀가 사랑하는 친구에게, 쐐기벌레와 푸조나무, 달, 파랑새에게 쓴 편지도 읽을 수 있다. 부제 '인생이 여행에게 배워야 할 것들', 조금은 알 것 같다. 전작들보다 난해하지는 않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여행, 혹은 여행처럼'이라는 제목을 다시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를 이야기꾼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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