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산보학
김경하 지음 / 스토리나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선물처럼 내게 온 책이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책이 예쁘다.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가족끼리 3박 4일 배낭여행을 다녀온 곳이다. 그때 썼던 일기와 여행 사진 덕분에 여행 중 들렀던 몇 군데의 장소는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지만, 다른 기억들이 뚜렷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한 번 다녀온 때문인지 '타이베이'라는 단어를 보면 친근함이 느껴진다. 글보다 사진이 많은 편이어서 책장을 넘기는 게 더 수월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런 정보 없이 타이베이에 도착한 저자는 타오팡(원룸)을 구해 생애 첫 독립생활을 시작한다. 그녀는 조찬식당에서 파는 샌드위치나 햄버거로 아침식사를 하고, 국립대만사범대학교(사대)에서 수업을 듣는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외로움이 몰려오면 보랏빛 노을이 지는 중정기념당을 찾기도 하고, 주말에는 먹을거리를 사들고 간 공원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여유를 즐기기도 하며, 대만대학교 중앙도서관 옆 학생식당의 쯔주찬에서 싸고 맛있는 식사를 한다. 가족여행을 할 때는 거의 택시를 탔던 것 같은데, 깨끗하고 쾌적한 지에윈(지하철)을 타거나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느긋한 마음으로 버스를 타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이나 서점에 들러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야시장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맛보고 싶다. 

타이페이에서 만난 친구 세 명을 인터뷰한 내용은 짧지만 신선했고, 먹는 재미가 가득한 타이페이의 군것질거리, 식당, 맛집, 동네 식당의 기본 메뉴 등을 소개하고 있어서 타이베이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은 '타이페이의 그곳'에서 소개한 식당의 음식 사진과 '동네 식당의 기본 메뉴'의 음식 사진이 흑백사진이라는 점이다. 흑백사진이 아니었다면 더욱 맛깔스러워 보일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한 가지, 아기자기하게 느껴지는 사진과 짤막한 이야기들이 내게는 좋았지만, 시력이 좋지 않은 분들이 혹 이 책을 보신다면 조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그냥 볼 수 있다고 해도 글씨 크기가 너무 작다. 글이 쓰여 있는 아래쪽의 빈 공간이 많은데 글씨 크기를 더 크게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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