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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의 심리학 - 잘못된 기대로 힘들어하는 12가지 이유
선안남 지음 / 소울메이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기대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알아보는 문항에 답을 하여 결과를 합산했더니 딱 10점이다. 10점 이하는 기대에 대해 매우 균형적인 관점이 있는 편이란다. 지금이 아니라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면, 기대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느끼는 편이라고 나왔을 것이다.
저자는 꽤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대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맹신하는 '피그말리온 효과', 모든 기대를 다 들어주려고 하는 '아틀라스 증후군'이나 모든 기대를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피터팬 증후군', 기대 때문에 억지로 뭔가를 하는 '보상의 숨겨진 대가', 기대하면 부담을 느껴 실수하는 '사회적 억제', 기대에 맞추려고 주변의 눈치를 보는 '동조성' 등 들어 보았던 내용도 있고, 처음 접하는 내용도 있었다. 집단의 기대를 지나치게 동일시하는 '동일시 효과'에서 설명한 '생태학적체계'처럼 생소한 어휘들도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의 사례들에 많은 공감을 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학생들이 기대를 받을수록 더 큰 실력 향상을 보인다는 점을 밝혔다.(39p) 나는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글씨를 또박또박 잘 쓴다고 선생님들께 칭찬받았다. 어쩌면 그때부터 예쁘게 글씨 쓰는 습관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골 학교로 전학을 갔다. 5, 6학년은 세 반뿐이고, 한 반의 학생수도 적었다. 서울에서 전학왔다는 이유가 컸을 것 같은데, 6학년 때 반장이 되었다. 6학년의 공부 잘하던 아이들이 거의 도시로 전학을 가던 시절이어서 조금만 열심히 해도 성적이 상위권에 들었다. 담임 선생님이나 반 친구들의 기대도 더해져서 내 성적은 점점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내 아버지는 장남이고, 나는 삼남매 중 장녀다. 어릴 때부터 가족, 친척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아왔다.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주요 세 과목만 시험을 보았는데 전교 3등 안에 들었다. 하지만 모의고사 점수와 석차가 떨어질 때마다 들었던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의 꾸중은 정말 스트레스였다. 2학년 때는 수험생이 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소화불량에 체력이 저하되었다. 3학년 때 수시 전형에서 수도권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다행히도 영어, 수학 내신 성적과 논술, 면접으로 점수를 매겼다.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난 이 대학 합격이 매우 기뻤다. 나중에 대학생이 된 내게, 어릴 때부터 책도 많이 읽고 그래서 (소위 말하는) 명문대 갈 줄 알았다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시더라. 올해 여든다섯이신 할머니께서는 지금도 내게 임용고시 준비해서 교사가 되라고 하신다.
자신을 향한 다른 사람들의 기대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여러 가지 다양한 기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여 마음을 정하는 것은 힘들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기만 하고, 타인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은 회피한다. 몸은 다 자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직 덜 자란 어른아이다. 성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지려 하지 않는 이들의 이름은 바로 '피터팬'이다. (72p) 부끄럽지만 나도 대학교 졸업 때까지 용돈을 받았다. 부모님은 4년간 등록금에 보름간의 배낭여행 경비까지 보태 주셨다. 직장을 다니면서 용돈은 일체 받지 않았지만, 서른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독립을 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독립성, 결단력, 실행력이 부족한 '피터팬'들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부모의 양육 방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성적이던 성격이 중학교 이후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별개였는지 고등학교 때까지도 발표가 두려웠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날짜에 맞춰 번호를 지목하여 교과서 지문 읽기를 시키기라도 하면 두 손에는 땀이 나고 목소리는 떨려 왔다. 사실 대학교에서도 수많은 청중 앞에서 발표하는 건 상상도 못해서 같은 조 다른 친구에게 떠넘기곤 했다. 사람들 앞에 서면 혼자서는 완벽하게 해내던 일을 그르치고 마는 것을 '사회적 억제'라고 부른다. (115p) 잘하려는 부담 때문에 그렇게 긴장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동안 읽은 심리학 책이 몇 권 되지 않지만 <기대의 심리학>이 가장 재미있다. 저자는 기대를 돌아보는 데에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개념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12장까지 꽤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지루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치 내 이야기인 듯한 익숙한 이야기들을 예로 들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은 것 같다. 마지막에 참고문헌과 더 읽어보면 좋을 책을 소개하고 있어서 함께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